정화영(52) 한국도로공사노조 위원장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위원장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공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도공노조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5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위원장에 취임한 소회와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털어놨다.

정 위원장의 노조활동 약력은 화려하다. 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장만 3선을 했고, 6번에 걸쳐 지역본부 대의원과 지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90년 노조활동에 첫발을 들여놨으니 올해로 15년째다. 현장에 복귀한 3년을 제외한 기간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5년 문명훈 전 위원장과의 대결에서 고배를 마시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년만인 올해 6월 위원장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번 선거는 규모가 작은 조경업무직과 충청지역 출신이 위원장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도공노조 위원장들은 전통적으로 가장 인원이 많은 토목직에서 배출됐다. 또 서울지역 출신이 많은 편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뒷배경(?)이 약한 ‘정화영’이라는 인물을 선택한 것은 경력과 경륜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라고 평가했다.

“3년 동안 현장에 있었던 것이 위원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현장사정을 몸소 겪었거든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잘 알게 됐습니다.”

단 한명도 구조조정 안 된다

당장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을 막아내야 한다. 조합원들의 기대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의 답은 명쾌했다. “단 한명도 길거리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정부측과 만나 정부안을 확인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현장정서에 맞게 진행돼야 합니다. 직원들이 우려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이 경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구조개편과 관련해 정 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홍역을 치렀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이다. 사측의 일방적인 행보에 대해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철회시켰다.

그는 “경제논리로 40년 간 쌓아온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구조조정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유지관리를 외주화하려는 시도나 영업소 외부공개 입찰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재해·재난관리시스템은 그 우수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직영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방적으로 영업소 관리자를 축소하고 외부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도 막아낼 겁니다.”

고속도로 순찰업무의 경우 효율성을 이유로 도급화됐지만, 도공 업무 영역이나 인력만 축소됐을 뿐 오히려 서비스 하락 등의 부작용만 낳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순찰활동 강화를 위해 사법권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자회사 위해 노력할 것

자회사와의 관계도 새로 정립할 생각이다. 그동안 도공노조는 도공 내에 있는 업무직노조와의 관계정립에도 노력해 왔다. 그러나 때때로 노조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도로공사 내에는 본조 외에도 현장직원노조, 고속도로톨게이트노조 등이 있다. 또 본사와 관련 자회사, 자회사 노조 간 관계에도 중심을 잡아왔다. 공사 내부 조합원과 자회사 노조 조합원을 포함하면 전체 1만명이 넘는다.

정 위원장은 “노조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직원들에게 힘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들과 이미 만나 현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회사측과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도와줄 생각입니다. 방관하지는 않을 겁니다. '윈-윈' 하는 방안을 찾아야겠죠.”

다만 그는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실력행사를 한다거나 도공노조 조합원들의 정서에 반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좌시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도 밝혔다.

자회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고속도로관리공단이나 DB정보통신(옛 고속도로정보통신)은 도로공사와 업무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 건설관리공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동안 도공노조는 도공과 이들 자회사와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왔다. 조만간 고속도로관리공단 수의계약 문제나 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관리공단은 민영화 이후 도공과 수의계약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조만간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또 정부는 건설관리공사를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아직 업무 파악이 안 됐다”면서도 “공사와 자회사 직원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노총·공공연맹 활동 주력할 계획

정 위원장은 ‘원칙적인 활동’을 강조했다. 노조는 노조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위적인 노사 상생이나 화합이라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와 경영진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돼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경영진이 기관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지 감시하고 경영진도 기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상생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노사문화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 기뻐할 수만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상을 받은 것이 기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진정으로 상생이 이뤄져야지, 홍보용으로만 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장선상에서 상급단체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공식단체인 공공연맹이나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기관노조들로 구성된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나 한국노총 한국교통운수노련(KTF) 활동은 치우치지 않는 선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좀 답답한 면이 있어요. 한국노총이나 공공연맹의 경우 정책연대라는 틀에 묶여 미온적인 대응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되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정 위원장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은 두 가지 종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주는 사람이냐,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냐. 그는 “노조를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나이와 경력이 쌓이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공기업노조 위원장들보다 나이가 좀 많아요. 그러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경력이 있잖아요. 열심히 뛸 겁니다. 대내외적으로 노조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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