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대형 건설업체를 위한 정책일 뿐이다. 분양계약자·임차인 등 서민들과 중소건설업체는 피해를 볼 것이다. 경쟁이 일어나면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보증요율이 올라가는 한편 보상내용은 지금보다 부실해질 것이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예상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인지 자체가 의문이다.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고,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다.”

예전부터 입고 먹고 자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시장의 투기과열로 집 구하기가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해결해야 할 묵은 과제다.

대한주택보증은 집을 공급하지는 않는다. 집을 공급하는 사람(주택건설업자)과 구입하는 사람(분양계약자)을 보호하면서 피해자 없이 주택시장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윤활유가 없으면 엔진도 제 역할을 못한다.

대한주택보증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주택분양 보증시장을 개방하고 대한주택보증의 정부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계획은 그렇다. 윤영균 금융노조 대한주택보증 위원장은 9일 “대한주택보증을 민영화할 경우 공급과 수요자인 주택건설업자와 분양계약자 모두가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가중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에선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오기도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주택시장과 시장참여자의 운명이 걸린 일인 만큼 오기로 풀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오기마저 엿 보인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공기업으로 남겨두면 실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정책 입안자들의 머릿속에만 들어 있는 것인지 효과(긍정)와 후과(부작용) 따져보지 않고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현 정부”라며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내세웠지만 이념형 정부라고 불렸던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이념적인 색채가 짙다”고 비판했다.

주장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작용이 현재화 된 시점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공기업의 부작용은 무얼까. “도로가 파손된 것을 방치하고 있나요? 우편물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고 있나요? 부작용이 일기는커녕 공기업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데 무엇은 왜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그는 토로했다.

- 대한주택보증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는가.

“주택사업자를 지원해 주택공급을 촉진하고, 주택사업자의 채무불이행(부도 등)으로부터 분양계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대한주택보증이 하는 일이다. 주택사업자(건설업자)와 분양계약자(집 구입자) 모두를 지원·보호하고 있다. 주택사업자 지원은 신용을 보완하는 역할을 통해 한다. 분양보증·하도급대금 지급 보증·주택사업금융보증·인허가보증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보증을 서주면서 주택사업자의 자금운영을 보다 쉽게 해 준다. 그러면서 주택공급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보증은 분양계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주택사업자가 아파트를 짓다가 부도가 나면 대한주택보증이 대신 건물을 완공시켜서 분양을 하거나 분양대금을 보상해 준다.”

- 대한주택보증이 공공기관으로 설립된 이유가 무엇이었나.

“대한주택보증은 지난 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시작했다. 건설업체들이 연합해서 만든 민간 협회 같은 기구였다. 그러다가 96~97년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업체의 연쇄부도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분양계약자의 시위도 이어졌다. 이 가운데 99년도에 주택사업공제조합이 결국 파산하는 사태를 맞았고, 정부가 주택기금에서 1조8천억원을 출자하면서 공기업으로 전환했다. 현재도 정부가 5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공기업이다. 이밖에 은행이 15%, 건설사업자가 14%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 기관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또 주택분양보증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데.

“주택분양보증은 대한주택보증 수행사업 중 거의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다. 나머지 임대보증금보증과 하자보수보증은 연간 각각 926억원과 150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적자를 면하겠지만 임대보증금 보증과 하자보수 보증은 주로 서민들이나 주택공공성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요율을 올리기 어렵다. 시장성이 없는 보증이기도 하다. 주택분양 보증은 대기업에 대한 요율이 다소 높고, 99년 설립이후 주택호황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흑자다. 여기서 나는 이익을 주택경기 침체를 대비하고, 적자나는(시장성 없는) 사업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쓰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두 배정도 되는 보증료를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위험률은 대기업에 비해 20배가 넘는다.”

-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주택분양보증 시장의 개방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대기업 건설업체들이 내는 보증료가 많은 만큼 이들의 불만이 높다. 또 분양보증에서 이익이 남으니까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두 가지 모두 시장개방 이유가 될 수 없다. 주택시장은 다양하면서도 중층적이다. 몇 천세대를 짓는 대단지부터 몇 백세대의 아파트 단지, 몇 십세대의 연립주택 등으로 나눠진다. 또 이익이 많은 사업장과 박한 사업장이 있다. 대기업이 큰 공사,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은 담당하지만 주택시장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중소건설업체들도 살아남을 길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에 보증료를 더 많이 받는 이유다. 위험성이 높다고 중소기업에 보증료를 높게 받는다면 양립하기 어렵다.”

- 주택분양보증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분양보증의 높은 요율은 정부 시책이다. 요율은 대한주택보증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국토해양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결정한다. 보증료가 높다면 내리면 된다. 그렇지만 문제가 간단하진 않다. 주택건설은 땅을 구입하고 인허가를 받고 실제 건물을 짓고, 평균 5년의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주택경기가 좋을 때 건설시장에 뛰어들지만 분양을 할 때는 경기가 꺾일 수도 있다. 미래 예측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리스크)분산을 해야 한다. 99년 대한주택보증이 결국 공기업으로 전환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3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돈이 민간시장에서는 탐날 것이다. 그렇지만 건설업체가 부도날 경우 한 세대당 평균 7천500만원의 비용이 지불된다. 3조8천억원을 일시에 투입하더라도 5만 세대를 이행할 능력이 안 된다. 100위권 업체 10개 정도만 부도나도 고갈될 수 있다. 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난 세대수가 25만에 달했다. 우리가 호황기 때 남겨두는 자산은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이다.”

- 정부는 시장성이 있다면 개방(민영화)한다는 게 원칙이고, 타 공기업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임 검토 없이 예상만 하니까 그렇다. 사실 대한주택보증이 분양보증을 독점하고 있고 높은 요율을 받고 있으니까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이 개방될 경우 경쟁이 도입되기 때문에 당연히 보증요율은 떨어질 것이다. 동시에 분양계약자와 중소주택건설업자, 임차인에게는 피해가 갈 것이 분명하다. 보증요율 인하 압력이 높아지면서 분양계약자와 임차인에 대해 지급하는 보증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중소주택건설업자에 대한 보증 요율은 올라갈 것이다. 심하게는 보증조차 받지 못하는 중소업체들도 생길 것이다. 위험성이 높고 열악한 규모의 공사라면 더욱 그렇다. 지방이나 시골에서 집을 짓는 곳이 대부분 그런 사업체인데, 이런 지역에 대한 주택공급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얻는 집단은? 대기업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주택시장의 공공성과 중소업체, 분양계약자와 임차인들의 이익을 줄이면서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대한주택보증은 주로 시장실패 보완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주택보증사업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검토 없이 독점해소와 시장성 강화만을 이유로 한 민영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지부는 투쟁을 할 것이다. 현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이념적인 색채가 짙다. 현실에 대한 진단 없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뜻이다.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한다. 효과나 후과를 따져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 반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원 350명의 작은 기관이지만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다. 정부라는 국가기관이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작은 기관에 대한 정책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꼼꼼히 살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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