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에 위치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노·사가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영국 밀레니엄&콥손호텔은 지난달 25일 국내 기업인 강호AMC에 2억3천300만 파운드에 매각했다. 노사는 매각 후 통보받았다. 호텔의 매각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다. 노조는 일방적 매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노조 간부 3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매일노동뉴스>는 1일 노조사무실에서 박경희(38)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위원장을 만났다.

CDL코리아, 시설투자 없이 매각차익만 챙겨

지난 98년 개관한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매각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 99년 호텔은 대우개발에서 싱가포르 홍릉그룹의 투자 전문회사인 CDL코리아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9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강호AMC로 매각됐다. 외국주인에서 다시 한국주인으로 바뀌었지만 노사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매각 진행과정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돼 매각결과만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9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대우개발에서 CDL코리아로 매각될 당시 노조와의 3자 협상을 통해 고용안정을 보장 받았지만 CDL코리아는 이번 매각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만 했습니다."

이번 매각과정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는 매각 이유를 듣기 위해 CDL코리아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특히 호텔은 2006년 카지노 '세븐럭'을 인수하면서 호텔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지난해 높은 매출을 올렸다. 매각 배경에 의혹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차익 챙기기 위한 '투기자본'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DL코리아는 지난 99년 2천800억원에 호텔을 인수해 강호AMC에 5천800억원에 매각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년 동안 CDL코리아가 호텔을 경영하며 시설투자는 하지 않았고, 이번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며 "인수기업조차 알리지 않은 이번 매각 과정을 보면 CLD코리아가 '먹튀' 자본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호텔업계에서는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매매가인 5천800억원도 호텔의 가치에 비해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자간 협상 통해 고용 보장 받겠다"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의 인수기업으로 알려진 강호AMC는 금융감독원에 '기타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체이다.

현재 강호AMC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용을 100% 승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노조의 공식적인 대화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또한 노조는 인수 후 사업계획에 대한 공식입장도 요구했지만 강호AMC에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인수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강호AMC와 CDL코리아, 노조가 참여하는 3자간 협상을 통해 고용과 단체협상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노조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 매각을 단행한 CDL코리아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방적인 매각으로 열심히 일해 왔던 직원들이 허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CDL코리아가 전직원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 경영진 또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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