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에서는 펀드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펀드들이 세계의 알짜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펀드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 아직 각인돼 있지 않다.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인수한 사례만이 시장에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한 폐해가 사회경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에 의해 펀드의 폐해가 묻혀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한국은 펀드를 만들어 해외시장 진출기회로 활용하는 측면만을 강조할 뿐 알토란 같은 국내기업들이 외국펀드에 팔려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KKR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 활동

그런 의미에서 7월17일은 중요한 날이다. 국제노조네트워크(Union Network International)가 사모펀드 KKR의 폐해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날이다. 약 8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KKR 사모펀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소매유통업·기술관련업·에너지산업·건강의료산업·언론산업을 비롯해 주요산업을 집어삼키는 다국적 펀드기업이다. 한국에서도 현재 12개 이상의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노조인 UNI가 이러한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펀드기업들이 불투명한 경영과 단기 수익극대화 전략을 통해 기업의 자원인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하고, 핵심사업 외에는 모두 매각하거나 아웃소싱을 주면서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관계펀드 간의 불법적인 회계처리는 일반상식이 통하지 않을 정도다. 상호 자금공여, 부당한 배당금 지급, 로열티 지급, 과도한 수수료와 배당금 지급 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세금도 내지 않는다. 자기자금의 40배에 달하는 차입금 조달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이자비용과 기업에 투자한 주주(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기업의 단물을 빨아내는 것이다.

세금도 내지 않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건물 등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나면 기업에 남는 것은 30~40배의 빚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자·소비자·기타 사회이해관계자들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노동자는 해고되거나 운이 좋아야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저임금에 시달려야 한다. 소비자는 높은 상품가격을 부담해야 하며, 국민은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일본, 노총 차원에서 대처 시작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이러한 펀드기업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국의 사모펀드 금융규제시스템을 연구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회사법(상법) 개정을 통해 펀드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영국과 미국의 규제방식 장단점을 비교·분석함으로써 일본 특유의 규제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이 펀드기업에 대해 가지는 고민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펀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경우 법률을 통해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펀드가 사용자로서의 정체성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모호한 법률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펀드로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단체협상과 기업의 지배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

펀드는 사용자가 아니라 단지 주주·투자자라는 해석을 억지로 주장함으로써 기업의 주인으로서 어떠한 의무와 책임도 회피하려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경제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주주·투자자 제일주의'의 이데올로기와 앞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회사법 개정을 통해 펀드의 무분별한 기업인수를 규제하려 하고 있다. 공시의무와 매입자금의 30%까지 자기자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검토 중이다. 영국에서는 5명 중 1명이 사모펀드기업에 고용된 적이 있으며, 12명 중 1명은 항시적으로 이런 기업에 고용돼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관련법 개정을 통해 1% 이상의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30% 이상을 매입할 경우 나머지 전부를 현금으로 매입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넣어 무분별한 인수합병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셋째, 법 개정을 통해 주주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영국과 같이 이사의 의무규정을 둬 회사의 실제 주주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3년까지 추적할 수 있는 권리도 허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사모펀드가 기업을 샀을 경우 펀드를 구성한 주주(투자자)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통해 기업을 샀을 경우 그들(투자자들)이 누구인지 추적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펀드들이 열심히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선진금융기법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을 명분을 세우면서 잇속을 차리려는 속셈이다.

넷째, 주주가 가장 중요한 존재이지만 회사법 개정을 통해 종업원·환경·지역사회 등 사회적 이해당사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려 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사회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의하는 문제와 별도로 종업원의 중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한국,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국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2009년 2월), 금산분리 완화, 사모펀드 활성화와 헤지펀드 허용, 국책금융기관 민영화 작업 등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한 법률개정이 향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대비를 아직 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이 지금부터라도 나서야 한다. 하루빨리 정보를 수집하고 사회전반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는 것도 찾아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지켜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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