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성공시대'를 외치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국민수난이 계속됐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정책마다 극심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오염된 물은 길고 긴 강을 흘러가면서 맑은 물로 자연 정화되듯이 설익은 정책도 다양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면서 수준 높은 정책으로 모습을 갖추기도 하고 폐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4개월 간 이명박 정부가 펼친 정책은 민주사회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채 밀실행정으로 추진되면서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두 차례의 대국민사과담화를 발표했고, 청와대수석의 전면교체까지 단행됐다. 내각의 대폭적인 물갈이까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초스피드 시대다. 4개월이라는 세월은 참으로 긴 세월이다. 그동안 국민들이 받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많은 국민이 거리로, 인터넷으로 쫓아다니며 보냈다. 엄청난 국력 낭비를 초래한 것이다. 국민 4천800만명에게 4개월을 계산하면 1천600만년이 된다.

분당과 같은 신도시를 만드는 데 1만명이 5년 걸려 만든다고 보면 32개의 신도시를 만들 수 있는 국민역량이 낭비된 셈이다. 물론 얻은 것은 있다. 국민을 깔보면 국민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지금까지의 실패, 교훈으로 삼아야

지금까지 실패의 교훈을 잘 살린다면 교훈의 가치가 낭비한 에너지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다. 그 열쇠는 이명박 정부가 쥐고 있다. 독선과 오만을 버려야 한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가슴으로부터 열정을 느껴야 한다.

내가 이명박 정부라면 지금부터 이렇게 하겠다. 청와대와 정부 인사를 조속히 재조각해 분위기를 일신하겠다. 음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내가 아끼던 사람이라도 큰 대의를 위해 과감하게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정책내용을 변경 또는 조정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사람만 바꾸고 내용은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고 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시쳇말로 '줄려면 화끈하게 주라'는 말이 있듯이 바꾸려면 확실하게 정책내용을 바꿀 각오로 사람도 바꿔야야 한다. 이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사람 바꾸는 일을 마무리하겠다.

다음은 실용주의 정책방향에 충실하겠다. 인기영합적인 정책에 얽매이지 않겠다. 눈앞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5년 후에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개혁이냐 혁신이냐 쇄신이냐, 아니면 선진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포장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혁신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한다. 전기·가스·수도 및 의료보험은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나머지는 공기업의 선진화정책은 밀고 나가겠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 선진화 방안을 정부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언론플레이 수준이다. 이 역시 비효율적이고 비겁한 정책추진방법이다. 투명하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정책추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이명박 정부를 불신케 하는 요소들이다.

통합은 국토정책 포기하는 것

공기업선진화 대상 중 낮은 지지율 만회를 위한 국면돌파용으로 가장 유혹을 느끼는 것이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위험한 생각이다. 잘못된 정책결정의 폐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적어도 공기업을 통합한다고 하는데 왜 하는지, 통합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지, 국가와 국민경제에 어떤 보탬이 되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검토와 발표는 전혀 없이 오직 언론을 통해 ‘통합’ 띄우기만을 계속하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물론 무엇이 선진화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이 가고 있지만 그냥 좋은 쪽으로 이해하겠다. 하지만 토지공사는 대한민국의 국토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기관이고 주택공사는 임대주택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각각 특별법에 의해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뜸 통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경제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15년 동안 수차례에 걸친 주공측의 끈질긴 통합시도 속에서도 국회·정부·전문가들이 두 기관의 통합은 경제적·법률적·현실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을 낸 바 있다.

공기업의 역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언제나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기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토지공사는 지금까지 그러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와 있다. ‘땅장사’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점은 앞으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지금 또다시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전기보다, 가스보다, 석유보다, 물보다 더 한정자원인 국토에 관한 정책집행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민의 삶의 터전인 아름다운 국토를 더 이상 챙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통합이라는 수단에 현혹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국토를 계획적이고 창조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해야 하는 토지공사의 목적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지탄받을 것이고 후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통합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일자리 창출과 국민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토공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어야 한다. 길거리에 나가 있는 토공직원들, 천만농성장에 나가 있는 토공직원들, 통합해선 안 된다고 광고내고 유력인사 만나며 처절하게 밤거리를 헤매고 있는 토공직원들, 이들 2천800명 토공직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성실한 토공직원들이 하루빨리 국가정책사업의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하게 해달라. 신도시·행복도시·혁신도시·경제자유구역사업·PF사업·새만금사업·선벨트사업 및 해외신도시 수출사업 등으로 경제부흥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의 손과 발로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묵묵히 일만해온 토공직원들이 투쟁 깃발 높이 들고 붉은 머리띠 동여매고 투쟁가 부르면서 청와대로, 정부청사로, 국회로 나가지 않도록 제발 막아달라. 새롭게 짜여진 정책결정자의 조속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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