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의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통폐합의 주요 논리는 이른바 '중복 보증'이다. 그런데 신규 보증에서 중복 보증 발생은 올해 5월 현재 2.9%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정부가 효율성을 위해 두 기관을 통폐합하겠다고 하지만, 덩치만 커질 뿐 각 기관의 전문성도 살릴 수 없고 중소기업 지원규모도 줄어들 것이다. 기술보증기금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술을 개발·육성·보전시켜야 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이 기술금융종합지원체계를 갖춘 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가 통폐합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윤형근(43) 금융노조 기술보증지부 위원장은 “우리 기관은 변화를 준비했고, 현재도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그렇지만 정부의 통폐합안은 기술혁신이나 중소기업을 사장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현 정부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기업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기술보증기금(기보)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구자군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고,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두 국책금융기관의 노조 위원장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윤 위원장은 “기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기술을 육성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가 주로 기업현황을 파악해 보증서를 발급한다면 기보는 기술평가를 통해 보증서를 발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기보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더욱 특화된(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윤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두 기관의 통폐합 논의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면서 성과를 늘리기 위해 끼워넣은 것에 불과하다”며 “통폐합 논의를 중단하고 두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현 정부는 기보와 신보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통폐합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중복기능의 해소와 효율성 향상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얘기일 뿐이다. 기보가 신보에서 분리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005년부터 중소기업 금융체계 개편을 통해 중복 보증업무는 근원적으로 해소됐다. 실제 통계로 살펴봐도 신규 보증의 경우 중복 보증 발생비중은 올해 5월 현재 2.9%에 불과하다. 2005년에는 34.6%로 높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6.8%까지 낮아졌다. 지난 3년 간 특화 정책을 펴면서 이런 결과를 이뤄냈다. 통폐합을 재론하는 것은 이런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 정부는 두 기관이 하는 업무가 유사해 통폐합하면 효율성을 높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보와 신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보증업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증을 하는 대상·방법·절차 등은 양 기관이 다르다. 때문에 두 기관의 인력구성도 다르다. 신보가 주로 재무평가나 기업 일반현황을 살핀다면 우리는 기업의 기술을 주로 평가한다. 신보 직원들은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보 직원들은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의 가치와 필요성을 평가한다. 주로 신보는 성장 중인 중견기업이 많이 찾고, 기보는 기술은 있는데 창업자금이 없는 신생 중소기업이 주로 찾는다. 이렇듯 두 기관은 평가방법이나 보증대상이 다르다.”

- 통폐합에 반대한다면 기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기보의 목표는 기술금융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만들어지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이 무너지더라도 기술까지 사장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경우 인수합병을 유도해 기술을 보전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시장가치를 평가해 기술거래를 중계할 수도 있다. 우리는 기술평가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보증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기술가치평가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이 높다. 쉽게 말해 기술이 시장에서 얼마에 팔려야 할지(반대로 살지) 가격을 결정해 실제 거래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과 관련해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춰나가는 것이 기보가 가야 할 길이다.”

- 통폐합하더라도 기술 특화사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전문화가 흐름이다. 예전에는 뭉뚱그려 놓고 한 곳에서 모든 일을 처리했지만, 지금은 한 분야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문성을 갖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사업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경제력을 갖춘 나라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기술력을 개발·육성·보전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보의 특화 정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보와 신보는 각 기관이 가고 있는 방향을 더욱 확장하면서 발전해야 한다. 신보는 중소기업 일반에 대한 지원 기관으로 우리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 지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한데 뭉뚱그려 놓자는 것인데 이게 효율성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양적인 경쟁보다는 질적인 경쟁을 고민해야 할 때다."

- 평소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많이 냈다.

"중소기업이 나라 경제의 근간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지원 규모를 줄이려고만 한다. 지금 현재 기보와 신보를 합쳐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20만개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이 300만개 정도가 있는데 현재로서도 지원규모가 턱없이 작다. 중소기업 치고 돈이 남아돌아서 투자하고 연구·개발하고, 그런 곳은 없다. 시장에서 살아남았더라도 성장하려면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자금마련이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그런데 두 기관을 통합하면 기관의 덩치는 커지겠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특히 현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해 온-렌딩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데 이것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마련한 정책이다. 정부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정책을 입안하니까 잘못된 정책들만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해 온-렌딩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정부 정책방향이 무엇이 문제인가.

"현실성이 없다. 민간 학자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온-렌딩은 한국개발펀드가 자금을 제공하고, 은행이 중소기업을 평가해 지원하는 간접지원방식이다. 그런데 민간금융기관은 비용문제로 인해 기술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기보는 기술 평가 관련업무를 하는 직원 570명 박사급이 110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경우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한다. 민간금융기관이 중소기업 대출을 평가하기 위해 박사급을 고용한다거나 외부 전문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발전 동력인 기술력은 오히려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 육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통폐합의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두 기관 통폐합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제기돼왔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재정경제부가 각 기관을 특화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방향에 따라 전문성을 키웠고, 각 기관별로 발전 방향까지 세웠다. 지금 와서 통폐합이 재론되는 것은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끼워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 중심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렌딩 방식도 중소기업에 대해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직접 보증 규모를 줄이고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신규 고용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고용창출을 하려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신보와 기보를 잘 활용하고 특화시키는 것만이 대안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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