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하고 민영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의 민영화는 재벌 소속 대형주택사업자만을 위해 다수 중소주택사업자와 분양계약자·임차인을 희생시키는 정책일 뿐이다.

대한주택보증은 한 개의 수익이 나는 사업과 두 개의 비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독점 취급하는 분양보증업무를 통해 남는 돈으로 비수익 사업인 임대보증금보증과 하자보수보증 업무를 시행하면서 주택경기 침체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분양보증업무는 주택사업자의 부도 등으로 주택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분양계약자를 위해 주택을 건설하거나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해주는 보증제도다. 20세대 이상 선분양할 경우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임대보증금보증은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 임대주택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으로,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의 지급을 보증한다. 아울러 하자보수보증은 10년 동안 발생하는 하자보수비용의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공동주택 준공검사의 전제조건이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 93년 설립된 이래 20조원(29만세대)의 분양보증이행을 했고 9천600억원의 하자보수보증을 이행함으로써 든든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도 대한주택보증은 분양보증 149조원(56만세대), 임대보증금보증 3조8천억원(18만세대), 하자보수보증 1조8천억원(150만세대)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택경기는 미분양세대가 25만개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고, 언론에서는 연일 부도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수년 간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이행 세대가 4만개를 초과할 경우 그 보상액은 약 4조원에 이를 것이므로 대한주택보증의 자산이 고갈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양보증을 개방하는 것은 주택 침체기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하자보수보증·임대보증금보증 수수료, 각각 7~8배 올라

국토해양부는 지난 10일 임대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임대보증금보증 미가입 임대사업자에 대해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에 가산금리(1%포인트)를 부과하고, 임대보증금보증 수수료의 최고 5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회취약계층인 임차인의 임대보증금을 한층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타당한 입법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임대보증금보증의 수수료 대폭인상과 보증거절 사태를 불러올 대한주택보증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임대보증금보증을 취급하는 기관은 대한주택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이다. 임대보증금보증은 의무보증이고 영세한 임대주택사업자과 임차인이 수수료를 부담한다.

따라서 보증요건을 엄격하게 하거나 보증에 따른 보증기관의 리스크를 그대로 수수료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은 전체 보증대상 22만세대 중 우량사업자의 1만6천세대만 보증취급하고 리스크가 큰 다른 물량에 대해서는 보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택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비우량사업자에 대해서도 리스크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18만5천세대를 보증했다.

대한주택보증이 민영화되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하다. 시장성을 따질 경우 임대보증금보증의 수수료는 현재 세대당 연간 6만원 수준에서 48만원으로 약 8배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수료 인상으로 리스크가 커버될 수 없는 비우량사업장에 대해서는 보증이 거절될 것이다.

보증거절이 예상되는 사업장은 부채비율[(국민주택기금+임대보증금)/주택가격)] 80% 이상이고, 수도권 및 광역시 이외에 소재하는 보증금액 1조8천억원인 9만5천세대다. 또 현재 특정 1개 임대주택사업자에게 발급돼 있는 보증금액 1조7천억원인 10만세대의 보증도 리스크 관리상 보증이 연장되기 힘들다.

대한주택보증의 또 다른 비수익 사업으로서는 하자보수보증이 있다. 중소주택사업자가 발급받을 수 없을 정도로 보증요건을 강화하거나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면 비우량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하자보수보증의 리스크를 그대로 수수료에 반영한다면, 현재보다 수수료가 약 7배 올라야 하고, 신용도가 낮은 주택사업자에 대해선 담보를 받거나 보증 거절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은 서울보증보험과는 달리 보증손실을 감수하면서 저렴한 수수료로 하자보수보증을 운용하고 있다.

비수익사업 정부지원 없어, 자체 수익사업 보장해야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독점취급과 공익적 역할수행은 동전의 양면이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독점취급은 주택경기 침체기를 대비하고 비수익사업인 임대보증금보증과 하자보수보증 등을 수행하기 위한 유일한 수입원이다.

대한주택보증은 분양보증을 취급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주기적인 경기순환이 있는 주택사업의 특성상 주택경기 호황기 때 주택경기 침체기를 대비한 일정한 재원 축적이 필요하다. 또 비수익사업을 취급할 재원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있는 실정상, 대한주택보증이 일정한 자체 수익사업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독점취급의 정당성은 이외에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분양계약자의 보호약화를 방지할 수 있다. 분양보증은 주택사업자가 신청 및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이므로 경쟁시장에 놓인 보증기관은 수수료 인하를 위해 분양계약자에 대한 보상범위와 서비스를 축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둘째, 중소주택사업자의 주택분양사업에 대한 원활한 지원이다. 현재 주택사업자의 신용도별 보증사고율은 약 20배의 편차를 보인다. 그러나 분양보증 수수료율의 폭은 약 3배 정도에 불과하다. 경쟁시장이 되면 중소주택사업자(투기등급인 B등급 이하로 연간 공동주택 공급규모의 67%인 약 16만세대 공급)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상과 보증거절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중소주택사업자의 시장퇴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수단 확보다. 지금까지 대한주택보증은 정부의 주택산업정책의 수행 및 분양계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훌륭히 기능했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의 유일한 영업수익원인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된다면 대한주택보증은 수익성 위주의 상품구성과 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목적을 위한 통제에 대한주택보증은 더 이상 따르지 않을 것이다.

넷째, 경쟁시장에 놓인 보증기관은 동반부실화 및 추가적인 재정투입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사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89년 보증보험업역의 경쟁체제 도입 이후 두 기관은 과도한 실적경쟁에 따른 부실로 결국 99년 10조원에 이르는 정부의 재정투입을 거쳐 현재의 서울보증보험으로 통합됐다.

분양보증은 소규모 공공·정책적 시장, 개방 안돼

분양보증시장은 연간 수수료 3천억원 규모의 작은 시장이다. 개방 후에는 대형주택사업자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를 통한 진입기관의 분점이 예상되므로 전체 시장의 수수료는 현재 대비 50% 이하인 더 작은 시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위에서 말한 여러 공공·정책적 특성이 있다. 이러한 시장에 대해 정부가 개방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분양보증의 수수료는 앞서 말한 주택경기의 주기적 순환 및 대한주택보증의 비수익사업과 기타 정부의 정책목적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논의돼야 한다. 그동안 대한주택보증은 지속적으로 분양보증 수수료율을 낮추어 왔다. (2004년 이후 약 50% 인하) 향후 분양보증 수수료는 후분양 로드맵에 의한 분양보증시장 축소, 당면한 주택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인한 보증사고 빈발(표 참조) 등 추가적인 변수를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분양보증시장 개방 및 민영화 계획은 소수의 우량주택사업자만 수혜받고, 다수의 중소주택사업자·분양계약자·임차인 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는 반국민·반중소 주택사업자 정책이다. 특히 대한주택보증의 역할이 더욱 긴요해지는 주택경기 침체기에 민영화가 거론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울러 이번의 임대보증금보증 미가입에 따른 제재강화 조치는 위 계획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시장 개방과 민영화의 정책효과를 한 번도 제대로 검토해본 사실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택시장의 독과점화와 국민의 주거복지 후퇴를 가져올 정부의 계획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18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