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9 목 08:00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현장탐방
조합원·비조합원 할 것 없이 속속 운행 중단2003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 치솟는 경유값, 노동자 분노에 기름 끼얹어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산업∙업종 탐구’로 노동언론의 관심을 산업의제까지 확장한 데 이어 무자년 연중 기획으로 ‘현장을 가다’를 준비했습니다. 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생산∙제작∙운반∙유통∙서비스∙판매 등 노동의 현장을 찾아 ‘현장의 땀방울’을 지면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 평택항은 14일 현재 장치율(컨테이너 화물 적재비율)이 110%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마비상태다. <사진 = 정기훈기자>

ⓒ 파업출정식에 참가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머리띠를 묶고 있다. <사진 = 정기훈기자>

ⓒ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네잎클로버를 입에 물고 있다. <사진 = 정기훈기자>

ⓒ 13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경지부 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정기훈기자>

지난 13일 오후 2시 평택항 동부두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터미널 적치장 진입로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는 파업 중인 화물 트레일러 10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서남부지회 조합원들이 천막농성과 집회를 벌이는 맞은 편에는 전경들이 배치돼 있었다.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는 이날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평택항은 이미 지난 9일부터 파업 중이다.

터미널 컨테이너 적치장 안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컨테이너는 4~5단으로 높게 쌓여 있다. 적치장 내부에서 야드트랙터(YT)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홍상윤(51)씨는 “적치된 컨테이너가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적치장 안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이동식 트랜스퍼크레인(TC)은 6~7대 가운데 두 대 정도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날도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고 내리는 켄트리 크레인이 중국에서 온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있었다. 컨테이너는 계속 반입되고 있었다. 그러나 적치장 밖으로 컨테이너를 빼가는 트레일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가용 이용해 물건 빼가는 화주들

다급해진 것은 화주들이다. 화물 트레일러가 운행을 멈추자 화주들은 자가용을 이용해 직접 물건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신속배달’이 생명인 한 인터넷 쇼핑몰의 운영자는 웃통을 벗고 직접 1톤 화물차에 물건을 싣고 있었다. 어떤 화주는 1톤가량의 대리석 두 덩이를 1톤 트럭에 실었다가 타이어를 펑크내기도 했다.

세관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에서 물건을 빼주는 일을 한다는 한 노동자는 “화주들이 세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물건을 빨리 빼달라고 난리”라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운송하는 차량이 대형 화물 트레일러에서 1톤, 2.5톤으로 작아지면서 작업시간도 덩달아 길어졌다. 이날도 소형복사기, 소금에 절인 오이, 화학약품 등이 세관의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종 된장과 고추장을 만드는 식품회사에서 일한다는 백성수(39·가명)씨는 “사장님 지시로 새벽부터 회사 차량 2.5톤 두 대를 가져와 직접 물건을 빼가고 있다”며 “원래 일반 대리점에 납품하는 일을 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빨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13일 의왕내륙컨테이너 기지의 모습. <사진 = 정기훈기자>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이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파업출정식이 열린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수도권 물류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도 사실상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은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1터미널로 연결된 집입로 가운데 하나를 막고 파업출정식을 열었다. 조합원들은 화물 트레일러로 무대를 만들고 “경유가를 인하하고 표준요율제 시행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출정식에 참석한 화물노동자들은 “비조합원들도 자발적으로 운전대를 놓고 있다”며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고 결의했다. 이봉주 서울경기지부장은 “화주와 정부 모두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화주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화주는 정부를 핑계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1터미널 입구에서 파업출정식을 연 조합원들은 2터미널까지 행진한 후 서울 양재동과 신정동 터미널, 평택항 등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 자체 파업에 돌입했다.

ⓒ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 모여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들. <사진 = 정기훈기자>

“5년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화물터미널에 알선업자가 있잖아요. 그 양반한테 1만원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터미널 건물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거든요. 1만원을 또 건네줍니다. 그런 다음 3층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서 또 1만원을 줘야 합니다. 차량을 운행하기도 전에 벌써 몇 만원씩 떼갑니다. 뭐가 남겠습니까.”

서경지부 파업출정식에 참가한 조석제(47·가명)씨는 화물운송계에서 벌어지는 ‘화주→주선업체→알선업자→운송업체→개인사업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알선구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알선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다단계 알선문제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주요한 개선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결성 당시부터 함께했다는 김현우(54)씨. 김씨는 “2003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 화물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운송료 인상, 기름값 인하, 다단계 알선구조 철폐 등이 3년 전 요구사항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단계 알선구조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김씨는 “달라진 게 있다면 2003년 파업 때 모른 척하고 운행했던 비조합원들이 지금은 자발적으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평택항 동부두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정기훈기자>

2003년 파업, 음독자살한 화물노동자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물류대란’ 사태를 각인시킨 화물연대의 2003년 파업 상황은 어땠을까.

2003년 4월27일. 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조합원이었던 박상준(34)씨가 부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음독자살을 기도했다. 박씨는 결국 이튿날 오전 숨졌다. 박씨는 동료 조합원들에게 “늘어나는 빚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화물연대 투쟁을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운송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기름값과 도로비, 차량 할부값과 누적된 과적단속 벌금이 박씨와 같은 화물노동자들을 옥죄고 있었다.

바로 그날, 화물연대는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40~60km로 ‘경제속도운행’을 하는가 하면 고속도로비를 동전으로 내기도 했다.

같은해 5월2일, 화물연대는 지역별로 파업에 들어갔다. 포스코와 한국철강이 있는 포항과 마산지역을 중심으로 부산·광양·충청 등으로 파업이 확산됐다.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경유세·도로통행료 인하 △다단계 알선 근절 △노동 3권 보장 및 산재보험 적용 △지입제 철폐 등이었다. 5년 뒤, 화물연대의 요구사항과 정확히 일치했다.<상자기사1 참조>


ⓒ 13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가 파업출정식에 앞서 선전물을 만들고 있다.
<사진 = 정기훈기자>

당시 노정합의는 이뤘지만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와 화물연대는 2003년 5월15일 노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다단계 알선을 단속하고 위반시 사업면허를 정지하기로 약속했다. 도로 심야할인시간을 2시간 연장해 8시간으로 늘리는 데도 합의하기도 했다.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사항이었던 개별등록제도 가능하게 됐다. 차량 한 대만으로도 사업등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차량을 5대 이상 보유해야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자신의 차량을 소유하고도 화물운송업체에 등록해 ‘번호판 값’인 지입료를 내고 일감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특히 50%만 지원하던 경유 교통세 인상분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기로 하는 등 유류보조금도 확대됐다.

정부는 합의 과정에서 화물운송 특수고용노동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시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에서 화물운송자는 제외됐다. 개별등록제도 허용됐지만, 지입제는 여전히 철폐되지 않고 있다.

다단계 알선의 경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화물노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뛰어넘은 상황에서 유류보조금만으로는 손실을 충당할 수 없게 됐다. 화물연대의 2003년 요구안에도 포함했던 대정부교섭 제도화는 아직도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화물연대는 2003년 5월 정부와 노정합의에 이르렀지만, 화주·운송사들과의 교섭 결렬로 같은해 8월21일 다시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5년 전에도 존재했던 낡은 관행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다, 치솟는 기름값이 화물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다.<상자기사2 참조>

ⓒ 13일 평택항에서 4톤 가량의 대리석 덩어리를 1톤 트럭에 싣고 있다. 결국 타이어가 견디지 못하고 펑크가 났다. <사진 = 정기훈기자>


자발적으로 운전대 놓는 비조합원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이 2003년 당시와 다른 점은 비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성헌 서울지회장은 “2003년 때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비조합원들이 나서 화물연대가 왜 파업을 하지 않냐고 따지더군요.”

양 지회장은 서울 양재와 신정동에 있는 화물터미널에서도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파업출정식에도 상당수 비조합원들이 참가했다. 자발적으로 운전대를 놓은 것이다.

“구호가 아직 낯설다”는 박정철(50·가명)씨도 비조합원이었다. 경기도 평택에서 농사를 짓던 박씨는 대학원생과 대학생, 그리고 고3 수험생 자녀의 학비를 벌려고 8년 전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농사와 운전일을 겸해도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박씨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정부가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아 파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출정식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조합원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씨는 며칠 전 휴대전화로 날아온 지난달 카드명세서를 보여줬다. 순전히 기름을 살 때만 쓰는 카드라고 했다. 지난달 결제액은 478만520원. 전체 운송료의 절반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화물차만 몰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정말 생활비조차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씨는 "화물연대가 파업하면 정부는 비조합원들을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 <사진 = 정기훈기자>

“쇠고기만이 아니라 물류사태로 국정 마비될 것”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국가 물류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민심'(쇠고기)과 '노심'(기름값)이 결합돼 정부에 대한 반발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성헌 서울지회장은 “정부의 유가보조금은 이미 현실성이 없다”며 “유가가 오르는 만큼 운송료가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운임제인 표준요율제를 빨리 도입하고 이를 화주들이 지키지 않을 경우 법으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이제 쇠고기가 아니라 물류파동으로 국정이 마비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자기사1>집단서행운전, '면허정지'에서 '업무개시명령'까지
화물연대의 올해 파업과 지난 2003년 파업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은 정부의 '화물노동자에 대한 처벌'이고, 달라지지 않은 것은 '화물노동자의 대정부 요구안'이다.


표준요율제와 주선료 상한제 등 다단계 하도급을 개선하라는 요구는 5년째 시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 직후 이를 ‘수용하는 척’ 했다가 파업이 끝나면 ‘모르는 척’ 하는 행태를 수차례 반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른바 '자영업자'인 화물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규제하는 법안은 신속하게 만들었다.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는 2003년 화물연대의 첫 파업 이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화물노동자의 파업을 손쉽게 강제해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2003년 10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주요 내용은 도로를 점거해 차량시위를 벌이다 형법상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될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이용해 도로점거 시위를 벌일 경우 형사처벌만 받았다.


국토부는 또 집단으로 서행하거나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놓는 경우도 ‘최저속도 위반’ 명목으로 범칙금 2만원을 물리던 것에서, ‘40일 간 운전면허 정지’로 대폭 강화됐다. 당시 경찰청은 “화물연대 소속 운전자들의 고속도로 저속시위 등이 잇따르고 있으나 형사처벌만으로는 제재효과가 낮아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도 함께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2003년 5월 파업 이전부터 ‘고속도로 시위’로 위력을 과시했다. 화물연대는 같은해 4월 말부터 ‘경제속도투쟁’에 돌입했는데 고속도록에서 시속 40∼60km로 서행운전하거나 일부휴게소에 100여대 이상 화물차들이 집결, 톨게이트에 동시 진입하는 등의 집단행동으로 전국 곳곳에서 교통혼잡을 유발한 바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처벌규제의 압권은 업무개시명령제다. 2004년 4월 국토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무개시명령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화물운전기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거나, 운행을 거부하면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복귀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업무복귀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운전자격 취소나 운송사업 허가 취소, 향후 2년 간 재취득 금지 등 아주 강력한 처벌규제다.


지난 13일 평택항에서 만난 화물연대 조합원 이광재씨는 “화물연대가 정부에 요구할 때는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파업할 때는 노동자가 되는 모양”이라며 “자영업자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휴업을 하겠다는데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업무복귀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미영 기자>


경유가 인하·표준요율제 도입·운송료 현실화 5년째 그대로
ⓒ 평택항 앞에 늘어선 트레일러 차량들. <사진 = 정기훈기자>

2003년 발생한 화물연대 첫 파업의 불씨를 당긴 것도 기름값이다. 당시 700~800원대를 기록하던 경유가의 절반이 세금이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파업 15일만에 노정합의로 ‘유류세 전액보조’를 이끌어냈다.


당시 파업에서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과 불법다단계 알선행위 단속과 처벌강화 등 불합리한 법제도 관행의 개선을 주요하게 요구했다. 결국 노정합의문에 △중간착취 구조개선을 위해 다단계 알선 실태조사에 즉시 착수 △과다한 주선료 및 장기 어음결제 등 운수업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을 위한 관련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렇지만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그해 8월 2차 파업에 돌입했다. 2차 파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16일만에 철회됐고, 30여명 구속과 1천500명 위수탁계약 해지라는 대규모 출혈이 뒤따랐다. 화물연대는 2005년에도 파업 직전까지 치달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화물차 수급동결 △표준요율제 공공부문 우선 도입, 민간부문 확대 △불법다단계 근절을 위한 주선료 상한제 중장기적 추진 △화물연대를 화물차주 대변하는 조직적 실체로 인정 등 대책을 발표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차 수급제한 외에 나머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2006년 12월 3차 파업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자 표준요율제와 표준위수탁제도 시범운행 등을 제시해 또다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표준요율제 등은 규제완화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번복됐다. 정부의 잇단 약속 번복이 이번 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이다.


올해 화물연대의 주요 요구사항은 경유가 인상에 따른 대책과 표준요율제 도입, 운송료 현실화다. 5년째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는 경유가 폭등으로 화물노동자들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내몰렸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지켜지지 않는 정부의 약속에 대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있다. 지난 13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까지 ‘도로아미타불’로 끝나면 화물연대 지도부마저 ‘양치기 소년’으로 몰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정 간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정부의 확실한 ‘이행담보’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미영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16일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