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방자체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지방상수도가 권역별로 묶인 뒤 전문기관으로부터 관리를 받게 된다. 서울 등 7개 특별시와 광역시의 상수도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공사화 된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지방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을 밝혔다. 지방상수도 광역화를 통해 영세한 지방상수도의 덩치를 키워 원가절감 등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행안부는 상수도 관리 전문인력과 투자 부족 등으로 연간 5천억~8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등 7개 특·광역시 제외하더라도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면서 지방재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상수도를 직영하고 있는 155개 시·군은 수계(水界)와 상수도망 등을 고려해, 3~15개 자치단체를 묶어 20여개 권역별로 상수도를 광역화해 수자원공사나 지자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지방공사가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국 155개 시·군은 이같은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협의회를 구성, 권역설정과 관리방안 등을 결정한 뒤 상수도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게 된다.

행안부는 이를 통해 유수율(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 중 수도요금을 받는 물의 비율)이 75%에서 83% 정도로 높아지고, 앞으로 20년 동안 연평균 2천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행안부는 절감된 비용을 노후관 교체 등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상수도를 전문기관에 위탁 관리하더라도 상수도 시설에 대한 소유와 수도요금 결정·징수는 해당 지자체가 담당하고, 전문기관은 수도시설의 관리 운영권만 갖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두겠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소유권을 민간에 이전하는 민영화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수도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광역적 관리와 전문경영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중장기적인 수도요금 안정화와 수질개선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또 서울시 등 7개 특·광역시는 구조조정 등 경영혁신을 한 뒤 자율적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자치단체의 지분을 51% 이상 유지토록 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역화 관리 등에 참여하는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국고보조금·각종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물 사유화 아니다"…과연 그럴까
행정안전부는 29일 '지방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을 발표하며 "수도사업 전문기관 위탁은 민영화나 물 사유화의 전 단계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수도시설의 소유권과 관리책임을 민간으로 넘기는 '민영화'와 달리, 전문기관이 관리하더라도 자치단체는 수도시설의 주인으로서 전문기관을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전문기관은 시설의 관리만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는 "물 서비스는 국가가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공공재로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도요금의 결정과 부과는 자치단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급격한 수돗물값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물 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위탁계약을 맺게 될 전문기관에 주기적인 수질개선 향상도 평가와, 노조의 불법파업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을 요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통합계획의 취지가 상수도사업에 '규모의 경제'를 도입해 원가를 절감한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등 노동계는 "지방상수도 통합 과정에서 인력감축 등 슬림화 과정이 필수적이고, 이같은 과정을 거쳐 민영화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기관 리스트에 민간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노동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음 달 초 입법예고될 예정인 '물산업지원법'은 상수도사업의 위탁과 기업화(법인화), 외국자본과의 합작 주식회사 설립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은 광역취수·정수·배수 등 복잡한 구조로 돼 있는 수도산업의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해당 전문기관의 독점성을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외의 경우 독점성을 바탕으로 외국자본이 들어와 과도한 이득을 남겨 문제가 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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