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너 나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야비합니다. 야비하다는 말보다 더 심한 표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겁니다.” 심일선(53) 산재의료관리원 전 이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8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감사원 감사가 끝나던 날 노동부에서 특별감사를 한다며 3명이 느닷없이 들이닥쳐 ‘이사장이 사표 제출만 하면 즉시 철수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사퇴 압력만 10여차례에 달한다. 4월10일부터 4월18일 노동부의 특별감사 전까지 다섯 차례 사표제출 요구 전화, 그 뒤 23일 면직통보 전까지 노동부 차관의 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고 했다. 29일 시내 한 호텔에서 심 전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사퇴시키려고 노동부가 표적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여러가지 과정이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3월11일 발언 한 뒤 이영희 장관까지 나서 사퇴 얘기를 했지만 (산재의료관리원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을 때는 못 건드린 것 같다. 감사원 감사나 경영평가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자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사 막바지인 4월10일부터 압력이 시작됐다. 노동부가 특별감사를 나온 4월18일은 감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감사반이 오후 2시에 나왔는데 반원들만 오고 반장은 안 왔다. 반장은 왜 안 왔냐고 물었더니, 좀 늦게 온다고 했다. 감사반은 사무관 2명, 주사 1명 나왔는데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감사반장의 경우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시절에 접촉을 해온 사람이다. 왜 늦었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산재의료관리원에 감사 착수하라고 해서 대전서 부랴부랴 올라왔다고 그랬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토~일요일까지 감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토~일요일까지 감사를 하면 직원들 원망이 누구한테 돌아오겠나. 내가 사표내면 철수하겠냐고 했더니, 바로 철수하겠다고 하더라.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사표 안 낼 수 없네요’라고 말했더니 전화기를 꺼내면서 ‘우리 국장님한테 보고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소리까지 했다."

- 노동부 감사실에서는 산하기관 감사를 나간 적 없다고 얘기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나. 노동부는 아니라고 우길 수밖에 없다. 산재의료관리원 직원들이 다 알고 있고, 자기들이 감사자료 요청한 걸 다 갖고 있다. 현직 이사장인데 그런 자료하나 수집 않고 나왔겠나. 그러면 그럴수록 강압적인 것에 대해 시인하는 결과밖에 안 된다. 감사 나오면 감사 진행서라는 게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감사한다는 건데 그런 것도 없이 나왔다. 나중에 이런 문제 생길 것을 대비해서 진행서도 안 보낸 거다. 거꾸로 (노동부는) 나가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야 한다."

- 감사 자료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자료가 있다는 건가.

"감사 자료를 3년치를 요청했다. 그 때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었는데 감사원도 1년치만 했다. 예를 들어 계약서의 경우 입찰부터 수의계약 서류 몽땅 다 내놓으라고 했다. 거기다 감사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 7월까지 자료도 다 가져오라고 했다. 업무추진비 사용실적도 가져오라고 했다.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업무추진비가 1년에 300만원이다. 이사장은 1년에 2천만원이다. 전국에서 제일 적다. 3년 동안 1천만원도 안되는 거를 본다고 하니 하도 기가 막혀서. 다른 노동부 산하기관장 한달치밖에 안 된다. 정말 수치스러웠다."

- 문제가 있었다면 현직에 있을 때 얘기하는 게 맞지 않았나.

"현직에서는 부당한 것을 알아도 싸울 수가 없다. 산재의료관리원은 취약한 조직이다. 내가 노동부를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싸우게 되면 허약한 조직이 입을 상처는 보통이 아니다. 2천200명 직원들을 포함해 산재의료관리원과 관련된 사람이 3천명을 넘는데 이 사람들한테 온전히 모든 피해가 갈수 있기 때문에 있는 동안에는 싸우는 걸 자제를 했다. 그 수모를 당하면서도 꾹꾹 참고 버텼는데 갑자기 23일에 해임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취임 6개월 됐는데 일을 못한 것도 아니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해임시키나. 근거가 없다."

- 면직됐다고 했는데 이미 사직서를 내지 않았나.

"노동조합을 20년 한 사람이다. 해고 사건 여러번 겪었다. 사표 냈다는 것이 다 설명하지 않는다. 압력에 의해 사표냈냐, 진위냐 비진위냐를 따져야 한다. 모든 과정을 다 기록해놨다. 그 사람들 압력 넣었던 사례, 얘기한 걸 다 적었다. 나한테 직접 전화해서 압력을 넣지 않았다. 머리 써서 총무담당 이사한테 전화해서 나한테 전달되게 했다. 해임됐다는 것도 직접 통보받지 않았다. 직원들 불러다가 이사장 재신임 못 받았으니까 후임자 선출을 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내가 후임자 선출을 할 수가 있나. 해임 자체를 인정 안하는데. 정부 쪽에서도 후임자를 내가 뽑아 놓고 갔는데 무슨 말이 많냐,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거절했고 이사회를 소집해서 이런이런 상황이 있다고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그런데 자기들 일정이 어긋나게 되는 거다. 6월30일까지 다 끝낼 수 없게 되고, 그래서 면직이라는 무리수를 둔 거다."
 
- 이미 기관장들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아니다. 23일 수리된 거다. 11개 기관 있는데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만 유임됐는데 나머지 기관장은 재신임을 못 받았다는 통보만 받았지 사표가 수리된 게 아니다. (공문을 보여주며) 수리됐다면 이런 공문이 와야 한다. 노동부 얘기는 재신임 못 받았으니까 후임자 뽑고, 뽑으면 교대해주고 나가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 과거 정권 사람은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기관장은 전리품이 아니다. 전쟁 해서 얻은 걸로 착각하면 안된다. 정권의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기관이지, 정권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잘라내면 어떻게 경영을 잘 할 수 있겠나. 정권 눈치나 보는 거지. 그래서 작년에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을 한나라당이 주관해서 만들었지 않나. 서명한 사람이 청와대에도 들어가 있고. 정권을 잡았으니까 된다는 건 착각이다. 정무직이라면 그럴 수 있다. 장관처럼. 그러나 공기업 사장이라는 거는 그렇게 따지면 안된다. 그러면 공기업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산재의료관리원은 공기업으로 분류됐다. 근로복지공단 같은 준정부기관하고 다르다. 수지를 따지고 경영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거를 맘에 안 든다고 말야. 전쟁에서 잡은 포로도, 전쟁 배상금 받은 것도 아니다. 코드 따지는데 그전에 한나라당이 얼마나 코드 얘기 했나."

- 이사장도 정무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 없다. 정무직은 따로 있다. 이걸 정무직이라고 하면 선출 제도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경영자로서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서 된 것이다. 참여정부 사람이 혜택받았다고 따질 계제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를 뽑아준 사람을 모독하는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부당한 처사에는 승복도, 인정도 할 수 없다. 법적인 소송을 하든지, 명예를 찾고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것도 법적으로 맞지 않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든지. 법률적인 소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나이가 쉰셋인데 앞으로 해야될 일이 창창하게 남았다. 이건 불명예스럽게 따라다닐 것 아닌가. 내가 싸우게 되면 부당하게 잘렸다는 것이라도 알릴 수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뭐 잘못해서 잘렸다고 된다."

-산재의료원과 근로복지공단 통합얘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부담이 되지 않겠나.

"대단한 착각을 하는 거다. 산재의료관리원과 근로복지공단은 전혀 다르다. 근로복지공단은 간단히 얘기해서 보험회사다. 건강보험을 하는 곳은 건강보험공단이듯 거창하게 써놨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공단이다. 우리는 병원이다. 보험회사가 무슨 병원을 하나. 이치에 맞지 않다. 산재의료관리원은 국가에서 대형화시키고 의료시설 장비도 현대화시켜서 제대로 경쟁하도록 해줘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30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