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총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민심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즉각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 총회와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파업 찬반투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된 단체행동 절차를 밟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부 중집위원들이 제기한 즉각적인 총파업 돌입이 여의치 않다는 현실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때문에 조합원의 힘을 결집하고, 지도부가 파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갖자는 차원에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학생은 동맹휴업, 노동자는 총파업'을 단행해 6·10집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조기 총파업 요구를 부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직접 그 이유와 향후 투쟁계획을 들어봤다.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국민의 요구는 민주노총의 요구"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현재 시민들과 국민들의 투쟁에 함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요구와 민주노총의 요구가 같아진 만큼 함께하는 투쟁을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파업 시기결정은 정세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조직의 준비정도에 맞물려 결정돼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도 조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에 있어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파업결의가 높으면 파업을 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파업 찬반투표를 하는 것이다. 원래 5일 중집회의에서는 10일 즉각적인 총파업을 주문하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단발성 파업에 그치면 우리 허점만 노출시키게 된다. 정세는 파업을 요구하지만 힘없는 파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에 파업 찬반투표와 총회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과 국민들의 요구가 같아졌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민주노총의 대표적인 요구안인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와 미국 쇠고기 반대 요구는 무매개적으로 결합할 수는 없다. 물·가스·전기 등 사유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투쟁계획을 세울 때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물가폭등'을 핵심 이슈로 내거는 것으로 정했다. 물가폭등의 핵심원인인 기름값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상추값·배추값만 잡으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한 것이다. 가스나 전기의 사유화, 학교교육의 사설학원화, 의료민영화 역시 물가폭등으로 이어지는 사안으로 분석했다. 우리 조합원 월급 몇 푼 올라봐야 물가가 폭등하면, 소용없기 때문에 이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지난 1년, 충분히 준비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른바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입법화 저지 등을 위해 진행했던 2006년 말 총파업 이후 1년 반만이다. '남발되는 총파업'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총파업'을 강조해왔던 이석행 위원장의 평소 지론을 고려하면 1년 반이라는 시간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작년 1년 동안 파업 선언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현장대장정을 했고, 올해는 산별대장정을 했다. 과거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물가폭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순회한 적이 없다. 조직이 어느만큼 따라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준비했다. 강의만 100번을 넘게 했다.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발전소 문제로 싸우자고 하면 이제는 이해한다. 월급 얼마 올라봤자 전기요금 오르면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과거에 이렇게 준비한 지도부를 본적이 있나. 과거와는 분명히 투쟁 양상이 다를 것이다."

민주노총의 계획대로라면 6월 말~7월 초 투쟁이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별노조나 산별연맹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과 대각선 교섭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6월 말~7월 초에 맞춰서 교섭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속노조는 지난해 한미FTA를 반대하는 정치파업을 벌였기 때문에 내부 피로도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를 내걸고 있는 공공운수연맹도 6월 말과 7월 초로 예상되는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발표가 돼야 이에 대응하는 단체행동을 조직화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러한 내부여건 속에서도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현재의 정세에 적극 개입하는 투쟁을 조직화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명박 정부가 4개월 안에 사고를 칠 걸로 예상했다. 태권도 파란띠나 빨간띠는 멋도 모르고 발차기 하다가 다친다. 하지만 검은띠가 되면 평상시에는 점잖다가 비상시에는 실력을 발휘한다. 민주노총은 검은띠가 돼야 한다. 중앙집행위에서 결정한대로 총파업을 하지않으면 9월 이후엔 아예 힘조차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찬반투표 가결되면 무조건 함께 가야"

기름값 인상에 항의하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덤프·레미콘)가 조기에 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석행 위원장은 "화물과 건설노동자들만 외롭게 투쟁하게 놔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5일 중집회의에서 '민주노총이 결심하면 언제든지 함께 하겠다'는 금속노조의 확인을 받아 놨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도 강의를 다니면서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싸우겠다는 것은 싸움을 안하겠다'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를 굴복시키는 것만이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활로다. 지금 화물이나 덤프의 투쟁은 물가와 기름값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파업으로 놔주지 않을 것이다. 그 동지들을 외롭게 하지 않겠다. 이런 투쟁을 함께 하지않고 이후에 활로를 따로 고민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석행 위원장은 그동안의 촛불집회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그리고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국민들에게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국민들의 지지도 획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에게 실망감 준 것에 사죄한다. 10일 조합원 총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감 있다. 만약 국민들의 촛불이 시들어 가더라도 민주노총이 새 촛불을 켤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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