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로 결정된 이번 서울지하철노조의 인준투표는 사실상 배일도 집행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띄고 진행됐다.

이번 찬반투표에서 배 위원장의 노선에 반대해온 4개지부 지부장들은 부결운동을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중앙집행부는 배 위원장이 당선됐던 지난 99년 투표를 상기시키며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더라도 조합원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논리로 가결을 호소했다. 양 진영의 지지 호소로 투표는 93.7%의 참여로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조합원들의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결과는 어느 쪽의 낙승도 아닌 50.08%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중앙집행부는 "지난 99년 위원장 선거와 비슷한 지지를 얻었다"며 "지난 2년 동안 분열됐던 노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잠정합의서에 대한 찬반투표 가결로 배일도 집행부는 일단 위기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50%를 간신히 넘긴 것에서 보여지듯이 향후 노조운영에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서가 가결됐지만 아직 직제개편 등 노사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 남아있어 중앙집행부로서도 지부장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직제개편을 노사가 협의 2월 안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등 합의서의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판단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중앙집행부와 4개 지부장들이 어떠한 행보를 취하게 될 지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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