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고글은 지난 22일자 정길오 노사발전재단 기획조정국장의 기고글에 대해 반론글입니다.<편집자>
 
 


며칠 전 정길오 노사발전재단 기획조정국장이 게재한 ‘우리는 진정 노사관계 변화를 바라는가?’라는 글을 보고 ‘이런 궤변이 있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판단에서 펜을 든다.

먼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이 전개했던 노사협력캠페인의 전개 과정과 대상 제정에 얽힌 얘기 등을 소개하겠다. 노사협력캠페인은 14년 전 필자가 아이디어를 내 시작한 사업이다. 무분별한 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는 당시 노동현장에 협력적 노사관계가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낸 아이디어였다. 필자는 94년 하반기 남재희 당시 노동부장관을 만나 산업평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노사협력캠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남장관은 이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했다. 당시 노동부의 많은 국·과장들은 강성노동단체인 민주노총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10여년 주관사 귀띔조차 없이 바꿔

노동부 내부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채 노사캠페인은 95년 2월부터 시작됐으나 캠페인의 효력은 엄청났다. 연간 수천 개 사업장이 노사평화선언을 다짐하는 등 노동현장에는 화합의 물결이 굽이쳤다. 노사협력·노사화합이란 용어를 쓰면 어용노조로 몰리던 시절 캠페인이 전개되자 노사는 앞다퉈 상생의 관계를 다짐했다. 한경이 ‘상생의 멍석’을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노사가 협력적 관계를 약속한 셈이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들은 캠페인 덕분에 노사협력에 불을 댕길 수 있게 됐다며 한경에 많은 응원을 보냈다. 노사평화선언은 정길오 국장이 지적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노동운동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바꾸는 데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캠페인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필자는 노사평화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생각에서 노동부에 노사화합대상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부는 대상 제정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였다. 5월1일 노동절 시상식과 중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필자는 대상 제정의 필요성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진념 당시 노동부장관이 그 뜻을 받아들여 노사화합대상이 탄생하게 됐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사문화우수기업 및 대상이다.

노사화합대상은 좌파정권 10년 동안 많은 수난을 겪었다. 전반적인 정책방향이 좌측으로 옮겨지면서 정권의 눈치를 살펴온 노동부 간부들이 대상 시상식 규모를 축소하는 일도 있었다. 이때 필자의 항의로 시상식 규모가 복원되는 등 대상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힘든 과정을 거치며 필자는 지난해까지 12년 간 노사화합대상이 유지되도록 노력했고 한경은 대상을 받은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특집으로 꾸며 상생의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힘썼다.

그런데 대상 선정사업이 노동부에서 노사발전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주관 신문사가 한국경제신문에서 모 일간지로 뒤바뀐 것이다. 이 상을 공동 주관하던 한국경제신문에는 한마디 상의나 귀띔도 없이 말이다.

재단이 공정한 게임 룰 어겼다

재단의 무용론을 주장해왔던 필자는 이때부터 재단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취재를 벌였다. 노동부 간부, 공인노무사, 경총 간부, 한국노총 전현직 간부 등 수십 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 모두는 우선 노사발전재단의 이러한 비신사적 행위에 혀를 내둘렀으며 많은 사람들이 재단의 무용론을 제기했다. 더욱이 신의와 믿음을 생명으로 하는 노사발전재단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어긴 데 대해선 한결같이 비난일색이었다. 노사파트너십은 정길오 국장 스스로 지적대로 말로 하는 게 아니다. 평소 상대에게 믿음과 신뢰, 일관성을 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사로운 개인적 욕심이나 노회한 술수, 조변석개식의 말바꿈으론 상생의 노사관계는 이룰 수 없다.

노사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선 신뢰와 믿음,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단은 페어플레이 정신과 신뢰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공부한 뒤 상생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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