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명과 상급단체 간부 1명이 26일 오전 서울 구로역 폐쇄회로(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00일 넘게 인천 부평구청역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펼쳤던 GM대우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고공농성을 두고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투쟁”이라고 말했다.

수십 미터 상공에서 좁은 공간에 혼자 있는 어려움도 있고, 철탑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려 공포까지 더한다고 했다.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가는 일 등 평범한 일상도 철탑에서는 모두 ‘특별’해진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윤종희 조합원은 38세의 여성이다.

기륭전자분회의 목숨을 건 고공농성은 지난 11일에도 있었다. 분회는 그날 서울광장 하이서울페스티발 행사장의 16m 무대 조명탑에 올라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다행히 노사정 3자대화를 이끌어냈고, 1천일 동안 막혔던 물꼬를 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회사측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제스처’를 보냈다. 배영훈 대표이사는 노사 간담회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방법을 한번 제안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회에서는 준비된 해결책을 제시했다. 기륭전자의 연구소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위한 ‘샘플라인’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열린 노사간담회에서 회사측은 올해 연말까지 연구해봐야 하고, 신제품 생산라인을 통한 고용에 대해서도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1천일을 기다린 이들에게 기약도 없이 무작정 올해 말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회사측이 제안한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은 자칫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일손을 놓은 지 3년이 되었으니 회사가 지원하는 돈으로 직업훈련도 받고 영어교육도 받으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간담회에서 흘러나왔다. 회사측은 시위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덧붙였다.

기륭전자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까지 받았다. 그러나 회사측은 벌금만 물었고, 노동자는 1천일 넘도록 길거리에 내몰려 있다. 사용자에게는 권리만, 노동자에게는 의무만 있는 파견노동을 노동계에서는 흔히 ‘노예노동’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불법파견이라면 더할 말이 있겠는가. 한 통계에 따르면 가산디지털단지 내 비정규 노동자의 비율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한때 ‘산업의 역군’으로 불리다 이젠 비정규 노동자들의 ‘무덤’이 돼버린 공단의 하늘 위에 오늘,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외침이 울려퍼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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