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미국 쇠고기 파동에 대한 대국민 설득을 위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통령의 쇠고기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미국 쇠고기 수입에 따른 축산농가 지원대책에 열중하던 정부는 광우병 괴담 확산에 솔직히 당혹했다”며 “무엇보다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청계천 광장에서 어린 학생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국민 분노의 원인을 ‘광우병 괴담’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며 "송구하다"고 앞과 뒤가 다른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쇠고기 추가협의 결과를 강조하면서 쟁점을 자연스레 한미FTA 비준으로 돌렸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세계경제 속에서 한미FTA는 새 활로가 될 것”이라며 “이미 17대 국회에서 59차 심의, 공청회와 청문회를 여러 번 거친 만큼 한미FTA 비준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국정초기 부족함은 모두 내 탓”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쇠고기 협상에 대한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자, 야당과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기갑·심상정·임종석 등 야당의원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담화는 국민을 우롱하고 야당을 협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담화문에는 잘못된 협상에 대한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와 재협상에 대한 결단이 담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국민 담화로 국민들의 분노만 가중됐을 뿐”이라며 “진정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고 생각한다면 즉시 야당과 국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들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부대변인은 “대통령의 담화는 활활 타오르는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전면 재협상만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정부는 대통령 담화가 끝나기 무섭게 오는 26일이나 27일 장관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기만적 담화를 뒤로 한 채 다시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3일 본회의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또한 정 장관을 포함해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같은날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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