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균(49) 대우일렉트로닉스노조 위원장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추진하고 있는 매각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은행과 모건스탠리PE 사이에 모종의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자산가치를 넘어서는 인수금액에 대한 의혹이다. 지난 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모건스탠리PE가 제시한 인수금액은 8천억원가량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일렉의 자산이 4~5천억원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인수금액을 제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모건스탠리PE와의 매각이 완료될 경우 실제 인수금액은 6천500억원에서 7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 노림수는 단기차익"
이 위원장은 "모건이 대우일렉의 자산가치를 상회하는 인수금액을 제시한 이유는 따로 있다"며 "사업 연속성보다는 단기투자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일렉은 현재 인천과 광주, 경북 구미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광주를 제외한 인천과 구미는 적자를 내고 있다.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인천공장을 팔 경우 2천500억원가량의 매각차익이 발생하고, 구미공장 부지는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핵심은 인천공장이다. 이 위원장은 "인천 용현동의 공장 부지개발 이후 인천시에서 제공하는 검단지구와 청라지구 부지는 또 다른 차원의 매각차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생산공장을 광주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수반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또 인천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모건스탠리PE 입장에서 노조의 3년 고용보장 요구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은행이 모건에 사전정보 제공"
이 위원장은 "우리은행측에서 모건에 이같은 사전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비밀유지협약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상적인 매각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요. 사실상 우리은행과 모건 사이의 수의계약입니다. 이런 매각이 어디에 있습니까. 투자금 회수가 우선인 우리은행 입장과 단기차익을 노리는 모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죠."
모건의 전력도 노조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모건은 지난 2006년 쌍용그룹 자회사인 (주)쌍용을 인수한 뒤 3개월만에 유상감자를 이용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모건은 2004년 인수했던 쌍용그룹 자회사 진방철강도 지난해 한국주철강공업에 되팔았다.
인천시도 우려하는 매각논란
대우일렉 매각논란은 인천시 차원의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3일 대우일렉 인천공장 유지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회사측에 인천공장 처리에 대한 계획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현 경영진 또한 MOU에 대한 내용을 모른다"며 "인천공장 처리문제는 모건이 결정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인천시는 연말까지 대우일렉의 인천공장 개발제안서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불투명한 매각 과정이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잘못된 매각을 막기 위해 노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인천시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천공장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에서 반드시 MOU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개발사업과 새로운 공장설립 등 사업계획과 실행을 점검하고,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환수해야 합니다. 조합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매각은 결단코 막아내야죠."
이 위원장은 99년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대가도 요구했다. 한때 1만여명에 달했던 옛 대우전자 직원들은 현재 2천5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만 1천500여명의 노동자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임금은 10년째 동결되고 있다. 게다가 임금수준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70% 정도에 불과하다.
"모건의 인수 이후 구조조정이 불 보듯 뻔합니다.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도 맞지 않는 매각이죠. 모건은 인수금액의 절반가량을 국내은행에서 차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순수한 외국자본 유치도 아니죠."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 정부가 나서야
우리은행의 투자금 회수정책도 꼬집었다. 우리은행은 2000년부터 대우일렉의 사업부문과 자산을 지속적으로 처분했다. 2001년 서울 구로의 반도체공장과 경북 구미의 방위산업물자 생산공장을 매각했다. 같은 시기 서울 목동과 아현동에 있던 사옥도 팔았다. 지난해에는 내비게이션과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IS사업부를 매각했다.
"우리은행이 대우일렉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산과 사업부문은 다 팔았습니다. 우리은행도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투자금액 회수에만 열중한 나머지 대우일렉의 발전에는 단 한 푼의 돈도 투자하지 않았어요."
이 위원장은 공적자금 투입기업 처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일렉 지분 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매각 과정은 우리은행이 전담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잘못되면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매각 과정을 알지도 못합니다.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올바른 매각 위해 연맹 위원장 출마 포기
지난 82년 옛 대우전자에 입사한 이 위원장은 95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97년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2001년부터 다시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옛 대우그룹의 해체와 대우일렉의 워크아웃 과정을 함께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금속노련 위원장직을 수행했다. 오는 22일 실시되는 연맹 위원장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코앞에 닥친 매각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고용이 직결된 매각을 앞두고 연맹 위원장에 출마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항간에 떠도는 위원장 출마 포기를 전제로 자리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우일렉의 올바른 매각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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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