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페스티벌 부대행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광장 한 켠에 옹색한 천막 한 동이 들어선지 7일 현재 15일째다. 김경용(47)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장이 노숙단식농성을 벌이는 장소다. 김 지부장은 서울시의 공무원 퇴출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달 가까이 벌이고 있다. 단식농성을 시작하기 전에는 14일에 걸쳐 1인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

서울시가 최근 도입한 공무원 퇴출 프로그램인 '헤드헌팅·드래프트제'는 실·국장이 마음에 드는 부하직원을 고르고, 선택받지 못한 직원은 퇴출후보군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실력이 검증된 프로 운동선수를 우선 선발하듯 공무원을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본청에만 3천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퇴출제에 불만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죠."

지난해 이른바 '3% 퇴출제'를 경험한 바 있는 서울시청 공무원들의 마음 속에는 '분노와 몸 사리기'라는 이중적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김 지부장의 생각이다.

"경험만큼 무서운 건 없잖아요. '정말 쫓겨나는' 것을 목격한 직원들은 상사의 눈밖에 날만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드래프트제가 뭡니까. 상사에게 선택받지 못한 직원은 내보내겠다는 거잖아요. 직원들은 노조가 나서서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노조에 힘을 보태지는 않아요. 그럴 수밖에 없죠."

김 지부장은 수차례에 걸쳐 퇴출제와 관련된 시청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원들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김 지부장은 생각한다.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창의시정'은 언어도단에 불과합니다. 상사 눈치 보기에 급급한 직원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 창의성이 나올 여지는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퇴출제의 끝은 '경직적 시정'인데,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오 시장만 모르는 것 같네요."

조직의 수장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은 소모적 관계를 낳는다.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상호 간 불신이 커진다.

"오세훈 시장의 남은 임기 2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진심이 우러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엇박자 정책이, 시청 직원들의 일터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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