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국노총 노동절 마라톤대회 경품추첨에서 1등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보통신연맹 소속 조합원이었다. 경품은 40인치 LCD 텔레비전. 연맹 관계자는 “다른 조직 조합원들은 마지막에 금방 자리를 떴는데 연맹 조합원들은 끝까지 남아 있다가 당첨되는 행운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1천200명의 조합원을 동원한 연맹은 최근 조직 결속력이 되살아나고 있어 고무된 상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김성태 전 연맹 위원장이 서울 강서을 지역에서 당선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김성태 한나라당 당선자는 연맹 위원장을 다섯 번이나 했다. 연맹은 23개 회원조합이 조직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조직통합을 내세워 9대 위원장에 당선된 최두환(44) 위원장을 6일 오전 한국노총에서 만났다. 최 위원장은 현재 SK텔레콤노조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사진=정기훈 기자
- 연맹 위원장에 당선된지 2개월이 지났다.

“기간사업장부터 영세규모까지 포괄하는 여러 사업장의 문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연맹이 조직적 측면에서 회원조합들에게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조직의 유기적인 결속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이해해준 회원조직에 감사한다. 특히 연맹을 중심으로 지난 총선에서 전체 회원조합이 김성태 선배의 선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연맹의 자랑이기도 하다.”

- 최근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국내 통신시장이 KT와 SK텔레콤으로 재편된 양상이다. 정보통신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나.

“최근 정보통신시장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유무선·방송·통신 그리고 인터넷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컨버전스(기술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KT·LG·정보통신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재편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구조조정이다. 두 사업체가 합병하면 중복되는 사업부문이 발생한다. 고용이 불안해지면 자연스럽게 노동조건이 열악해질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28일 AIG·뉴브리지컨소시엄에 주식 양수도 대금 1조877억원을 납입해 하나로텔레콤의 최대 주주가 됐다. 하나로텔레콤노조는 SK텔레콤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하나로텔레콤노조가 AIG-뉴브리지캐피털과 맺은 고용안정협약이 올해 상반기 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최소 5년의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연맹은 하나로텔레콤의 사례가 큰 사업장이 인수·합병됐을 경우 고용보장에 대한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두환 위원장은 “연맹 차원에서 하나로텔레콤 조합원의 완전한 고용승계와 5년 간 고용보장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통신업계의 올해 화두는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텔레비전 단말기 정보서비스)다. IPTV의 등장이 정보통신업계 고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나. 구조조정 우려와 함께 새로운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현재 세계적인 IT사업자들이 IPTV시장에서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콘텐츠 산업부문에서 고용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동안 기술이 진보하면서 새로운 정보통신 서비스가 많이 개발됐지만, 법·제도적인 제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IPTV는 정보통신 사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서비스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비스가 방송이냐 통신이냐 하는 영역 논란에서 벗어나, 기존에 구축된 방송·통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정기훈 기자
- 기간통신사업에 대거 진출한 외국인 주주에 대한 입장은.

“외국인 주주가 한국 정보통신업계를 경영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는 투자하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주식가격을 올리고, 이익을 환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투기자본의 성격이 크다.

외국자본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익을 실현한다. 첫째는 고배당으로 이익을 환수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구조조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주식가격을 높여서 매각하는 것이다. 이런 단기 성과 위주의 경영방식은 중장기 설비투자를 배제한 채 인력 구조조정·사업부문 분사·아웃소싱 등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투기성 자본이 이익을 실현한 뒤 철수하면 기간통신산업이 붕괴될 수도 있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외국인 투자한도 제한규정 폐지와 완전 개방을 요구했다. 연맹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6조)에 따르면 외국인 소유는 49%로 제한돼 있다. 이를 풀면 실질적으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최두환 위원장은 투기성 해외자본의 폐해로 뉴질랜드텔레콤(NT)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80년 정부 주도로 민영화된 NT는 90년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인 아메리테크와 벨아틀란틱에 넘어갔다. 두 회사는 1만6천200명에 달하던 인력을 4천800명으로 구조조정하고 아웃소싱·고배당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회수한 뒤, 2002년 완전히 철수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 기간통신산업이 미국시장에 완전히 개방될 경우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보통신산업의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기간통신산업 지배를 저지해야 한다”며 “이미 완전히 민영화돼 있는 정보통신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IT연맹과 연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환 위원장은 누구
지난 94년 한국이동통신 대구지사 총무과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때 SK텔레콤에서 두 번에 걸쳐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2천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이후 그는 “노동자가 회사측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강력한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98~2000년 SK텔레콤노조 사무처장, 2000년~2005년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2006년 대구지방본부 위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1월 SK텔레콤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연맹은 지난 2월 전임 위원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사퇴함에 따라 같은달 2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최두환 현 연맹 위원장이 단독 출마해 9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연맹 위원장 임기는 내년 6월까지, SK텔레콤노조 위원장 임기는 2010년 2월까지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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