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 2교대제요? 하청업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갈피도 못잡고 있습니다. 납품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원청의 교대제 개편에 맞춰 하청업체는 어떻게 교대제를 바꾸어야할지…. 그런데 교대제개편 논의에서 하청업체들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내 제조업의 노사관계 지형을 바꿀 만한 논의지만, 협력업체노동자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대제개편은 심야노동을 없애 근본적으로 원청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 하지만 협력업체노동자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이들은 임금보전이 아니라 당장 생산량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을 걱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장재성(40) 금속노련 자동차업종분과위 의장을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인 (주)새론오토모티브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자동차업종분과위는 2006년 3월3일 금속노련 소속 120여개 부품업체 가운데 76개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모여 설립했다.

◇지금도 ‘물량이라도 다오’라는 상황=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한 현대차 집행부의 안을 보면, 1직 오전반은 오전 6시40분에 출근해 오후 3시20분까지 일하고 2직 오후반은 오후 3시20분에서 밤 12시까지 일하게 된다. 장 의장은 “재고를 허락하지 않는 원청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그보다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교대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다”고 말했다.

장 의장에 따르면 협력업체가 원청에 납품할 부품을 쌓아두는 것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그는 “원청 컴퓨터와 하청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하청 생산직 관리자 컴퓨터에 1시간 단위로 물량이 내려온다”고 말했다. 원청이 납품단가인하 요구를 넘어 이미 협력업체의 재고까지 관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원청노동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로 노동시간이 줄어들 경우 줄어드는 물량과 임금을 걱정한다. 하지만 협력업체노동자들은 업체의 존폐 자체를 우려한다.

장 의장은 “하청업체들은 납품단가 인하를 받아들일 수 있다. 대신 물량이라도 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원청은 납품방식을 2원·3원화하고 있다. 원청이 예전에 한 하청에서 부품을 100% 납품받았던 것을 이제는 2~3군데 하청업체에 나누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업체마다 50개·30개·20개씩 할당한다. 그리고 누가 싸게 만들어오는지 보고, 다음해 물량에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대제개편으로 물량이 줄어들 경우 협력업체 간 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한 금속노련 산별전환=120여개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모여 있는 금속노련 자동차업종분과위에 현재 규약을 변경해 산별전환을 결의한 사업장은 단 12곳에 그치고 있다. 연맹은 올해 11월까지 산별노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의 벽은 높기만 하다.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지역본부·기업별노조에 익숙한 의식과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들의 기득권이 문제입니다. 지역본부 의장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누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죠.”

실제로 연맹 소속 간부들은 ‘원칙적으로 산별이 맞는데 현실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거나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장 의장은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들을 갖고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많다”며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연맹 소속 자동차·전자·기계 업종에서 산별을 원하는 노조를 조직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산별로 전환하기 위한 소산별 체제를 올해 안에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별노조로만으론 생산기지가 해외로 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노조에 치우친 노동동운동은 명맥만 유지할 뿐이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