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회가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선노무사제도와 공인노무사회 의무가입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국선노무사제도는 월 평균임금 150만원 미만인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권리구제를 신청하면 무료로 공인노무사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위원회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시행됐다. 또 공인노무사법 개정으로 임의가입제도가 공인노무사회 의무가입제로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공인노무사가 되면 공인노무사회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이 제도들은 공인노무사회의 오랜 염원이었다. 김용포(67)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의 꿈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회장을 맡은 지난 2001년 11월 이후 제도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공인노무사회의 내실 강화와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국선노무사제도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권리구제를 포기한 근로자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직도 법률구조를 원하는 취약 근로자가 많습니다. 이 제도는 공인노무사 사회공익활동의 지평이 될 겁니다. 노무사회의 사회적 위상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의무가입제와 관련해서도 “향후 많은 제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인노무사들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며 “의무가입으로 전환되면 회원들의 권익향상이나 제도개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용자편’ 오해 불식시킬 것

그러나 제도도입에만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제도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의 호응은 좋습니다. 벌써 300여명이 신청했어요. 이제는 홍보를 강화해 어려운 근로자들이 찾도록 하는 일이 남았어요. 또 실질적인 도움이 돼 제도가 확대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죠.”

그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노동자나 노동단체로부터 받았던 ‘사용자편’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무사회 가입과 관련해서도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다. 회원가입만 하고 활동이 없다면 의무가입제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무사회와 별도로 젊은 노무사들을 중심으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결성돼 있다. 김 회장은 이들의 참여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설계해 놓고 있다. 최근 박영기 노무사를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 또 이사 두 석을 이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총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 대화를 통해 거리감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소액임금채권 대리부터 시작할 것

김 회장은 “이제 작은 능선을 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약속했던 제도개선 중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법원 소송대리권 확보. 그는 “법원 소송대리권 확보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인노무사는 노동위원회 소송대리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소송대리권은 제한돼 있다. 노동사건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대법원까지 5심제인데 이중 2심만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위원회에서 노무사와 변호사가 맞붙어도 변호사만 법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노무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기껏해야 노동문제를 잘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정도밖에 없죠. 근로자 입장에선 선택권을 제한받는 것입니다. 변호사를 재선임하는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근로자들도 노동문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담당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도 공인노무사회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낮은 수준의 소송대리권을 확보하는 것부터 접근해볼 생각이다. 소액임금채권 대리권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체불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국선노무사제도가 잘 정착되면 사회여론도 뒷받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노무사회 차원에서도 심포지엄이나 연구용역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인노무사의 업무확대도 중요하다. 인사노무 프로젝트나 사적조정 등 전문영역에서 공인노무사들이 능력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공표한 만큼 갈등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노사관계 틀을 만드는 데 노무사의 역할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적조정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사진=정기훈 기자
업무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생각

그러나 김 회장은 “노동위원회 사건 대리는 수익면에서 어떨지 몰라도 공익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노무관리에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로자 권리구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사회공익활동’은 회장으로서뿐 아니라 공인노무사로서 그가 가져왔던 신념이자 자부심이다.

김 회장은 최근 일부 노무사의 사용자 편향적 활동으로 인해 공인노무사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산별교섭에 개입해 노사관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두고 한 얘기다.

그는 평소 노사정으로부터 ‘등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노동자든 사용자든 노동행정을 도와주는데 있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근본적으로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김 회장은 지난 4월 회장에 다시 선출됐다. 벌써 네 번째다. 공인노무사회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공인노무사회 창립멤버였고 노무사회 1기 대표·부회장·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 6년 간 회장을 맡았다. 그가 공인노무사회와 함께한 시간만 무려 22년이다. 그는 “노무사회 발전이 자신의 소명이자 운명”이라고 말했다.

“노무사회가 회원사와 경쟁적 지위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회장을 맡기 전에는 강의를 많이 했는데 제안이 와도 이제는 거절해요. 제가 소속돼 있는 정화노무법인에도 다른 구성원들에게 짐이 되는 일은 피해달라고 부탁해요. 법인에게는 엄청난 손해죠.”

그의 노무사회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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