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숙(47) 당선자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이다. 민주노동당이 당규 개정을 통해 정당 사상 최초로 여성 장애인을 비례대표 1번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곽 당선자는 스스로를 장애인·여성·소수자의 대변인라고 얘기했다. 장애인단체는 500만명 정도를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10%가 넘는 수치다.

곽 당선자는 "모든 정책분야와 의사결정 구조에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입법기관인 국회도 전체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0%를 장애인에게 할당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약이 예상된다.

곽 당선자는 "무상의료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면서 공공의료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석이라는 초라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노동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원외에 있는 지지계층의 힘으로 입법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서민과 민생을 위한 사안에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당선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진보세력 재통합 제안과 관련, 자동차 운전을 예로 들며 "현실적으로 다른 차선으로 가게 된 상황"이라며 "차선은 열어 놓겠지만 4차선에 있는 차량이 1차선으로 진입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애자 의원실을 사용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게 되나.

"그럴 것 같다. 당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상황이다."

- 보건복지위에서 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되나.

"말 그대로 보건의료·복지와 관련한 일들이 주가 될 것이다. 특히 장애인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다.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하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개진할 것이다. 당의 핵심 정책이자 우리가 꿈꾸는 무상의료를 이뤄낼 수 있도록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면서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정부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산업화와 맞물린 문제다. 지정제가 폐지되면 민간보험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이다. 민간보험사들은 국민의 건강권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민간보험의 산업화가 급격히 진척되는 것이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병원에서는 환자를 지정해 받을 것이 확실하고,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마음 놓고 의료를 선택해서 받을 수 없게 된다. 진료 받을 곳이 없어져버린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생명권과 건강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국민 전체의 생명을 해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의료의 공공성에 역행하기 때문에 민영화에 반대한다."

- 지난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다. 당선자 신분으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어쩌면 약간 다른 측면의 입장에 서게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선되기 전에는 단순히 당사자의 입장에서 주장하고 요구했다. 이제 당선자로서 요구안을 갖고 실행하고 만들어가는 책임을 지게 됐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안을 갖고 국회에서 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힘있게 투쟁하고 입법하는 활동을 추진하겠다."

- 장애인 문제가 너무 많다보니 딱히 이것이 문제라고 꼬집어 내기가 어렵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큰 틀은 모든 의사결정 구조에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입안을 할 때 의견을 반영하고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장애인에게 베푸는 정책, 시혜적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의미가 없다. 궁극적인 목적은 단 하나 모든 정책분야와 의사결정 활동에 장애인이 논의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이번 국회에 장애인 8명이 진출하게 됐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당규에 따라 비례 10%에 장애인 할당을 법제화시켰다. 하지만 다른 당은 그렇지 않다. 모든 당은 입법기관이자 정치무대인 국회에 전체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0%를 장애인에게 할당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문제가 보건복지위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상임위에 장애인에 대한 의식과 요구들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 당선자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본인을 여성·장애인·소수자의 대변인이라고 소개했는데.

"그간 장애인 운동을 하면서 성인지적 관점이 없었다. 장애인 운동은 남성중심적으로 흘러갔고 여성이라는 성적인 존재는 배제됐다. 그래서 장애운동을 하면서 여성운동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입장과 표현, 인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 봐야지, 장애인으로 뭉뚱그리면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다양성이 묵살된다.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없을 때 여성 장애인은 결혼도 할 수 없고 애를 낳을 수도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여성운동 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하면서 여성운동을 배웠다. 여성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에 들어오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변신은 성공적인가.

"시민운동가·여성장애인운동가로서 우리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도 동료적 입장에서 주도적 삶을 힘있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장애인의 중요한 요구와 정책결정을 의회를 통해 관철시키기 위해 당에 들어오게 됐다.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 정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일상적인 삶의 방식과 정치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과 태도로 임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 장애인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인가.

"당이 추구하는 정신과 방향이 다른 당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은 당헌·당규로 장애문제를 받아들인 정당이다. 18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가 50% 가까이 됐다. 다른 당에 비해 성차별과 장애차별이 없다. 비례대표 1번에 여성 장애인을 할당한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장애인 정책에 주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권이나 장애인 정책에서 다른 당에 비해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민주노동당이 얻은 5석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들이 민주노동당 의석을 반으로 줄인 것은 당에 대한 큰 질책으로 생각한다. 분당에 대해 채찍을 든 것이다. 그럼에도 5석을 살려준 것은 아직까지 서민의 정당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5석의 의석은 작은 것이지만 국민 전체의 힘을 가지고 가면 소수의 빈약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다수석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5명의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서 서민들이 잘살 수 있는 민생정치에 대해 기여를 한다면 흩어졌던 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 5석이라는 의석은 당 활동의 중심을 원내로 할지 원외로 할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5석은 원내에서 법 발의를 하거나 입법활동을 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원외에 있는 지지계층의 힘으로 입법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우리 당만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서민과 민생을 위한 사안에는 원내외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공통의 목표와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당을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중심성에 대한 견해는.

"노동자들을 통해 당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노동자 정신과 노동자 입장에서 당 활동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만을 우선시하고 농민과 장애인·소수자를 2순위나 주변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장애인 중에서도 노동자가 있고, 같은 노동자라도 장애인 노동자가 훨씬 더 열악한 입장에 놓여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열악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그 입장을 채워가는 것이 정치적 평등으로 가는 길이다."

- 민주노동당이 혁신재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바꿔야 하나.

"외연확대, 당명개정 등의 얘기들이 있는데 전체 당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혁신재창당위원회에서 큰 틀을 잡겠지만, 당원과 국민의 요구를 경청해 그 의견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혁신이자 재창당이라고 본다. 당과 국민 간의 소통의 장에서 일정부분 공백이 생겼고 당 내에서도 당 지도부와의 소통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줄이고, 일하는 서민의 정당으로서 서민의 뜻을 받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 최근 진보대연합을 매개로 갈라진 진보세력을 통합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진보라는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길은 같다. 목적지는 같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차선으로 가게 된 상황인데 지금 당장 4차선을 달리는 차를 1차선으로 들어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갑자기 진입하려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위험할 수도 있다. 함께 할 수 있도록 차선을 열어 놓되, 1차선으로 진입하려면 어느 정도 가야 할 거리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다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 18대 국회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에 힘쓸 것이다. 또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입법화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계층이 여성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생애주기별로 참여할 수 있는 (가칭)여성장애인지원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애인 자립생활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 장애인들의 소득보장을 위한 장애인연금제 실시, 근로지원인 제도를 통해 장애인의 노동권을 확보할 것이다. 지금도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적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자리를 주지 않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단문단답> 곽정숙 당선자는 누구?
-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마틴 루터 킹을 좋아한다."
 


- 삶의 좌우명은.
 
"옳은 것에 최선을 다한다. 옳은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 장향숙 통합민주당 의원 등 기존 다른 당에서 장애인 직능대표로 활약했던 의원들의 업적과 한계를 지적한다면.
 
"장애인 의원들에 대해 장애계에서 대단한 기대와 요구가 있었다. 그분들은 그런 요구를 끌어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든지, 편의증진법·장애인교육법 등에서 많은 입법발의를 했다. 의원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계나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국회에 진입한 이후 장애인 당사자와의 소통에서 미흡함이 발생했다. 장애계와의 소통에 역점을 둔다는 원칙 하에 시대가 급변하면서 달라지는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를 수시로 수렴하고 경청하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분당 과정에서 장애인단체들의 분열도 있었다.
 
"장애계 내에도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보수와 진보의 선이 더욱 확실하게 구분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분당이 되면서 장애계도 진보신당으로 가는 대열이 있고, 그래도 민주노동당에 남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장애계에서 민주노동당이냐 진보신당이냐에 대한 선택의 차이점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은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두 정당 간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확연해지고 있다. 분당이 진보와 보수에 대해 더 많은 토론을 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 장애인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다른 사회 현안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부익부빈익빈'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결국은 모두가 멸망하는 길이다. 삶에 있어 퇴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1% 부자 시대에 양극화의 끝자락에 있는 99%의 사람들을 누르고 억압하다보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밀어내는 힘이 크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서민의 입장에 서서 목숨 내걸고 서민이 살아있음을 대변하면서 공멸의 길을 막아야 한다. 신체적으로 약하고, 소수 의석으로 정당의 힘도 약하다. 여러 가지로 부실하지만 억눌리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 그 힘들을 모아내 싸워가다보면 더 큰 힘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싸울 각오는 돼 있다."
 


- 개인소신과 당의 방침이 어긋난다면.
 
"민주노동당의 힘은 상호소통에 있다. 진보정당의 힘은 개인의 의견과 당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의견이 있을 때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고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당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서민과 농민·노동자를 위한 당의 입장과 내 생각에 차이가 없다."
 


- 그럼에도 당과 의견 대립이 발생하게 된다면.
 
"당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순응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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