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서른한살이라는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어요. 회사쪽에서는 남편 이름으로 준 위로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산재신청을 할 거냐고 묻더군요.”

정애정(30)씨는 지난 2005년 7월 남편 황민웅(남, 사망당시 31세)씨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황씨는 지난 97년 10월 기흥공장에 입사해 설비엔지니어 일을 했다. 그는 입사 7년만인 지난 2004년 10월 ‘급성 림포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2005년 7월 사망했다. 그런 그에게 회사측은 지원받은 의료비, 휴직기간 중 받았던 임금, 퇴직시 위로금 등을 모두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회사측은 황씨의 죽음을 업무와 무관한 개인질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반도체 백혈병 대책위는 “황씨가 6인치 웨이퍼를 수동으로 유해물질에 넣었다 뺐다하는 작업을 담당하면서 적절한 보호장구 없이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황씨의 죽음을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라는 회사측 주장에 정씨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도 기흥공장 생산직으로 95년 10월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일을 해봤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라인에 있으면서 2002년 3월 유산이라는 아픈 경험을 겪기도 했다. 그는 “여사원들이 많은데 불임과 유산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끼리 서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제가 알기로만 산재 피해자가 12명 늘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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