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40) 증권노조 교보증권지부 지부장은 그가 사는 동네에 들어서면 ‘선생님’으로 불린다. 김 지부장이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이다. 그는 이 지역에서 교회 공부방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초등학생 20여명과 중학생 8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가 가르치는 과목은 교과서 밖 자연과 역사 등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다.매주 일요일이면 학생들과 함께 지역 동네의 자연과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닌다.

김 지부장은 대학을 다니던 25살 야학에서 처음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선택한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 교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벌써 10년째다. 읽고 쓰는 공부가 아닌 살아있는 체험학습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 농가가 많이 남아 있고 마을 앞뒤에 견달산과 봉화산이 있어 학습소재가 풍부하다. 먼 곳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지나쳤던 역사와 자연현장을 찾아 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김 지부장의 역할이다.

문봉동 일대는 과거 6·25전쟁의 접전 지역이기도 하다. 근처에는 이름 모를 무덤이 7개 있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전쟁 중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늘 우리가 사는 곳이지만 관심 없이 지나치다보면 소중하나 역사적 사실도 지나치잖아요. 일상 속에 묻혀가는 곳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현장의 유래에 대해 말해주죠.”

김 지부장은 학생들에게 역사를 전할 때 서구문화 중심으로 해석된 역사가 아닌 우리역사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초가집과 온돌문화가 서양에서는 미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과학적인 삶의 터전이에요.”

또한 김 지부장은 역사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지난 2001년에는 학생들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에 위치한 ‘연산군 금표비’를 찾았다. 연산군이 유흥을 위해 백성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말뚝을 박아놓은 곳이다.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면 역사가 외워야 하는 지식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뿐만 아니라 김 지부장은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며 자연체험학습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사계절 다른 채소를 심고 가꾸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그리고 한강하류에 살아있는 생태를 함께 관찰하며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훼손된 모습을 보기도 한다. 김 지부장은 이런 실천들을 생활 속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한다.

“큰 것이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 물결을 이뤄나가는 것이 운동이라고 봅니다. 내가 사는 생활터전에서부터 평등과 인간존중을 접목시켜 나가는 것은 작지만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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