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인(46) 건설사무노조 한양노조 위원장은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은 수영(3.9킬로미터)·도로사이클(180.2킬로미터)·마라톤(42.195킬로미터)을 17시간 안에 완주한 ‘철인’에게 붙여지는 호칭이다.

“철인3종 경기에 입문하는 사람에겐 완주하는 것이 꿈이에요. 그 다음은 하와이로 가는 것이죠.”

매년 9월 하와이에서는 ‘코나 아이언맨대회’가 열린다. 각 지역대회에서 뽑힌 철인들이 모여드는 세계 챔피언 대회다. 축구로 말하자면 월드컵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은 10여명 정도. 김 위원장도 아직 하와이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2002년 철인3종 경기에 입문한 그는 네 차례 풀코스를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지난 2005년 제주도에서 달성한 12시간 3분. 외국인을 포함해 1천200명 정도가 참여한 대회였다. 당시 김 위원장의 순위는 60위권이었다.

“철인3종 경기에서 순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끝까지 완주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까요.”

김 위원장은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철인3종 경기에 왜 빠져들게 됐을까.
“80년을 산다고 했을 때 인생의 굴곡이 여러 번 있겠죠. 이 경기도 각 종목이 끝날 때마다 굴곡이 있어요. 수영을 하기 전에는 정말 긴장됩니다. 물속에 뛰어들기 전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아요. 그 자리까지 온 것이 감격스러워서요. 수영이 끝나면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사이클이 가장 쉬울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180킬로미터를 달리다보면 정말 눈물 납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골인지점에 도달하죠. 그 희열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김 위원장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외환위기였다. 9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를 인수한 주택공사는 외환위기 때 ‘공기업은 철밥통’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주공의 자회사였던 한양은 구조조정 1순위가 됐고 회사 직원의 절반이 넘는 6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계열사는 다 정리되고 건설부문만 남았다. 당시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김 위원장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회사가 파산하면서 노조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조합비도 없어 자체적으로 영리사업을 했죠. 노조를 지켜야 하나 회사를 떠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먼저 스스로를 이겨보고 싶었습니다.”

김 위원장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는 마라톤을 할 때의 힘겨워하는 사진이 깔려 있다. 그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그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수영·사이클·마라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종목은 뭘까.

"세 종목 다 애착이 가죠.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게 했던 사이클이요. 경기 시간이 가장 길다보니 오랜 시간 고통이 따르죠. 경기를 완주하면 탈진 증세에 복통이 오고 다리에 쥐도 납니다. 거의 폐인이 되죠. 하지만 끊을 수가 없어요. 이제 철인3종 경기는 제 인생이 됐거든요."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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