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으로 꼭 일등을 해야 합니까. 일등하는 조직이 가장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고용불안 없는 환경에서 조직 경쟁력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노조가 할 일을 찾겠습니다."

지난 1월 3선에 성공한 석봉호(41) 증권노조 굿모닝신한증권지부 지부장은 지난 4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고용불안과 단기성과주의가 만연해 있는 증권사를 직원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불안 속 노동강도 심해져


최근 몇 년사이 금융권은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대형화가 뚜렷해졌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지난 2002년 신한증권과 합병해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됐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005년 구조조정으로 2천300명이 넘는 조직이 1천550명까지 줄었다. 석봉호 지부장은 2006년 취임할 당시 '혁신'을 결심했다.

"회사의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만들기 위해 노조로 다시 돌아왔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상근간부도 교체하고 경쟁력 없는 임원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3선에 성공한 지금 그는 또다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바로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회사의 독자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직원들의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사 비전에 대한 고민과 인수합병으로 인한 고용 불안감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 구조조정을 경험한 이들이기에 그 불안은 더욱 크다. "구조조정은 조직의 문화와 역사를 깨고 효율만 남깁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조가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에 찾아온 변화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뿐만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벽이 허물어진 업무 다변화는 증권노동자의 노동강도 심화로 이어졌다. 증권사는 현재 준비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업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증권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높지만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시시각각 변화는 시황에 따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증가합니다. 어떠한 보상도 이들의 척박한 삶을 보상해줄 수 없습니다."

실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문화도 노동강도 심화의 주요 요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회사들의 자산유치를 위한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직원들을 쥐어짜면 나온다는 발상에서 나온 단기성과주의에서 비롯됐습니다. 금융은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캠페인은 무리한 영업으로 사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큽니다."

단기간에 영업이 이뤄지다보니 고객들에게 상품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직원들 또한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만큼 사후 위험이 발생할 요인이 크다. 캠페인 기간에는 실적 향상을 위해 연고를 통한 판매까지 이뤄져 직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비정규 문제 원칙대로 해결할 것

얼마전 굿모닝신한증권지부는 회사에 요청해 굿모닝신한증권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에서 코스콤을 제외시키기도 했다. 석 지부장은 비정규직 등의 사회적 문제를 기업들이 인식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들을 제기해주는 것이 바로 노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 노동자를 탄압하는 부도덕한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것은 노사가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비정규직문제가 코스콤의 사업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칠거라 생각합니다." 그 또한 비정규직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특별하다. 현재 지부 조합원 1천340명 중 자발적 비정규직을 제외한 비정규직 비율은 7~8%로 동종업계에서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비정규직문제 해결에 적지 않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석 지부장은 지부의 아킬레스건이 콜센터라고 했다. 지부는 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매년 임금인상률을 정규직의 1.5~2배로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금인상률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2년 후면 전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것이라 예상하고 잇습니다." 비정규직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하려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대로 해결하다는것이 그의 생각이다.

장기보상시스템으로 전환돼야

석 지부장은 지난 몇 달 간 현장 조합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고민들을 시작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오랜 회사를 다니기 위해 회사 대표와 주주들을 위한 단기보상이 아닌 직원들의 노후가 보장되는 장기보상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어려움을 회사가 분담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몇 해 전에는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한 직원의 전세대출자금 마련을 위해 성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사실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어려움을 가진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영업 중 사고나 직원과 그 가족들이 아플 때 회사가 힘이 될 수 있도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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