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기사1>

'불경기' 탓에 파출업무도 감소

파출수납은 상점을 비우고 은행을 찾기 힘든 시장 상인들을 위해 도입됐다. 은행 직원이 각 상점을 돌면서 예금 등 은행업무를 대신 해주는 것이다.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의 경우 은행이 문을 연 지난 93년부터 파출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이 불경기에 접어들면서 파출업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8명으로 시작한 파출업무 직원이 4명으로 감소했다가, 지금은 2명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년 전만 하더라도 한 바퀴 돌면 6천만원 정도는 나왔는데 이제는 2천만원이 조금 넘거나 못 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파출수납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파출수납을 중단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남대문시장 안에서도 ㄱ은행이 파출수납을 중단한지 3년이 넘었다. 또 다른 은행은 매일 나가던 파출수납을 3일(월·수·금)로 줄였다. 남대문시장지점은 새벽 상인들의 예금을 돕기 위해 새벽 파출수납을 했지만, 지금은 오전 10시, 오후 2시30분, 오후 4시 등 하루 세 번만 실시하고 있다.
예컨대 아동복 상가의 경우 밤 11시에 장사를 시작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장사를 했지만 요즘은 장사가 되지 않아 새벽 4시를 넘기지 못하고 철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파출수납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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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2>

“올해가 작년보다 더 힘들다”

재래시장은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남대문 시장은 국내 최대규모 시장이지만 경제사정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특히 남대문 시장의 자랑거리였던 새벽시장도 불경기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의류사업의 중심지였다던 남대문시장의 명성이 무색하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김기팔씨(가명·56)는 “80~90년까지만 해도 밤 11시 정도면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 차가 서울역부터 밀렸는데 지금은 시장주변에만 차들이 늘어서 있어.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는 큰 고객인데. 이제 도매는 죽었다고 봐야지.”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산한 도매상가에는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대형의류상가와 대형마트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남대문시장 지하상가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는 박찬수(66)씨는 “예전에는 밤새도록 일해도 돈 긁어모으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어. 그 돈으로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는데 요즘은 손님 구경하기도 힘들어”라고 우려했다.
아동의류를 판매하는 임영애(47)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옛날 같은면 봄도 되고 해서 부모들이 아이들 옷 사려고 올 만한데. 어째 양말 한 짝 사러오는 손님도 없어요.”
아동복의류점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귀숙(35)씨는 파출업무에 대해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이야 가게 비우고 큰 돈 들고 은행가기 무섭잖아요. 근데 직접 찾아와주니 정말 편리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금할 돈이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은행에서 파출수납을 줄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잖아요. 장사가 예전 같지 않으니. 그래도 상인들한테는 필요한데 은행이 돈 되는 손님들만 찾지 말고 우리 같은 상인들한테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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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기사3>

파출수납 필수품 '전자가방'

은행의 파출수납은 고액을 휴대하기에 항상 도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파출업무에 사용되는 전자가방은 100~150미터 이내 거리에서 리모컨으로 가방의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 운송자와 5~8미터 떨어지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고, 가방 전체에 고압전류가 발생한다. 가방 안에는 상인들의 통장과 지폐가 들어 있다.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가방 자체 무게만 3~4kg 정도. 보통 전자가방에 넣고 나가는 통장수만 150~200개에 달한다. 특히 외부에서 각종 세균의 온상인 돈을 매일 만지는 일을 하다보면, 파출수납 담당직원이 결핵에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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