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1% 부자정부’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연이어 개헌선을 훌쩍 넘긴 203석의 보수국회가 탄생했다.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진보를 지향하고, 서민을 대변할 의원은 채 한 줌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특권층을 위한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할 힘은 한 줌의 국회의원에게 맡겨졌다. <매일노동뉴스>는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연쇄인터뷰를 통해 18대 국회에서 이들이 펼칠 활약상을 미리 예상해 본다. <편집자> 

 
 

강기갑(55) 민주노동당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서 집권당의 사무총장을 쓰러뜨린 것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연상시키곤 한다. 그렇지만 강 당선자는 하루 7~8번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박사모 지지’, ‘친박정서’, ‘공천심판’ 등 거의 매뉴얼 같은 질문에 식상한 표정을 짓는다. 총선 승리에 도움은 됐지만 결정적 한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서민의 대변자이자 농민의 아들이다. 유권자의 팔이 결국 안으로 굽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당선자는 한미FTA 반대에 앞장선 '전사'다. 17대 국회 유일한 농민 출신 의원으로 한미FTA에 반대해 국회의원 최장기간 단식기록을 세우며 원내외 싸움을 주도했다. 중앙당 방침과도 때로는 비타협하면서 한미FTA 협상에 대한 진보진영의 투쟁 방식을 정형화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한미FTA 협상을 완결짓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18일 한미FTA 선결조건이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됐다. 강 당선자는 이에 항의해 19일부터 청와대 앞 노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미국 방문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국민 목숨까지 팔아버린 처사”라고 강력 항의했다. 5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비준동의안 처리가능성에 대해선 “협상안에 찬성은 하지만 비준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원까지 손을 잡고 18대 국회로 비준동의안을 넘기는 것이 1차적 과제”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과 정부가 한미FTA 국회비준동의안에 대한 5월 임시국회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미FTA에 반대하는 통합민주당 의원들과 우선 연대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에도 그런 의원이 있다.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찬성은 하지만 비준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는 의원도 많다. 그런 사람까지 함께 손을 잡고 17대 국회 비준을 막아내겠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독인지 약인지, 실인지 득인지를 돋보기를 들이대고 잘 살펴야 한다. 그렇게 18대 국회로 비준동의안을 넘기는 것이 1차적 과제다."

- 미국에서는 정권교체가 예상됨에 따라 미 의회에서 재협상 내지 보이콧 흐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미국의 대선주자들 역시 한미FTA 세계화는 노동자·서민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소수 재벌의 이익보다는 다수 서민의 입장을 의식해 대선까지는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목축업자의 표를 의식해 쇠고기 전제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정치공세를 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반대 입장에 대한 추이를 봐가면서 행보를 맞춰야 한다."

- FTA 반대 '전사'로 유명하다. 한미FTA가 국회를 통과하면 안 되는 이유는.

"절차상의 졸속과 부실, 그리고 내용상의 불평등이다. 정부가 협상한 것을 국회가 제대로 검증하고, 따지고, 대책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는 17개 분야에 이르는 방대한 협상으로 헌법과 법률도 수없이 개정해야 한다. 경제적 후폭풍 문제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복지·의료·문화·사회에 대한 변화까지 몰고 올 협정이다. 검증 과정 없이 비준하자고 몰아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밋빛 미래만을 과대광고하며 국민을 속여서도 안 된다. 미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고, 미국 의회는 고민도 하지 않는 마당에 우리가 서둘러 경제적 효과 운운하며 불평등 협정을 체결하려 드는 것은 맞지 않다."

- 선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실세인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꺾었다.

"상대가 대통령 최측근이자 실세이다보니 그 바람을 잠재우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하지만 그 큰 힘을 어디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겠냐, 항상 부자에게 쓰지 않겠냐. 이런 전략으로 맞섰다. 나는 서민의 대변자이고 농민의 아들이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을 것으로 봤다. 우리의 대표를 우리가 뽑자고 설득했다. 공천파동에 따른 반이방호 정서와 밀접하게 융화되면서 사천 시민의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됐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사천의 친척 연고자들에게 전화를 했다. 지지율이 일정 정도 올라갈 때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봄바람처럼 순풍으로 일어났다. 외부에서 지원 나온 선거운동원들도 열성적으로 뛰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최우수연구단체상을 4년 내내 받은 의정활동 실적을 집중 부각시켰다. 전국에서 많은 기운들이 몰리는 것을 느꼈다. 우주만물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그런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 강기갑 의원의 당선에는 박근혜 살리기의 효과를 봤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박사모의 도움을 받았다고 언론에서는 이야기한다. 이방호 사퇴 기자회견을 한 것을 빼고는 활동이 전무했다. 기본적으로 지난 4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민심에 상당히 깔려 있다고 본다. 4년 동안 지역구 관리를 특별하게 하진 못했지만 의정보고회는 착실히 했다.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선거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지 못하면 언제나 당선된 사람들은 당에 줄서려 하고 당의 권력을 잡으려 하지 우리 농민·어민·서민을 위해 일하려고 하겠느냐. 이 병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 서민들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교육적으로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 요지로 말을 하다보면 의정보고회 자리에서 박수가 스무 번도 넘게 터져 나온다. 그런 노력이 한나라당의 공천파동과 잘 연결되면서 상승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다."

- 민주노동당 의석수가 10석에서 5석으로 줄었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다른 당 다섯 분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또한 10개 상임위에서 민생을 살피고,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이 5곳으로 줄어들면서 한계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10명이든 5명이든 숫자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섯이든 열이든 소수 정당으로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거대한 소수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노동자·어민·농민·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주역들과 함께 그들의 힘으로 정치를 한다면 5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 5석이라는 의석은 당 활동의 중심을 원내로 할지, 원외로 이동할지를 고민하게 만들 텐데.

"우리를 원내로 진입시켜 주신 분들은 국민들이다. 원외에서 투쟁이나 그런 것들을 해야 하는 역할은 분명히 있고, 원내에서는 자기 책무와 직무를 다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고 본다. 물론 원내외를 떠나 서민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최근 진보대연합 등 재통합 주장에 대해서는.

"시대적 정치적 요구가 진보의 힘들을 다 모아가는,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수대준동이 일어난 상황에서 진보정당이라면 당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서, 평등을 위해서, 통일을 위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건설을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분당 자체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진보정당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보정당을 사랑하고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모으고 다시 합칠 수 있다면 그 길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 혁신재창당 뒤 당권도전에 나설 계획은.

"나는 전혀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이고, 원내에서 할 일이 많다. 당내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와 원외의 역할을 분담한 것은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통합적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부분들, 체계화되지 못한 부분들은 반성할 지점이다."

- 18대 국회에서도 농해수위 상임위를 맡을 계획인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러고 싶다. 지금 식량위기가 발등의 불이다. 식량과 식탁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농어민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건강권 문제다. 식량위기를 대비한 정책과 대안을 세우고 싶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져가서는 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면 올바른 사회로 가기 힘들고 소수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신뢰받고 박수받는 정치, 서민의 살림살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정치를 꼭 하고 싶다. 양극화·비정규직·재래시장·지역경제 활성화 문제 등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를 살리는 그런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

- 왜 정치를 계속하려고 하는지.

"비례대표로 지명도를 갖고 있는 만큼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정치농사를 잘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민중은 정책의 요구자가 아니라 입안자가 돼야 하고, 정치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 전국농민회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절박한 요구로 국회에 들어왔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비록 힘이 부치고 내 몸에 맞지 않더라도 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농민·서민들의 권리를 찾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 내가 짓는 농사보다 더 큰 일이라고 한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시밭길이라도 내 편할 도리로 가서는 안 되겠기에 다시 선택했다."
 

<단문단답 > 강기갑 의원은 누구?
- 인기를 실감하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실감을 한다. 하루에 7~8번 이상을 진행하고 있다." 
 

- 강기갑 의원은 대중정치인인가, 아니면 민생운동권인가. 
 "민생정치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총선시기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농민회다. 다들 안 나서려고 할 때 적극적으로 뛰어주셨다." 
 

- 18대 국회에서도 한복과 수염 등 강기갑의 패션스타일은 계속되나. 
 "한복은 끝까지 계속 입으려고 한다. 수염은 고민이 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나이 많은 분들로부터 제발 깎으라고 하는 성화를 받았다. 그래서 당선되면 여론조사해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도 드렸는데 고민하고 있다." 
 

- 농촌 총각이 결혼하면 수염을 자르겠다고 했는데. 
 "농사를 지을 때도 자연농법으로 풀도 안 자르고 키운 사람이다. 첫 쌍을 결혼시킬 때까지 수염과 머리를 안 자르겠다고 했는데, 또 다른 결혼쌍이 나올 때까지 털보가 본모습이 돼가지고 매일 아침마다 면도를 하려니깐 힘이 들었다. 자연스럽지도 못한 것 같고. 지역구 의원이 되다보니깐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그냥 눈감고 모른 척 하기도 어렵다." 
 

- 두루마기는 몇 벌이나 갖고 있나. 
 "철따라 두루마기가 있다. 봄과 가을은 두벌씩 대여섯벌 있다." 
 

- 신토불이 음식이 아니면 드시지 않는다고 들었다. 
 "국산 음식만 먹는다. 밀가루 제품은 먹지 않는다. 우리 밀농사 가지고 빵 만들어 먹고, 반찬 지지미 부쳐먹고, 대부분 우리 농산물로 식탁을 꾸리고 있다." 
 

- 지역구 주민이 미국산 비프 스테이크를 사달라고 청한다면. 
 "잘 이해를 시켜서 그런 것보다는 우리 국산이 좋다고 얘기하겠다." 
 

- 선거 과정에서 만난 사람 중 꼭 들어주고 싶은 민원이 있다면. 
 "우리 농민들이 비료값, 어민들의 기름값 등 절박한 호소들이 많았다. 또한 비정규직문제와 특히 우리 아들이 어느 학교에 나왔는데 집에서 놀고 있다며 취직 좀 시켜달라는 하소연도 귀에 쟁쟁하다." 
 

- 농민이 좋은가, 국회의원이 좋은가. 
 "농사꾼이 딱 맞는 적성이다. 정치권은 삭막하다. 사실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농어업과 농어민을 위해서 역할이 필요하고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 국회의원으로서 일반 국민에게 꼭 기억에 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튼 열심히 일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최선을 다했던 사람, 한눈팔지 않고 깨끗하게 살았던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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