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관리원노조 파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천만(45) 위원장은 요즈음 많이 놀라고 있다. 조합원들의 열기에 놀라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또 한번 놀란다.

“장시간 계속되는 교육과 파업프로그램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들이 없어요. 31개 사업장에서 흩어져 근무해 낯설 텐데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파업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관리원노조는 필수인원 30여명을 현장에 남기고 150여명만 파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들 30여명도 일을 마치고 파업장소인 강화도로 달려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잘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조합원들이 파업은 고사하고 외부연대활동의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파업을 시작하기 전 시설물을 점검 등 해야 할 일을 미리 앞당겨 마쳤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조직애도 강해지고 상급단체에 대한 실체도 몸소 느끼고 있다”며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현재로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민들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번갈아가며 강화도로 달려와 조합원들이 먹을 밥과 반찬을 만들어 줬다. 뿐만 아니다.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서명운동을 지지하는가 하면 홍보물을 대신 부착하는 수고도 기꺼이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흐뭇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SH공사의 민영화 방침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노조의 요구대로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다.

“파업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어요. 현재도 열악한데 민간위탁으로 넘어가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은 더 열악해질 겁니다.” 관리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76시간 근무한다. 이렇게 일해 봐야 일년에 기껏 2천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 돈으로는 가정을 꾸리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민간위탁으로 넘길 경우 이마저도 유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비용문제를 이유로 민간위탁을 강행하려는 공사의 방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영아파트 관리원의 경우 청소와 유지보수·경비 정도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 건설한 임대아파트의 경우도 시설이 고급화돼 있어 관리원들의 손이 덜 갑니다. 그런데 저희가 근무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노후된 데다 장애인이나 새터민, 모자가정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인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관리원들이 근무하는 대형임대아파트 단지의 내외부 환경을 고려할 때 비용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그는 “공사는 중계단지의 경우 민간위탁으로 26%의 인건비를 줄였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원이 11명에서 7명으로 30%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용역인력이 더 비싸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과 주민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투쟁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가 민간위탁을 강행할 경우 사회문제로 확대시키는 한편 점거농성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잘못했던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돌아가서는 더욱 열심히 일 할겁니다. 또 어려운 노조 투쟁에도 적극 연대할 생각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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