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치러지는 한국노총 화학연맹 위원장 선거에 기호 1번 한광호 후보와 기호 2번 박헌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9월 화학연맹 위원장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연맹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가 신청한 ‘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및 직무대행 선임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연맹은 같은해 12월부터 위원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기호 1번 한광호(51) 후보를 만났다.

한광호 후보는 지난 78년 쌍용양회에 입사해 96년 동해공장노조 지부장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 쌍용양회노조 위원장에 당선돼 지금까지 연임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한 후보의 목은 쉬어 있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지방 합동유세를 강행군한 탓이다. 17개 지방본부 합동유세는 14일 강원지역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한 후보는 “정신없이 다닌 것 같다”고 지난 2주를 되돌아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선거 홍보물의 첫 구호가 '위기의 화학연맹'이다. 어떤 위기를 말하는 것인가.

“현재 연맹이 분열돼 있다. 박헌수 위원장이 한 번 더 위원장을 맡으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탈퇴할 조직이 많다. 단위 사업장 노조 위원장도 아닌 연맹 위원장인데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 내에서도 연맹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 분열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나서야 조직을 화합시키고 위상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법적다툼을 거친 후 화학연맹의 조직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화학연맹 48년 역사상 최대 위기다. 절반으로 갈 것인가, 화합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할 선거다. 박헌수 위원장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노동판에서 도덕성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나. 지난해 7월 법원은 박헌수 위원장의 당선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직무도 정지된 상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연맹은 달라지지 않는다.”

- 핵심공약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공약은 '연맹의 화합'이다. 분열된 조직을 화합시키는 데 1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헌수 위원장이 연맹 일을 그만두면 조직을 화합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6대 핵심공약은 현장 중심의 연맹 건설, 업종분과·지방본부 강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철폐, 조직확대, 전문적 연맹 건설, 노동운동 중심 연맹 건설이다. 특히 사무처에 지방본부 담당자를 배치해 지방본부문제를 연맹 사무처의 일상적인 업무로 전환할 생각이다.”

- 조직복원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맹 조합원이 10년 전 10만여명에서 최근 5만여명으로 감소했다. 한국노총에서 금속노련과 함께 큰 규모를 자랑하던 연맹의 세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초에도 조합원 800여명인 삼양식품이 연맹을 탈퇴하고 식품노련으로 옮겨갔다. 위원장에 당선되면 과거에 연맹을 떠나간 다른 연맹을 통합해 조직을 확대해 나가겠다. 연맹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크게 대통합을 내세운다면 다른 연맹과 진지하게 통합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화학연맹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들도 점점 세가 줄어들고 있다. 서로에게 위기다. 함께 대통합 산별 체제로 가면 현장의 제조노동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화학을 중심으로 제조연대를 만들어 공동 대처하자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소산별로는 연맹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 최근 화학산업 전반적으로 노조활동이 퇴조하고 있는 추세인데.

“제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선거 후유증으로 그동안 많은 조직들이 이탈했다. 99년 선거가 끝나고 하이트노조가 탈퇴했다. 연맹의 포용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연맹이 침체된 조직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거의 기능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조직이 하나로 뭉쳐야 정부 정책에 대응해 일을 추진할 수 있는데 지난 3년 간 연맹이 제 구실을 못했다. 선거 후유증으로 연맹에 염증을 느낀 단위노조들이 많다.”

-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현장으로부터, 정부로부터, 다른 노동단체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다른 노동단체들도 연맹을 새롭게 봐줘야 한다. 자존심을 빨리 회복해야 단위노조들이 연맹을 신뢰하고 함께 할 수 있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위원장에 당선되면 개혁을 통해 연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이 출마의 이유이기도 하다. 연맹 위원장이 바뀌지 않으면 지금 상태에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임기 중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전면 재고해야 한다. 연맹 산하 조직의 80%가 200명 이하 조직이다. 전임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조직의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규모 사업장에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된 상태에서 복수노조까지 들어오면 연맹 전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화학연맹이 법개정 투쟁에 주도적으로 나서 막아낼 것이다.”

- 당선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판세는 중요하지 않다. 연맹이 바뀌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그것이 전체 노동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유세기간 동안 6개 지방본부 대의원들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연맹 선거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지를 결의한 본부는 서울·울산·경기남부·부산·강원·충남지방본부다. 대의원들이 연맹의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광호 후보 약력
57년 강원도 영월 출생
78년 쌍용양회공업(주) 입사
96년~99년 쌍용양회 동해공장 노조 지부장
2000년~현재 쌍용양회노조 위원장
2001년~현재 화학연맹 부위원장
2005년~현재 화학연맹 시멘트분과 의장
2007년~현재 강원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2007년~현재 화학연맹 강원지방본부장
2008년 한국노총 중앙위원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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