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기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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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투, 쓰리, 포….”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연습실. 열린음악회 녹화를 4시간 앞두고 KBS예술단 소속의 무용단원들과 합창단원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3분 남짓한 노래 한 곡을 위해 30시간 이상 무용연습을 하고 화음을 맞춘다. 가수보다 주목받진 못하지만 몸짓과 목소리로 TV프로그램을 빛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24시간 망치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KBS드라마 세트장과 예능프로그램 무대를 만드는 디지털미술센터 직원들이다. 집 한 채를 짓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음악공연장을 순식간에 어린이 프로그램 녹화장으로 변신시킨다. 하루 밤 사이면 족하다. 이들 모두 KBS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숨은 공신들이다. <매일노동뉴스>가 화려함 뒤에 숨겨진 예술단 소속 노동자들의 노력을 뒤따라가 봤다.


<사진 = 정기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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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빛이 나지 않은…

무용단원들은 ‘Can’t take my eyes off you’ 곡에 맞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가수의 요구로 공연 당일 곡명이 바뀌었다. 14명이나 참여하는 곡이다 보니 동선을 짜고 동작을 통일시키기가 쉽지 않다. 안무담당자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무용단원들 옷에는 땀이 흥건히 배었다. 연습은 점심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계속됐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되는 드라이리허설(가수와 음악을 맞추는 연습)에 맞춰 동작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갑자기 곡명이 바뀌면 정말 난감합니다. 이 곡 외에 무용이 들어가는 노래가 두 곡이나 더 있거든요. 안무를 다 외워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무용단 총무를 맡고 있는 오선정씨는 "몸이 고달픈 것도 그렇지만 수시로 바뀌는 안무를 외우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곡이라도 편곡에 따라 박자와 분위기가 달라져 안무를 다시 짜야 한다. 오씨는 “한 프로그램에 보통 3~4곡 정도 무용이 들어가는데 인원이 적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가수 심신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에 14명, 소프라도 이정미의 ‘꽃밭에서’ 6명, 김도향 등이 부른 ‘사랑 사랑 사랑’에 12명이 투입됐다. 단 3곡에 단원 대부분이 투입됐다. 그런데 한 번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연습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드라이리허설에 이어 실제 녹화와 똑같이 진행되는 카메라리허설이 기다리고 있다.

본 녹화까지 세 번을 뛰어야 한다. 세곡을 모두 뛰는 단원의 경우 9곡에 맞춰 춤을 추는 셈이다. ‘엔지(NG)’라도 나면 열 번도 좋고 스무 번도 좋다. 한 곡이 끝나고 무대 뒤로 돌아오면 다들 마루에 주저앉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움직이기가 쉽지 않지만, 곧 다음 곡을 준비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오후 1시, 합창단도 피아노반주에 맞춰 막바지 화음 연습을 했다. 열린음악회에서 공연될 10곡 중 9곡에 합창이 포함돼 있다. 3곡은 안무까지 해야 한다. 단순한 안무라 해도 노래와 함께 하려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신곡이라도 끼어있다면 연습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합창단원들은 이날 열린음악회 외에도 콘서트 7080 녹화에도 참여해야 한다.

오후 4시, 카메라리허설을 앞두고 무대 뒤에 긴장감이 흘렀다. 단원들은 모니터를 꼼꼼히 살피며 자신의 차례를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녹화가 끝나자 서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로 입단 14년째라는 박희정씨는 “10년이 넘어도 무대 앞에 서면 늘 긴장된다”며 “틀리지 않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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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녹화-모니터링' 빡빡한 일정

가요무대, 열린음악회, 콘서트 7080, 도전 주부가요스타, 전국노래자랑, 사랑의 리퀘스트…. 무용단과 합창단이 일주일 동안 소화해야 할 무대들이다. 일주일 내내 오전에는 연습을, 오후에는 녹화와 모니터링을 한다. 일정이 빡빡하다. 월요일에는 가요무대, 화요일에는 열린음악회와 콘서트 7080, 수요일에는 도전 주부가요스타 녹화가 예정돼 있다.

금요일에는 음악연습을 하고 토요일에는 다음주 녹화분 안무연습을 한다. 전국노래자랑과 사랑의 리퀘스트,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에서 요청이 있을 때는 별도의 짬을 내 연습해야 한다. 이에 앞서 무용단·합창단을 총괄하고 있는 예술단 부단장과 프로그램 제작진이 사전에 곡명 선정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뒤 각 단별로 회의를 통해 역할을 나눈다. 목요일과 일요일은 연습이 없는 날이지만, 특집프로그램이 잡혀 있으면 휴식은 포기해야 한다. 이번주도 근로자문화제 녹화가 예정돼 있어 쉬기는 틀렸다. 특집프로그램이 집중돼 있는 연초·연말에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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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골다공증은 ‘고질병’

무용단과 합창단은 각각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무용단은 안무가 2명과 단원 18명, 합창단은 지도와 연주자 각 1명과 단원 18명이 전부다. 2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으로 일주일에 6~7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무대가 넓어져, 활동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연출진들은 한 곡에 많은 사람이 뛰길 원한다.

합창단은 참여해야 할 곡 숫자가 더 많다.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18명을 3개조로 나눠 순서대로 배치한다. 많은 곡을 소화하다보니 장르와 단원들의 장점을 고려하기는 어려운 상황. 3명뿐인 남성단원들은 순서와 상관없이 필요할 때 수시로 투입된다. 인원이 부족할 때는 객원단원을 임시로 초빙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단원들의 어려움이 많아요. 전공과 무관하게 대중가요·재즈·트로트·국악·클래식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해야 합니다. 만능엔터테이너가 돼야 하죠. 짧은 시간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무용단 안무를 책임지고 있는 홍경희씨는 “외부무용단의 경우 6개월가량을 연습해 곡 하나를 완성하지만 우리 단원들은 일주일에 10곡 이상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리하게 몸을 쓰다보니 단원들은 한두 가지 고질병을 달고 산다. 무용단원들에게 타박상은 흔한 일이고 관절염이나 골다공증은 지병이 된지 오래다. 합창단원들의 경우 성대 결절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단원들 스스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실수를 할 때 제일 속상하다. 한 번의 실수로 오랜 시간 땀 흘리며 연습한 것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무대 옆에 마련된 모니터를 보다 들어갈 때를 놓쳤어요. 뒤늦게 뛰어 들어갔는데 당황해서인지 동작도 틀리고 엉망이었죠. 며칠을 연습했는데 너무 속상해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수가 틀리면 모를까 무용단이나 합창단이 틀렸다고 녹화를 다시 하진 않아요.”

박희정씨는 “힘들어도 단원 전체가 호흡이 잘 맞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면 보람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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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집 한 채도 ‘뚝딱’

무용단과 합창단이 뛸 무대를 만드는 일은 디지털미술센터 직원들의 몫이다. 이들은 KBS별관에서 촬영하는 드라마의 세트장과 쇼 프로그램 무대를 제작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찾아간 지난 11일 A홀에서는 인기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세트장을 철수하고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 세트장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녹화가 끝난 뒤 소품팀이 촬영에 사용한 소품을 옮기면, 세트장 철거가 시작된다.

망치질을 하고 못을 뽑아내고 세트를 분리한다. 해체된 세트는 끌차를 이용해 보관창고로 옮긴다. 3층 높이의 지지대에 올라가 조형물을 떼어내는가 하면 대형구조물을 끌차에 싣는 위험한 일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떼어낸 구조물이 손상되지 않게 조심조심 운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녹화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뚝딱, 뚝딱 1시간30분이 지나자, 집 한 채가 사라졌다.

30분가량 휴식을 취한 후 ‘미우나 고우나’ 세트장 설치가 시작됐다. 보관창고에서 세트를 녹화장으로 옮긴 후 설계도면대로 설치해야 한다. 지난 녹화 당시 세트를 그대로 재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세트장 설치는 보통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3~4명 정도만 세트장 설치를 위해 남고 나머지 8명은 다른 스튜디오 철거에 투입됐다. 공개홀에서는 ‘스펀지’ 프로그램 녹화가 끝나면 ‘대결, 노래가 좋다’ 프로그램 세트장이 꾸며진다. 또 C홀에서는 TV유치원 세트장을 철거하고 '여유만만' 세트장을 설치해야 한다. 철거작업과 설치작업을 오가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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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제작, 밤에는 설치

보통 낮에는 세트를 제작하고 밤에는 설치하는 일을 한다. 70명이 4조3교대로 돌아가며 24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일주일동안 가요무대, 콘서트 7080, 도전 주부가요스타, 비타민, 스펀지, 대결 노래가 좋다, 미녀들의 수다 등 7개 프로그램 세트를 제작하고 설치해야 한다.

별관에는 A·B·C홀 등 드라마세트장 3개와 공개홀이 있다. 낮 근무조는 손상된 세트를 보수하거나 새 세트를 제작한다. 그러면 야간조가 출근해 제작된 세트를 4곳에 설치한다. 하룻밤 사이 4개 세트를 설치하려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시로 용역을 채용해야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다.

세트 제작 과정은 이렇다. 작업이 진행되기 2~3일 전에 KBS아트비전 디자인팀에서 디자인이 넘어오면 팀장 회의를 통해 업무를 분담한다. 14명 정도가 한 팀으로 구성된다. 나무로 기본틀이 만들어지면 도배팀으로 넘어간다. 기본도배가 끝나면 작화팀이 그림을 그려 완성한다. 모든 세트는 나무로 제작된다. 화면에 나오는 대리석이나 벽돌 등은 모두 나무로 제작된 이들의 작품이다.

30년 동안 근무한 김무한씨는 “2~3일 정도만 여유가 있어도 좀 더 잘 만들 텐데 도면이 촉박하게 넘어올 때가 많다”며 “야근을 해서라도 녹화시간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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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 나갔죠. 단원들도 꽤 많았습니다. 단원 모집을 위한 공개오디션을 할 때면 방송국 문 밖으로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죠. 그런데 지금은 인원도 많이 축소되고 위상도 많이 낮아졌어요.”
 

관현악단장이 예술단장까지 겸임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예술단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박정진(43) 부단장이 실질적인 단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박 부단장은 2000년 KBS방송전문직노조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조는 95년 연봉제로 전환한 후 3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자 이에 반발해 설립됐다.
 

박 부단장은 관리자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조합원의 대변자라고하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늘 단원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해결책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제일 큰 고민은 인원충원이다. 프로그램은 늘고 무대도 커지고 있는데 인원은 반대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창단의 경우 객원단원을 초빙할 정도다. 그런데 이마저도 호흡이 맞고 방송을 이해하는 마땅한 인재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하루빨리 고정단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원충원을 계속 요구했지만 회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예산절감이 필요하다”는 답변뿐이다. 최근 2~3년 동안 단원 추가채용이 없었다. 퇴사인원에 대한 충원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방송사들의 경우 예술단을 외주화하거나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접고용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열악합니다. 현재 단원들은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3년마다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요. 형식적으로는 고용이 보장돼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초봉이 2천만원을 넘지 않고, 호봉승급분도 6만원에 그친다. 단원으로서의 생명이 짧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정년이 있어도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나마 노조가 생긴 후 연령층이 많이 높아졌다.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산전·후 휴가를 사용하는 단원들도 늘었다. 박 부단장은 “아직도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열정으로 버티는데, 회사가 이를 이해하고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어수인 디지털미술센터노조 위원장
“힘든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디지털미술센터는 두 번의 아웃소싱을 통해 탄생했다. 이들은 과거 KBS제작지원국 직원들이었다. 그러다 96년 KBS아트비전으로 분사됐다. 직원들도 자의 반 타의 반 사직서를 쓰고 아트비전으로 옮겨야 했다. 2002년 아트비전 세트제작팀은 다시 비주얼·씨스·디지털미디어센터 등 3개 회사로 분사됐다. 여의도 본관과 별관, 수원 드라마세트장에 각각 다른 외주회사를 만든 것이다.
 

이들 회사는 퇴직한 직원들의 출자로 설립됐다. 디지털미술센터노조가 파업을 벌이며 저항했지만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별관 세트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센터는 KBS의 재하청 회사인 셈이다. 두세 번씩 회사를 옮기면서 급여도 삭감됐다.
 

“대학생 두 명을 키우고 있는데 매달 적자입니다. 2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 많은데, 급여는 대기업 초봉수준도 안 돼요. 임금도 임금이지만 연출자들로부터 받는 인간적인 모멸감은 참기 힘들어요. 직원들 대부분 자식들에게는 직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전형적인 3D업종이에요.”
 

어수인(51) 노조 위원장도 과거 KBS에 근무할 때보다 임금이 40% 이상 낮아졌다. 야근수당을 포함해도 4천만원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어 위원장은 “저임금도 그렇지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사고 때문에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손에 못이 박히는 일은 예삿일이다. 한 직원은 넘어진 세트장에 치여 뇌를 다치기도 했다. 벌써 3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직원 대부분이 호흡기질환을 호소하고 있어요. 작업장 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죠. 세트 제작장은 80년대 TBS때부터 사용하던 곳입니다.” 실제로 작업현장은 먼지와 본드냄새로 눈을 뜨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나무가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에 화재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어 위원장은 "힘든 것은 견딜 수 있다"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청 KBS에 휘둘리는 소외된 노동자들
폼 나는(?) 방송사에서 일하지만 이들에게는 남모를 설움이 있다. TV화면 속 화려함은 남의 일이다. 세트제작을 담당하는 3개 외주업체는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여야 한다. 본관·별관·수원 세트장 중 프로그램이 촬영되는 세트장을 배정받아야 한다.
 

외부 세트장 제작에는 최저가 낙찰제가 시행된다. 이들 3개 업체와 외주제작업체까지 참여해 입찰경쟁을 벌인다.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에게 세트제작업무가 배정된다. 이에 따라 원청인 KBS의 무리한 요구를 외면하기 힘든 처지다. 업체들은 눈물을 머금고 불공정계약을 하고 있다.
 

방송횟수를 기준으로 제작비가 지급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트장 녹화가 끝나도 방송에 나가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다. 방송국 사정이라도 예외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작업환경과 직원들 노동조건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
 

예술단원들이 소속돼 있는 KBS방송전문직노조도 2000년 노조 설립 당시 'KBS'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당시 KBS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30년을 근무했는데 아직도 본관을 출입하려면 주민등록증을 맡겨야 합니다. 그 흔한 출입증도 주지 않습니다. 고된 일은 다 시키면서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디지털미디어센터 한 직원의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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