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보험은 최근 업계 최초로 부장급 간부들의 계약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노사합의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백영철(46) 교보생명보험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회사와 노조가 달라진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더 이상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노조도 정책대안 마련해야

교보생명보험은 사업가형 점포장제도를 도입해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부장급 간부 중 희망자에 한해 계약직 전환을 추진했다. 고연봉자인 부장급들의 고용과 임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노조가 신규채용을 전제로 합의한 사항이다. 현재 보험업계는 정년퇴직은 거의 없고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이뤄내야 하는 노조가 계약직 전환에 합의한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백영철 위원장은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조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용을 지키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지만 현재 승진적체로 우수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도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고용의 선순환을 위한 노조의 결단인 것이다. 부장급 간부들은 대부분 고연봉자이기에 계약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시장상황에 맞게 자신의 몸값을 조절할 수 있다.

백 위원장은 외국자본의 진입이 활발히 이뤄지는 금융시장에서, 투기자본으로부터 회사를 지켜내는 것도 노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교보생명보험이 2~3년 내 기업공개(상장)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건전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조의 감시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 투기자본 속에서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조의 정책력과 대안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 위원장은 현재 노조간부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달라진 시장환경에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연구하는 것이 정책노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반대가 아닌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 정책입안 과정부터 노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펀(fun) 문화 만들 것"

백 위원장은 노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인적·물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합원 가입범위를 과장급에서 부장급까지 확대한 것은 큰 성과다. 신입사원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 숫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 속에 노조의 조직력을 더욱 강화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의 질적·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늘어난 조합비로 민주노동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백 위원장은 노조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도 열심이다. 특히 앞으로 시행될 복수노조금지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한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예컨대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해 현재 운영 중인 소비조합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재정자립위원회를 실시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백 위원장은 최근 진행 중인 올해 임단협에서 노사가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편(fun)문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조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해야 성과가 납니다. 회사 창립 50주년인 올해 베이징올림픽에 360명을 응원단으로 파견할 예정입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회사의 중국 진출에도 도움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성장을 토대로 고용 지켜야

보험업계는 현재 외국사와 중·소형사들의 진입으로 이른바 '빅3'(교보생명·대한생명·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 시행과 기타채널을 통한 보험판매가 늘어나면서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백 위원장은 회사의 성장을 토대로 고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고용안정과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원들은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과 자격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백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노조의 역량강화로 노동운동의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경직된 노동정책이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간부들의 역량강화에 집중해 조합원들에게 사회적이슈를 이해시키고 문제의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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