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동자 영업시간 단축 주장은 창구 마감 후 문 닫고 퇴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창구업무는 전자금융 등을 활성화해 해결하고, 절감된 비용과 노동력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질 높은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양질의 서비스는 인사 잘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맡긴 돈을 더 많은 수익과 함께 돌려주는 것이다. 금융노조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국민들을 설명·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건희(45) 금융노조 통합신한은행지부 공동위원장은 "영업시간 단축은 단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초로 이해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의 변화와 함께 추진돼야 할 목표"라고 설명했다. 은행업무가 보험·펀드 등의 상품판매와 직접투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창구업무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은행도 발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은 보통 10시를 넘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투자할 파생상품을 개발하기도 어렵고 정확한 상품설명을 통해 고객들의 이해를 도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은행서비스 방향을 창구서비스 중심에서 상품서비스 중심으로 변화시키면서 영업시간 단축을 진행하다면 노동자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올해 공동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6년 4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통합한 이후 1년10개월만인 올해 2월 신한은행지부와 조흥은행지부도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이 위원장은 “두 지부 간부들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조합원을 위해 마음을 모으면서 빠른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이 서로간의 이질감을 걷어내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 영업시간 단축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국민·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서 조합원들의 이해를 도모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서비스를 형식적인 차원에서 질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가. 창구에서 친절하게 웃어주고 인사만 잘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해서 더 높은 수익(이자)을 주는 것이다. 백화점에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질 좋은 물건들은 보다 값싸게 살 수 있다는 것에 고객들은 더 만족해한다. 은행노동자들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 지난해 여론이 좋지 않았다.

"영업시간 단축 주장은 창구업무를 마감한 뒤 문 닫고 퇴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창구업무 시간을 줄이려면 전자금융을 활성화해야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이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인출기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홍보해야 하는 노력이 뒤따른다. 창구업무를 자동화하면 비용절감도 되고 노동력도 다른 부분에 활용할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수수료 인하로 고객들에게 돌려주고, 노동력은 파생상품 개발이나 정확한 상품서비스 제공(상담)에 투여할 수 있다. 질적인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고객들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금융노조가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영업시간 단축 문제는 단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 업무구조를 변화시키고 고객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문제다. 금융산업의 변화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것들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만의 위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노동시간 문제는 신한은행에서도 효율·개선 등의 단어를 써가며 해결하려 했지만, 여지가 적었다. 영업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방안이 없다."

- 금융노조에 임단협 기획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는데.

"금융노조가 발전하려면 현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고민한다고 이슈가 발굴되는 것도 아니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영업시간 단축 문제도 정면으로 부딪히려 하지 않는 것은 현장의 절실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동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이 문제를 핵심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표현도 정확하게 써야 한다. 협상이라는 것이 그것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도 될까 말까 한데 돌아가려는 생각부터 하면 될 것도 되지 않는다. 임단협 기획단은 지부간부들과 금융노조 간부들이 함께 현장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 신한과 조흥지부가 통합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은행 통합에 이어 노동조합이 합쳐지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끼리 정서적인 공감대가 더욱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고 성과다. 노조가 두 개다 보니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끼리도 같은 소속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많았다. 서로에 대한 이질감이 많이 없어지고 있고, 그것을 위해 노조 통합을 서둘렀던 것이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기반이 됐다.”

- 통합했던 다른 은행의 경험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노조 통합이 빨랐다.

“노조끼리의 통합이 지연되는 것은 각 조직의 노동조건과 후생복지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신한·조흥의 경우 지난 2006년 4월 은행이 통합했고, 그해 12월 임금단체협약에서 노동조건 등에 대한 통합을 이뤄냈다. 그것이 노조통합의 기반이 됐다. 조직이 통합되면 제도로 하나로 가야 한다. 그것이 조합원이나 은행을 위해서도 좋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성과를 냈는데 각각 다른 보상을 받는다면 누군가는 차별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노조 통합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각 노조의 위원장이나 집행부가 기득권을 주장하면 통합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조합원이나 회사를 위해서라면 통합을 늦춰서는 안 되지만,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신한·조흥지부는 그런 장벽을 잘 넘었다고 본다. 물론 출신별로 문화와 정서가 다르다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통합까지 이뤄냈으니 앞으로도 서로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면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노동조합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분배문제만 치중했는데, 변화하는 금융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진을 견제하면서 장기적인 은행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노조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만 보더라도 한 분야에서 리스크(위험)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은행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게 현재의 금융산업”이라며 “그 피해는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게 되는 만큼 노조가 사전에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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