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대입자율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교육개혁 방안으로 내놓은 정책들이다. 정진화(47) 전교조 위원장은 이를 교육시장화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정 위원장은 영어몰입교육이 여론의 악화로 한나라당 총선공약에서 제외됐지만 이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총선 직후 정부차원의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통과, 6월 입법화를 위한 정치권의 사전 정지작업을 거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교육정책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벌써부터 전교조를 타깃으로 하는 이념공세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가 미국을 주적으로 가르쳤다는 언론사 사설과 '교사 임금 OECD 최고수준'이라는 뉴스보도, 전경련의 대안교과서 등을 통해 보수언론과 단체들이 전교조 고립화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을 달성하면 대기 중이던 이명박 정부의 대입자율화 공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크게 세 가지다. 영어몰입교육,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대입자율화라고 말할 수 있다. 대입자율화는 대학에게 학생선발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본고사 부활로 이어진다. 대학이 알아서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겠다는 것으로 대학별로 평가와 선발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대입 준비에 따른 학생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초중고교의 교육은 대학선발 기준에 맞춰지게 된다. 단계에 맞고 교과과정에 충실한 교육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 자율형 사립고 100개, 공립형 기숙학교 150개, 실업계전문학교 50개 등을 신설하겠다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목고가 그렇지 않아도 많다. 특목고 학생 비율이 이미 명문 대학에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100개의 자율형 사립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동네마다 특별한 학교들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특별한 학교에 대한 특별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나머지 90%의 학생들에게 어떠한 지원을 하겠다는 공약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부자들의 학교, 귀족학교, 상류층을 위한 학교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귀족학교로 등록금이 1천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어촌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150곳의 공립형 기숙학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숙을 시키면서까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답은 나와 이미 나와 있다. 창의적인 교육과 21세기형 교육이 아니라 문제풀이 입시학원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자율형 사립고든 공립형 기숙학원이든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고 특히 지자체와 교육청의 예산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90% 학생에 대한 형평성 문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 총선공약에서 제외됐지만 인수위 시절에 영어공교육을 하겠다면서 국어·국사시간에도 영어교육을 하겠다는 정책들이 발표된바 있다.

"우리나라는 영어수업시간이 결코 짧은 나라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는 거의 날마다 한 시간씩 영어를 배운다. 그럼에도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이 아래 학년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수업 진도가 빠르고 교육내용이 많아지면서 수학을 포기하듯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조기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골고루 반영되는 속에서 영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순리다. 모국어보다 과열된 영어교육은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부채질 하면서 균형감을 키워야 할 아이들의 통합적인 사고라든가 능력개발의 기회를 소홀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 최근 이명박 정부가 지방에 교육의 권한과 책임을 이양한다면서도 지방교육재정을 10% 감축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교육제도를 나라별로 보면 크게 영미일형과 유럽형이 있다. 유렵형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 낙후된 아이들을 지원하고 가난한 아이가 공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대학등록금도 거의 없거나 낮은 수준이다. 반면 영미일 유형은 경쟁과 평가 위주로 돼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지방에 권한을 이양하면서 중앙의 교육재정을 줄여버렸는데 한국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 10% 감축이 그 시작이라고 본다. 교육재정은 줄이면서도 평가를 통해서 교사와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진단평가가 그런 취지다. 유럽식 교육정책에 비해 영미일 유형은 비교평가와 경쟁, 서열화를 통해 사회적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방식으로 한국은 그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형태다."

- 4·9 총선을 맞이해 각당에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질의회신 결과 사립학교법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창조한국당을 제외하곤 보수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하지 않아 비리와 부실의 온상인 사립학교는 교사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재단의 온갖 전횡에 방어할 장치가 마련되지도 않은 사립학교법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표적인 좌파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이면엔 사립학교와 관련된 사람이 후보자이고 가족이기 때문이다. 불온한 정치자금의 공급처인 셈이다. 이들은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의 막연한 정서인 지역에 명문고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으로 영합하고 있다."

- 등록금 문제의 해법으로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상한제가 우선이다. 상한제 속에서 후불제 도입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 대학등록금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 현재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고 얼마나 학생들에게 투자되는지를 공개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널뛰는 등록금을 잡으면서 학생에게 많은 장학금을 주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 대학등록금 투쟁은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면서 대학생들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귀결되지 않고 있다. 좋은 결론이 있을 것으로 본다."

- 정부와의 교섭권을 담은 교원노조법이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음으로써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교조는 2002년에 정부와 교섭을 한 뒤 한 번도 못했다. 6년 동안 노조의 핵심기능인 단체교섭을 못했다는 점에서 식물노조라고 볼 수 있다. 단체행동권이 원천봉쇄됐기 때문에 교사에게는 노동2권만이 가능한데 교원노조법이 개정이 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1.5권만 행사하게 됐다. 교원노조법이 대폭 재정돼서 교섭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섭 테이블에서 교육부와 공식적으로 교육정책이나 교원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교원단체는 이미 복수노조 시대가 열려서 전교조 말고도 한교조와 자유교조가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이 비록 좌절됐지만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다른 교원단체와 논의를 시작하겠다. 교섭을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교원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나가겠다."

- 전교조의 또 다른 현안은 차등성과급 문제다.

"지난해 차등성과급 방침에 대항해 균등분배, 순환등급제로 대응해 왔다. 올해 이를 더욱 확대해서 차등성과급 대응투쟁을 전면화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의 진정성이 알리기 위해 차등성과급 적립금 40억원을 사회적 기금으로 전환했다. 비정규직 자녀와 소외계층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될 것이다. 차등성과급에 대해 균등분배와 순환등급제를 더욱 확대하는 가운데 사회연대 기금모금을 자발적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올해 전교조의 주력사업은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대응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학교개혁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 지난해 시행된 교장공모제에 의해 전교조 출신 교장 선생 8명이 선출됐다. 그런 학교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교운영의 새로운 모델들을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 이와 함께 참교육실천운동을 비약적으로 전개하면서 전교조가 막는 싸움만 하는 게 아니라 비전과 희망이 있는 현장의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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