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당선돼 18일 임기를 시작한 김영후(48) 서울지하철노조 신임 위원장. 위원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한달도 돼지않아 직위해제를 당했고,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당했다. 구조조정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몸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1일부터는 서울 방배동 서울메트로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시작했다.

그가 위원장이 되기도 전에 서울메트로는 2010년까지 전체 인원중 20.3%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26일에는 1단계로 3.9% 감축을 위한 조직개편안까지 이사회를 통과해 10일 서울시 승인을 앞두고 있다. 30년간 지켜왔던 2인 승무도 폐지되고 조만간 1인 승무가 시행될 예정이다. 74년 서울지하철공사가 출범한 뒤 가장 큰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이 변화는 이명박 정부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새 위원장으로서 차분히 업무 인수인계를 받기에는 서울메트로의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지하철노조도 '예전의 서울지하철노조'가 아니다. 게다가 이웃에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가 필수유지업무제도 때문에 꼼짝없이 손발이 묶이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서울지하철노조는 저력을 잃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이 강행되면 파업뿐 아니라 더 큰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메트로 구조조정은 "조합원들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며 조만간 임단협 교섭 국면을 통해 구조조정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인력감축(20%)을 목표로 한 1단계 구조조정 계획이 이사회를 통과했고, 공사는 1인 승무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제 막 새 집행부가 들어섰지만 공사의 '창의혁신 경영계획'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구조조정 계획이 이사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전부 시행돼지 못할 것이다. 창의혁신 계획은 단체협약에서 풀어야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노조는 4일 임시대의원대회 열어 투쟁본부체계로 전환하고, 임단협을 준비할 것이다. 사측은 노사협의회를 하자고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임단협 교섭 속에서 풀어야 한다."

- 공사 구조조정에 대해 조합원들 반응은 어떤가.

"올해 노조 선거결과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열악한 지하환경에 시달리면서 청춘을 바쳤는데, 갑자기 '무사안일과 해이에 빠진 집단'으로 매도된 것에 대한 엄청난 분노였다. 근골격계 환자 조사결과 노동유해 환경이 심각한 상태에서 업무상 재해가 많았다. 석면 조사결과 발표로 충격과 불안감이 있는데 김상돈 사장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 지난 선거에서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선택한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다. 하지만 노조는 2004년 7월 파업을 거치면서 현장 조합원들이 분위기가 위축된 감이 없지 않다.

"여유있게 지금의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숱한 저항과 투쟁을 경험했다. 언제든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저력을 잃지는 않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 등 노동법 개악 이후 쟁의권 제약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대한 지노위 결정만 봐도 아무런 저항을 못하게 돼 있다. 사측도 이런 점을 노려 계속 도발을 하는데, 임계점에 이르면 단순한 파업이 아니라 더 큰 파국의 국면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노사 대치는 지하철의 미래를 사유화의 재앙으로 끌고 가느냐,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 대중교통으로 쇄신해 나가느냐를 가늠할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생존권을 지키려는 내부 동력과 공공성 가치를 세워나갈 외부동력을 합치면 어렵지 않다고 본다."

- 서울메트로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보다 덩치가 크다고 하는 데 이는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개통해 30여년 동안 이렇다 할 큰 사고 한건 없이 누적 수송인원 300억명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기록이다. 한마디로 지하철 노동자의 피땀의 결과다. 서울지하철의 덩치가 크기 보다는 타 지하철이 공공 대중교통기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슬림화 추세를 밟고 있다. 안전운행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하게 구조조정됐다.

1인 승무·무인역사·아웃소싱이 초래할 위험과 반공공적 성격은 이미 입증됐거나 앞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승객안전을 위해 2인 승무하고, 철저한 시설 점검·보수를 위해 아웃소싱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덩치가 크다고 지적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 국민들을 설득하거나 대안은 제시해야 하지 않나.

"일본 지하철 역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 개 역사에 역무원만 250명이 근무를 하더라. 민영화된 기업인데다가 자동화도 우리보다 발달했는데도 그렇다. 수송업무만 하는게 아니라 장례사업 빼고는 항공권 판매 등 여러 가지 부대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하철도 수송업무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공성과 안전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노조가 주체적으로 참가해서 결정한 부대사업이라면 수송업무에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추진한 편의점 사업처럼 오히려 고용불안을 조성한다. 외주화를 촉진하는 부대사업은 곤란하다."


-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유사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국의 지하철노조와 서울투자기관노조협의회는 사업장마다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공동투쟁 계획은.

"궤도부문은 시간차를 두고 구조조정 공격을 당해 왔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끝났다고 해서 각자 손 털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전반적인 궤도 사유화는 결국 지하철노조의 공동투쟁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다. 서울도시철도노조 지도부와는 최근 만나 연대투쟁을 논의했다. (다른 길을 가고 있는)인천이나 광주, 대구 등의 지하철노조를 만나 생각을 들어보고 설득해 보겠다. 노조는 '종'으로, '횡'으로 꾸준히 연대를 해야 한다. 지하철노조끼리의 연대가 횡이라면, 서울투자기관노조 연대는 종이다. 서울시가 강행하는 구조조정 앞에 놓인 농수산물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서울시 투자기관의 공동투쟁도 복원할 것이다."

- 서울지하철노조는 그동안 공공운수연맹과 관계가 소원했다. 상급단체와의 관계나 공공운수대산별, 운수노조, 궤도노조 등 산별노조전환에 대한 계획은.

"집행부 성격에 따라 연맹과의 관계가 소원했다고 본다. 노사협조주의적 집행부가 연맹이나 총연맹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상급단체와의 관계 회복은 이후 사업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정직하게 말하면 몇 대를 거쳐 온 집행부 기간 동안 산별전환을 위한 내부교양이나 토론사업은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산별노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하지만 궤도노조냐 대산별이냐 하는 논쟁 보다는 현장공동화나 관료주의를 극복해 올바른 산별노조가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먼저 필요하다.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잡겠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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