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당선된 박노균(40) 발전노조 새 위원장은 38일 동안 진행된 2002년 2월 파업에 본부장으로 참가했다가 해고되기도 했다. 당시 발전노조는 발전사를 매각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대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새 정부는 다시 발전사 매각을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발전산업구조개편에 대해 한국전력으로의 재통합이나 5개 발전사 통합이 노동계 일부에서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자는 4년 전처럼 발전사 매각을 우선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테마섹 방식과 함께 발전사 매각을 발전산업 구조개편 방식으로 주장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우선 저지한 다음에야 대안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는 "현장 조합원들이 발전사 매각을 이유로 파업이나 투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 때문에 "현장을 먼저 복원하는 것인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사진=정기훈 기자
- 발전소 매각 등 공기업 구조개편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조합원들이 강성 집행부를 선택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인식인데 스스로 '강성이다. 아니다'를 규정할 수는 없는 거 같다.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현장이 어려우니 극복해보자는데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선거 때부터 민영화 저지보다 오히려 현장 복원을 많이 강조했다. 현장 상황이 어떤가.

"정부에서 발전소 민영화를 말하는데 현장의 위기의식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민영화 때문에 파업을 하겠다거나 투쟁을 하겠다는 분위기는 없다. 2002년과 2006년 두 번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다. 2006년 9월 파업이 특히 그렇다. 2002년 파업에선 주로 간부만 징계를 받았지만 2006년 파업에선 현장 조합원들도 징계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징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투쟁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선뜻 투쟁을 외치거나 나서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장 분위기다."

"조직통합이 매각 막을 수는 없어"

- 민영화 저지투쟁에 앞서 현장을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정답이라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부단하게 현장과 함께 해야 한다. '우리 노조가 뭘 하고 있나,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노조와 지방본부 간부들은 현장을 찾아가야 하고 동의를 구할 건 구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굉장히 부족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이 '아, 진짜 뭘 하는 구나'하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그동안 노조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져 있다. 필수유지업무니 산별노조니 하는 것들을 조합원들이 잘 모른다. 일상적인 신뢰를 회복해야 그 다음이 가능하지 않겠나."

- 발전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예전의 기획예산처와 산업자원부 모두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했다. 최근에는 지분을 정부가 보유하고 민간에 경영을 맡기는 테마섹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테마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 어쨌든 공기업 민영화 속에서 매각을 추진한다고 하니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 같은 현장 상황에서 "맞장 떠서 싸운다"라고 말한다면 허풍이라는 것을 남들은 다 안다.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 충분히 준비해놓고 싸우겠다. 지금 상황은 어렵지만 정부의 민영화 강행계획은 사실이고, 위기의식은 있으니 현장에서 투쟁을 만들겠다."

-정부의 발전산업 구조개편에 어떤 논리로 맞설 것인가.

"발전사 매각은 2003년에 공식적으로 잠정 중단됐다. 작년에 주식상장이 거론되다가 새 정부 출범부터 다시 민영화가 얘기된다. 어떤 방식이 됐던 노조 입장은 같다. 다만 한국전력의 판매부분을 묶어서 발전사를 매각한다고 하는데 충분한 정보가 없다. 조만간 전력노조를 만나서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 발전노조와 전력노조는 기본적인 입장차가 있지만 직접 만나 깊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진=정기훈 기자

 

- 전력노조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력산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력노조는 한국전력으로의 재통합을 말하고, 지난 선거당시 상대후보는 발전사 통합을 말한 반면, 우리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전력으로의 재통합으로 가야하지만 당장 추진해야할 사업은 아니다. 상대인 정부가 매각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전력노조가 말하는 방향이든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 그런데 판매까지 묶어서 발전사를 매각하겠다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정책의 방향을 좌우하는 주체가 아니다. 정부는 매각을 한다는데 한국전력으로의 재통합이나 발전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매각이 먼저 중단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대안을 말할 수 있다. 대안이 매각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

"공동투쟁 적극 참여"

- 2002년 발전·가스·철도노조가 공동파업을 했다. 최근 이들 노조 위원장들이 본지 좌담회에서 공동투쟁 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는데.

"민주노총과 공공운수연맹 차원에서 공공부문 노조들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한 상태이다. 발전노조만 투쟁해서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공동투쟁에 참가하고 함께 이뤄낼 것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의견을 낼 것이다."

- 전력노조 연대회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 전력노조는 전력연대의 산별노조 전환을 거론하고 있다.

"전력연대는 연대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기 집중 임금투쟁처럼 기본적으로 해왔던 것은 할 것이다. 다만 상급단체인 공공운수연맹이 대산별노조를 추진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 공공운수연맹 산하 노조 중에 발전노조는 주요 조직인데도 산별전환을 못하고 있다. 산별전환 계획은.

"연맹에서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연맹은 9월까지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이 방침인데 우리노조는 4월 새 집행부가 공식 출범하면 5개월 밖에 남지 않는다. 내부 일정상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발전사 매각저지 투쟁과 어떻게 연관될 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면 연맹 사업에 복무할 것이다."
 
 
박노균 신임 위원장은
두 번의 파업에 모두 해고되기도
박노균 신임 위원장은 나이 마흔살로 대규모 공기업노조 위원장 치고는 젊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발전노조의 굵직한 투쟁에는 모두 참가해 온 만큼 노조 내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다.
 

박 위원장은 99년 전력노조 서인천복합화력지부장으로서 노조 간부를 처음 시작했고, 96년 이른바 '김시자 열사'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특히 2002년 2월 38일 파업당시 남부본부장으로, 2006년 9월 파업에는 신인천복합화력지부장으로 투쟁을 주도했다가 두 번의 해고를 겪기도 했다.
 

신혼 시절 첫 파업에 참가했다가 구치소에서 첫 자녀의 출생소식을 들을 정도로 발전노조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온 박 위원장에게, 발전산업 구조개편 회오리가 다시 불고 있는 2008년은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2년 2월 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발전노조 현장 상황은 그때보다 어렵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피할 수 없는 투쟁을 하기 위해 달려왔다면 지금부터는 조합원들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진짜 노조'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02년에는 집행부가 투쟁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에게 돌맞을 정도로 열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냥 파업하자고 하면 안됩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는 없으니까 부딪혀 봐야지요.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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