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자체상표 상품(PB) 판매를 강화하면서 납품을 담당하는 제조업체들이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소비재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힘의 균형이 유통업체 쪽으로 기울면서 유통산업이 제조업을 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할인점의 PB 확대정책이 유통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PB상품을 강화하면서 국내 유통구조에서 생산자의 힘이 갈수록 위축되는 변화가 생겼다. 동종업계 매출 1위 상품이 PB상품에 뒤지는 결과도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이마트가 PB상품 확대를 공식화한 지난해 10월18~21일 판매를 집계한 결과 포장밥·물·콜라·고추장 등 음식료 제품부문에서 PB상품이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 1위 상품을 앞질렀다. CJ햇반은 이마트에서 2007년 10월11일부터 14일 간 1만8천999개가 팔렸으나, 10월18일부터 21일까지는 5천726개가 팔리는 데 그쳤다. 대신 이마트 PB상품인 ‘왕후의 밥’은 1만4천858개가 팔렸다.

제조업의 유통산업 종속화 경향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노동계에서도 대응방안 마련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산업노련이 최근 ‘대형 유통업체 납품관련 폐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유통업 노조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보고서 책임연구원인 심의섭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제조업과 유통업 사이의 힘의 균형이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바뀌면서 유통업이 주도하기 시작했다”며 “식품제조-대형유통업체 관계는 단순한 상생관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형태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 교수는 “제조업노조와 유통업노조의 연대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노-노 간 합동 간담회나 협의체 구성을 통해 상호고충에 대해 이해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9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