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업무를 민간에게 맡길 경우 국민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감리업무 전체를 공공화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민영화를 하겠다는군요.”

김하경(45) 건설관리공사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 구조개편 문제가 나올 때마다 공사가 민영화 대상 1순위로 꼽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세금을 축내는 것도 아니고 수의계약 같은 특혜를 받지도 않는데 민영화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민간기관과 경쟁해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공사는 민영화 대상도, 요건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건설관리공사는 대형 건축물의 감리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도로·주택·토지·수자원 등 4개 공사 산하에 감리회사가 각각 설립됐다. 민간감리 부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 공공감리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후 99년 산하 4개 감리회사가 통합됐다. 세 차례의 인력구조조정 끝에 현재 1천200여명에서 800여명(계약직 400여명) 규모로 축소된 상태다. 신규인력 채용도 거의 없었다.

“공사는 이미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개편 방안으로 언급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테마섹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정부(공사)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있어요. 수익도 창출하고 있죠. 공공기관 노동자라는 자부심 하나 갖고 일하는데 그마저도 뺏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는 “민영화될 경우 직원들의 고용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공공시설물에 대한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력수요는 줄고 공급만 늘어날 경우 전체 노동자가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등 고용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감리회사 설립기준이 완화되고 감리대상 건축물이 축소되고 있다. 애초 50억원 이상에서 99년 이후에는 100억원 이상 공사로 책임감리 의무기준이 완화됐다. 이로 인해 현재 감리시장은 7천억원대로 줄어든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민영화될 경우 감리사와 시공사의 결탁으로 건축물이 부실화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기우일 수 있으나 감리업무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시공사와 결탁해 감리가 부실화 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국민의 안전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미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경험했죠. 외국의 경우 아파트 등 건축물이 100년 이상 유지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0~15년이면 재건축을 해야 합니다. 창피한 얘기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위원장에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민영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처지다. 그는 당분간 민영화를 막는 데 모든 활동을 집중할 생각이다. 조만간 대안을 만들어 정부부처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민영화 불가를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출자하고 있는 4개 공사노조도 민영화 반대에 힘을 싣고 있다.

“20년 이상 기술자로 살아왔어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부심 하나로 버텼습니다. 감리를 잘못하면 수만 명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겁니다. 제 자식들에게 튼튼한 건축물을 넘겨주고 싶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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