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적자금 한 푼 받지 않고 10조원 가까운 부실을 자체 해결했다. 외국환·무역금융·기업금융 경쟁력도 그대로 지켜냈다. 밀실·불법으로 론스타에 매각되지 않았다면, 대주주 지분매각에 따른 은행 존폐위기 등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외환은행은 독자적인 경쟁력과 생존력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을 분리매각하고, 이를 국내외 자본이 공동으로 인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대주주가 지분의 51%(경영권)를 갖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 위원장으로서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법원에서 별도로 진행 중인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매각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론스타가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맺은 매각계약 만료시점(4월)이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일괄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올해 안에 분할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론스타의 지분매각이 외환은행 재도약의 토대가 될지, 금융자본의 다툼 속에 또다시 희생물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월 취임한 김기철(43)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14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이라고 강조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분을 분리매각해야 한다. 그 지분을 국내외 자본이 공동으로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은행명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의 경쟁력이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와 론스타 체제에서도 외환은행은 경쟁력과 생존력을 잃지 않았는데, 직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외환은행 지분매각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올해는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가 핵심 이슈일 것 같다.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가.

“이른바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두 사건 재판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매각승인이 어렵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감안하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조작 재판은 이제 1심이 끝났고, 헐값매각 재판은 연말에나 1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조건을 볼 때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 정부 일각에서 조기해결을 원하는 기류도 있는 것 같다. 문제해결이 지나치게 장기화할 경우 외환은행에게도 큰 피해일 수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졸속적인 매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2의 론스타 사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론스타 지분을 누가, 어떻게 인수하는 것이 외환은행과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 외환은행지부가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외환은행은 외국환·국제금융·무역금융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기업금융에도 남다른 강점이 있다. 론스타 체제 아래서도 외환은행의 이런 장점은 훼손되지 않았다. 그런데 론스타 지분매각으로 외환은행이 다른 은행에 합병되면 이런 장점이 유실될 우려가 있다. 외환은행은 대주주 지분 문제만 해결되면 독자생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과거 합병되거나 해외매각된 다른 은행과 비교해 재무구조나 영업력이 월등히 낫다. 지난 3년 간 직원1인당 생산성도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았고, 부실채권 비율은 가장 낮았다. 2003년의 잘못된 매각만 아니었다면 지금 매물로 나와 있을 이유가 없다. 이런 은행이 단지 대주주 문제로 간판을 내린다면 너무나 억울하고 아깝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론스타 지분매각은 외환은행의 행명과 조직,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외환은행 전직원의 일관되고 일치된 입장이다.”

-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가.

“론스타 지분을 한곳에 일괄매각하지 말고 국내외 자본이 공동으로 인수하면 된다. 특정 대주주가 은행지분을 51% 이상 보유하는 것은 국제기준이나 은행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연·기금이나 중소기업 컨소시엄과 같은 국내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론스타가 처한 상황을 볼 때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국내외 자본의 공동 인수는 외자유치 촉진과 토종 금융자본 육성 등 상반돼 보이는 정책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 론스타는 HSBC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

“국내외 자본 공동인수를 통한 론스타 지분 분산매각은 여러 면에서 HSBC의 단독 인수보다 부작용이 적고 장점이 많다. 물론 HSBC도 지분율을 더 낮출 수 있다면 긍정적인 대안에 포함될 수 있다.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해외영업망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불신도 제기되고 있다. HSBC가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도 인수의사가 있는 것 같다.

“국민이나 하나에 인수된다면 외환은행의 행명과 조직,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악의 대안이 바로 두 은행에 매각되는 것이다. 이들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하면 일방적인 흡수합병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외환은행이 지닌 강점이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국민은행에 통합된 장기신용은행의 사례를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국민·하나은행이 최근 들어 다시 인수 움직임을 보이는 듯한데,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법원의 판결 이전에 지분매각 승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만일 HSBC는 안 되고 국민은행은 된다면 결국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재판을 핑계로 댄 것이 된다. 지부는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지난해 걷은 30억원의 2차 투쟁기금을 계속 보유하기로 결의했다.”

- 부점장비대위나 관리직노조, 외환카드노조 등 여러 조직이 있다. 공동투쟁에 문제는 없는가.

“2006년 투쟁에서 부점장 선배님들과 외환카드노조, 그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의 역할이 컸다. 외환은행 직원이라면 독자생존을 바라는 마음은 다를 게 없다. 지금도 계속 만나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필요할 때가 되면 외환은행 전직원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환은행 직원들은 외환위기 10년, 론스타 체제 5년을 거치면서도 경쟁력과 정체성을 지켜냈다. 외환위기 이후 4천명에 가까운 선배와 동료가 은행을 떠났다. 또 150곳의 국내외 점포를 잃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적자금 한 푼 받지 않고 10조원에 가까운 부실을 자체 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정상화를 눈앞에 둔 시점에 론스타에 밀실·불법 매각된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 기업금융을 했던 은행 중 외환은행만 남았다. 무슨 특혜가 있었거나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다. 은행을 위한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 고객의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조합원들의 노력과 성과가 결국 은행의 간판을 내리고 합병의 제물이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우리는 외환은행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외환은행 직원들도 한국 금융발전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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