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위해 봉사해온 공무원이 어째서 '뽑아야 될 전봇대'입니까. 공무원더러 '머슴'이라 하시는데, 대통령은 머슴 중에서도 상머슴 아닌가요? 공무원들을 북돋워주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사기를 떨어뜨려 놓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16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된 행정부공무원노조 정범희(43) 위원장은 새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행정부노조 2기 위원장으로 뽑힌 정 위원장은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취임과 동시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직개편이 완료되면서 2006년 노조 출범 당시 19개에 달했던 지부도 16개로 줄어든 상황. 정 위원장은 "대통령은 하위직 공무원이 짐을 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직제 자체가 줄어든 마당에 하위직이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겠냐"며 "모두들 인사발령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고,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조합원들의 정서를 전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 사회적 갈등만 초래

위원장에 당선되기 전 건설교통부지부장을 지낸 정 위원장은 정부가 '경제 규제 50건당 1% 감축' 원칙을 밀어붙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각종 탁상행정 사례나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인데,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규제들마저 경제 규제라는 이름을 붙여 인원 감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 분류 자체가 미흡해,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추후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을 예로 들면 당시 파업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화물 지입차주의 시장진입을 정부가 무제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IMF 이후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며 화물차주 자격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됐고, 이는 '공급 과잉' 현상을 불렀습니다. 결국 파업이라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됐고, 결국 신고제를 다시 허가제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규제 완화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소모적인 갈등을 부추길 여지가 큽니다."

정 위원장은 "검토도 하지 않고, 앞뒤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완화 주장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부처 통폐합에 따른 일부 인원조정의 필요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인원 감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규제 완화 주장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노-정 함께 합리적 대안 찾자"

행정부노조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신장 △공무원연금의 합리적인 개선 △공무원 노동단체의 대통합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개선 등을 올해의 주요 사업계획으로 밝힌 상태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공무원연금이 어떻게 개혁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일반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감수하며 근무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연금이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연금과 함께 퇴직금, 산재보상금 기능까지 떠안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하루아침에 국민연금에 맞추자는 주장에 공무원들이 어떻게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정 위원장은 "외국과 비교할 때 한국정부의 공무원연금 부담률을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재정 고갈상태를 감안하면, 정부 부담률과 공무원 부담률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0년 건교부 직장협의회 설립준비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2003년 건교부 직장협 수석부의장, 2005년 건교부노조 설립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행정부노조 위원장과 건교부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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