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현안도 산적해 있다. 경영진 임기가 만료돼 교체를 앞두고 있고, 공공기관 민영화와 지방이전도 예정돼 있다.

박찬희(55) 한전KPS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희망은 노조뿐”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위원장에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무거운 책임을 떠안은 것이다.

“경영진은 임기만 채우고 가면 된다는 생각인지 너무 피동적입니다. 현재 처한 공사의 위기에 대해 고민이 부족해요. 조합원들은 노조가 나서 책임감을 갖고 투쟁해달라고 저를 뽑아준 것 같습니다.”

공사는 올해와 내년 격동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지분 20%가량이 상장됐다. 올해 지나봐야 주식상장이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향후 민영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내년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한전KPS는 내년부터 협력업체들과 입찰경쟁을 벌여야 한다. 민영화와 경쟁체제 돌입이라는 두가지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협력업체 기술수준이 아직 부족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수준이 공사와 대등한 수준으로 높아질 때까지 5~6년 정도 경쟁체제 도입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노조의 논리를 개발해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전력관련 노조들로 구성된 전력연대 활성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노총 정책연대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나라당의 입장이 많이 변한 것 같다”며 “4월 총선 이후 본격적인 민영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조 자체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월로 예정돼 있는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원칙을 밝혔다.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면 무조건 공기업사장부터 손을 대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능력있는 인사들에게 좀 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사장추천위가 구성되고 후보가 결정되면 질의서를 보내 찬반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업무는 공기업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에 해당합니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러나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경영진들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어요.”

한전KPS는 발전소 정비·보수 전문업체다. 4천여명이 전국 사업장에 산재돼 있다. 심지어 필리핀과 인도·미국 등 해외 10여개국 현장에도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나가 있다.

모든 노조의 정책은 현장으로부터 나온다는 게 그의 활동철학이다. 노조집행부들에게도 현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렇지만 무조건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 것이다.

“94년 고리지부장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습니다. 패배가 너무 아팠지만 오히려 그때 경험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 같아요.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초심을 잃지 않고 늘 되새김질하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위원장이 될 겁니다.”

박찬희 위원장은 87년 노조 설립추진 위원을 시작으로 제2대 부위원장, 제6대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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