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대표 국가인 미국의 예를 보세요. 국민들은 엄청난 돈을 의료비로 지출하는데, 의료서비스의 질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식 모델을 답습한다면, 이는 일반 국민에게 '재앙'으로 나타날 겁니다."

마이크 잭슨(59) 영국공공노조(UNISON) 보건담당 선임국장의 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잭슨 국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가열되고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 논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보수 정부가 시장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힘의 역학관계상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이를 중단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노조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정부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최소한 정부의 시장화 정책이 도입되는 시기를 늦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잭슨 국장이 속한 영국공공노조는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 가장 큰 공공부문 노조다. 전체 조합원 130만여명 중 47만여명이 의료계 종사자들이다.

영국은 선진국형 의료서비스로 불리는 '국민보건서비스방식(NHS)'의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한 대표 국가다. NHS는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국가가 공공 의료기관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사회보험방식과 대비된다. 영국은 지난 48년 NHS 제도를 도입했는데, '2차 대전 이후 노동당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며 이용 환자 80%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60년째 무상의료의 틀을 유지해온 영국 내에서도 의료노사 전문가로 꼽히는 잭슨 국장은 "영국의 의료체계 내에도 최근 일부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등 민영화의 조짐이 엿보인다"며 "이에 대해 노조는 명확한 반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것이 보수진영의 논리지만, 의료 부문에 있어 이같은 논리는 통용될 수 없습니다. 각급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의무기록과 의무지식이 공유될 때, 비로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그는 "한국과 영국은 의료서비스의 체계와 토대가 많이 다르지만, 더 많은 국민이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동일하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한국의 노조가 주장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3월 3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