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달 초 중국에 폭설이 내리면서 석탄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두 달 동안 유연탄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시멘트의 원료인 유연탄을 70%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쌍용양회는 유연탄 전략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르네상스빌딩에 있는 쌍용양회노조 사무실에서 한광호(51) 위원장을 만났다.

원자재가격 인상, 피해는 노동자에게

한광호 위원장은 “원자재가격이 인상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의 기업들이 한 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해 예산을 수립하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결국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내부에서 시멘트 수요가 늘어나 중국이 유연탄 수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시멘트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업체인 쌍용양회에는 1천35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 중 조합원은 약 700여명. 주로 광산에서 석회석을 채취하고 분쇄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현장노동자들이다.

또 다른 화두는 ‘환경’

시멘트업계에 닥친 문제는 원자재가격 인상만 있는 게 아니다. 환경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쌍용양회도 환경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시멘트공장의 환경문제가 여론에서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처럼 위험하지만은 않다”며 “생산공장에 환경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견학시키는 데, 막상 직접 보면 안전하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쓰레기를 해양에 투기하거나 육지에 매립하고 있는데, 그것이 한계에 도달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진다”며 “산업폐기물을 고열로 소각해 시멘트 원료로 쓸 수 있다면 그것이 쓰레기처리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노사관계

쌍용양회는 무분규 사업장으로 유명하다. 지난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97년 외환위기 시기에 그룹이 해체되고 대주주가 바뀌면서 절반가량의 조합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한 위원장은 “당시 퇴직금을 못 받을까봐 회사에서 돈을 줄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너무 많은 조합원들이 회사를 나가 노조에서 말릴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직원들 사이에 퍼졌고, 회사측도 경영정보를 노조에 공개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했다.

노조의 경영참여

한 위원장은 “외환위기 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회사가 경영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먼저 조합원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그 후로 매년 두 번씩 회사측은 노조간부를 초청해 경영설명회를 열고 그해 목표와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노조는 현장의 여론을 수렴한 후 현실가능성을 따져보고 회사측에 의견을 전달한다.

올해 초에는 노사합의로 외환위기 때 전문회사로 만들어 분리했던 기계분과를 다시 쌍용양회로 복귀시켰다. 아웃소싱했던 부분을 다시 합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회사에서 인건비를 부담스러워했지만 노조는 “회사를 합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설득했다. 덕분에 조합원도 70명이 늘어났다. 노조는 특히 지난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비정규직이었던 사무직 여사원 40여명을 정규직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한 위원장은 “위원장 개인이 판단을 잘못하면 그 피해가 조합원들에게 갈 수 있다”며 “조합원과 회사 사이에서 양쪽을 배려하다보면 힘든 점도 없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6~7년 간 노사가 꾸준하게 서로를 인정하며 신뢰를 쌓았다”며 “앞으로 노조의 목표는 지금처럼 회사측이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계속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요즘 노동계를 두고 “점점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부분이 있다”며 “(한나라당을)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정책연대가) 결국 몇몇 원로들의 정치권 진출에 그칠 수 있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유연탄 가격인상 우려로 ‘빨간불’
국내 주요 시멘트 생산업체는 쌍용·성신·동양·한일·고려·현대·라파즈한라 등 7개. 3대 시멘트회사 가운데 하나인 쌍용양회는 지난 62년 설립됐다. 과거 쌍용그룹의 지주회사였다. 97년 쌍용제지 매각을 시작으로 그룹이 분리됐고 2005년 하반기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시멘트 단일 생산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쌍용양회는 연간 1천500만톤(국내 생산의 25%)의 시멘트를 공급하고 있다. 시멘트의 원재료인 석회석은 국내 매장량이 충분한 상태다. 문제는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유연탄이다. 특히 유연탄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쌍용·성신·한일 등 5개사는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시멘트업계는 원유·유연탄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시멘트 가격을 톤당 5만3천원에서 6만2천원으로 9천원 인상하려고 했지만, 레미콘업계의 반발로 6천원만 인상했다.

26일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국제토론회
시멘트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1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을 위한 국제토론회’가 열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주최하고 환경부, 시멘트 소성로 관리개선 민·관협의회가 후원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독일과 일본의 시멘트 전문가가 참가한다. 독일 연구기관 ITAS의 수석연구원 브로이트갬 박사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산업폐기물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일본 환경성에서 일본의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방안을 설명한다. 뒤이어 환경부에서 우리나라의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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