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사이에 무려 15명이 사망한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에 대한 조사 결과 "업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은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는 애매한 결론이 나왔다.

산업안전공단은 20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공단 강당에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최종결과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 공단 역학조사팀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퇴직 노동자보다 현직 노동자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특히 사무직을 제외한 생산직과 기술직·연구직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업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역학조사팀(팀장 박정선)은 그러나 심장성 돌연사의 직업적 유발요인으로는 30~40도에 이르는 공장의 높은 온도와 연장근무에 따른 과로에 무게를 뒀으나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한 7명의 노동자의 업무관련성 판단과 관련해 "개인적인 위험요인까지 포함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혀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유가족들은 “15명이나 줄줄이 사망했는데 정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직 노동자 심장질환 사망률 높아=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타이어 현직 노동자들의 허형성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일반 국민평균보다 5.6배 높았다. 협심증 유병률 역시 2006년과 2007년 각각 261배, 244배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퇴직 노동자와 비교하더라도 2배나 높은 수준이다.

박정선 팀장은 “심장질환 유병률은 퇴직 직원보다 현직 직원들에게서 더 높았고 현장과 연관된 직무인 생산·연구·기술직에 집중됐다”며 “심장성 돌연사가 현장과 관련될 수 있는 직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온과 연장근로에 무게=공단은 “한국타이어는 66가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심장성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만한 유해물질의 노출수준은 정량 한계 미만”이라고 밝혔다. 유해물질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 유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단은 심장돌연사를 유발할 만한 직업적 요인으로 고온과 연장근로에 따른 과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류공정의 경우 6~8월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가며 겨울인 11월에도 3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한다.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공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이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야간근무와 오오전근무를 이어서 하는 등 이른바 ‘곱빼기 근무’와 같은 연장근무가 이뤄지고 있어 과로에 의한 가능성도 확인됐다.

◇일부 공정 발암물질 검출=이번 역학조사에서는 심장성 돌연사 외에도 5명의 암 사망자의 작업관련성 평가가 진행됐다. 역학조사팀은 “정련공정과 가류공정에서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7~8개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지만 지난 12년 간(96~2007년) 표준사망비를 조사한 결과 위암 7건, 식도암 1건 외에는 전체 국민평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또 고무타이어공장 노동자들이 다양한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단은 특히 “조직문화나 작업방식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으며 유해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고무흄이나 미세분진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회사측에는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가류공정의 고열환경을 개선해 고온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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