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오는 3월이면 출범 4주년을 맞는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

시대가 변하면 조직은 그 변화에 앞서야 한다. 당초 노동시간단축 시대를 맞아 근무체계 개편과 평생학습 구축이란 유한킴벌리 모델 확산을 위해 출발한 뉴패러다임센터가 이제 ‘사람중심 선진노동복지정책 구현’이란 새로운 비전을 내걸고 한 단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3대 소장으로 취임한 정인수(55) 뉴패러다임센터 소장을 만났다.

“싱가포르도 벤치마킹 해갑니다”

- 뉴패러다임센터 소장직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일자리의 질이 좋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경쟁력도 제고돼야 하고 현장에서 노사관계도 개선되고 근무제도도 좋아져야 하지요. 결국 작업장 혁신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와 비정규직 해법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정책 구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오게 됐습니다.”

- 앞서 4년 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우리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고용창출 효과성에서 7.7%에서 57.1%로 크게 향상됐어요. 또 일자리창출도 10.9% 상승한 걸로 집계가 되고요. 지난해 말 현재 평생학습체계 MOU를 체결한 기업은 215개(2005년 3월부터)를 달성했고 여성·고령자·퇴직연금 등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350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정 소장은 무엇보다 해외에서 뉴패러다임센터를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계적 석학이라 불리는 미국 코넬대의 토마스 코칸 교수, 스탠포드대의 제프리 페퍼 교수가 뉴패러다임센터를 아낌없이 칭찬했다는 점은 물론 싱가포르 노동부에서 지난해 10월 직접 뉴패러다임센터를 직접 방문해 성과를 확인해갔다는 점을 꼽았다.

“싱가포르 노동부에서는 자국에서도 뉴패러다임센터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하더군요. 싱가포르는 알다시피 강소국을 지향하며 인력개발에 관심이 높잖아요.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선진국에서는 다 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우리가 먼저 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근무체계개편 평생학습구축 수요 많아”

- 애초 뉴패러다임센터의 출발했던 취지, 교대제 개편을 통한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창출을 지원하자는 것이었는데 교대제 개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시작은 일자리입국위원회에서 시작했어요. 핵심은 근무체계(교대제) 개편과 평생학습체계 구축이지요. 하지만 사실 대기업에서는 교대제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난 속에서 교대제가 쉽지 않습니다. 우린 시범사업을 한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UIC치과나 굿모닝신한증권 등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은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성과가 좋았어요.”

정 소장은 평생학습체계 MOU를 체결한 기업이 지난 2년반 동안 215곳을 돌파한 점을 눈여겨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근무체계 개편과 평생학습체계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는 것이고 그 같은 무형의 자산이 차곡차곡 쌓여왔다는 주장이다.

사진=정기훈 기자
- 그런 점에서 민간 컨설팅과의 차별성도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점인가.

“한 기업당 컨설팅 기간은 3~4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민간 컨설팅사의 경우는 이윤을 남기려고 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직접 컨설팅보다는 페이퍼워크에 머물 가능성이 크죠.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요. 반면 우리는 정부 예산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3~4개월 동안 컨설턴트를 직접 투입할 수 있지요. 매킨지 등 민간 컨설팅의 경우는 우리의 3배가량 비용이 더 많이 부담이 됩니다.”

“컨설팅 영역 넓혀 노동정책 현장 구현”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컨설팅 사후지원 부재와 양적목표의 과다’란 평가다.

“사후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높은 게 사실입니다. 반면 우리는 정해진 예산에서 목표를 채우려니 사후관리 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고요.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뉴패러다임 컨설팅 수도 줄이고 6개월 뒤 모니터링을 하고 1년간 다시 지원할게 있는지 보기로 했어요.”

- 그동안 컨설팅 범위를 계속 확대했다. 기존의 뉴패러다임 컨설팅 이외에도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 고령자고용안정, 여성고용촉진, 퇴직연금 컨설팅 등이 그것이다.

“처음엔 유한킴벌리 모델, 즉 교대제 개편과 평생학습체계 구축에서 출발했지만 차츰 공공시설, 장애인시설 등 고용보험을 내는 사업장까지 확대됐어요. 노동정책이 컨설팅의 일부분이 된 거죠. 저는 이에 더해 임금직무체계와 노사관계진단 컨설팅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정 소장은 이 자체가 비전의 변화라고 말한다. 보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의 현장 구현이라는 것.

“직무급 임금체계는 고령자 고용촉진과 연결 되잖아요. 노사관계 진단을 하면 기업에서 무엇이 핵심이슈인지 파악이 되고요. 이밖에도 앞으로 컨설팅 영역을 청년실업, 산업안전까지도 확대할 것입니다. 세월이 변하면서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이냐. 결국 선진노동복지정책에 대한 컨설팅을 국가예산으로 중소기업에는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민간이 못하는 중소기업 중점 컨설팅”

- 뉴패러다임센터가 모범사례로 꼽는 유한킴벌리나 포스코 등은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뉴패러다임으로 인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던 반면 중소기업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에 맞는 다양하고 적합한 모델 개발에 대한 의견은.

“사실 (가급적) 대기업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안 하려고 합니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잖아요. 초반에 뉴패러다임 확산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한 거지요. 한국은 300인 이하 기업이 90%에 달합니다. 우리 센터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을 봐도 300인 이하가 80%입니다. 중소기업이 아니면 뭣하러 컨설팅을 하겠습니까. 중소기업은 예산도 인력도 없는데요.”

별도의 중소기업에 맞는 모델보다는 사업 자체가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중소기업의 부족한 점은 가서 진단해봐야 압니다. 하지만 분명한 특징은 있습니다. 제조업이라도 같은 제조업이 아니고 규모별로도 다르지요. 그 특징적인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각 컨설팅팀을 업종별로 나눠 전문화해서 일하도록 했지요.”

사진=정기훈 기자
 
 
- 업무가 확장되고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노동연구원의 임금직무체계나 적극적고용개선조치, 산업인력공단의 학습지원업무 등 타 기관과의 업무 중복도 낳는 것 같다.

“일부 겹치는 게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다르지요. 우선 산업인력공단의 학습지원 업무는 위탁사업일 뿐 직접 컨설팅을 하는 게 아닙니다. 노동연구원의 임금직무 연구는 학문적 연구와 임금데이터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반면 우리는 해당 사업장의 컨설팅을 위한 실무용이지요. 노동교육원의 노사관계 재정지원사업도 위탁사업에 머물고 있지만 우린 직접 노사관계진단 컨설팅을 통해 확실한 콘텐츠를 잡아주려고 합니다.”

업무 중복의 우려는 있지만 내용과 질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뉴패러다임센터는 직접 컨설턴트가 현장서 컨설팅을 하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것.

“4주년 맞아 새로운 비전 추진”

- 출범 4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곧 뉴패러다임센터의 ‘새로운 비전’과 연동이 되는 것 같다. 뉴패러다임을 정의한다면.

“비전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재정리했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업장에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람중심 선진노동복지정책 구현’은 아주 합당하다고 보고요. 제가 생각하는 뉴패러다임이란, 사람중심,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기업경쟁력 제고, 노사관계 화합을 위한 선진노동복지정책의 컨설팅이라고 할까요.”

이를 위해 정인수 소장은 지역을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역네트워크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선 기업 경쟁력 제고가 가장 큰 데 지역에서는 청년실업 문제는 물론, 여성·고령자 취업난 이슈를 찾아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도 컨설팅을 할 계획입니다. 이미 청년실업 해소 및 생산직 인력난 해소를 위한 컨설팅 사업도 계획돼 있습니다.”

산업현장에 대한 ‘직접 컨설팅’을 최대 강점으로 꼽으며 올해 4주년을 맞는 뉴패러다임센터가 품는 비전은 시대의 요구에 맞게 진화해 가는 듯하다.
 
 
정인수 소장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노사정위원회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위원장(현)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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