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기관이 비상이다. 언론마다 공공기관 민영화로 도배되고 있다. 사상 최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부터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까지 온통 어두운 전망뿐이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배정근)도 긴장하고 있다. 배정근(50) 위원장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공공연맹에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조직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배 위원장은 18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간 논의틀 속에서 대안을 찾겠지만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면 투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협의체 속에서 협상을 진행하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독자적으로도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에게 향후 예상되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관련 대응방안에 대해 들었다.


- 새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정권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은 개혁대상으로 오르내렸다. 공공기관 내부를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통합을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일부기능을 떼어 내 파는 것이 어떻게 개혁인가. 외환위기 이후 공공기관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상당부분 조직을 축소한 상태다. 참여정부도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공공성 훼손 정도에 따라 국민들의 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우선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부터 해야 한다. 공공기관 구조개편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해당 조직과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해야 한다.”

-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전체적인 틀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굵직한 타이틀은 나왔다. 그러나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선거 이후에나 공공부문 개혁방안이 구체화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여대야소가 되면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 대응논리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고용안정과 직결돼 있다. 또 국민들에게도 많은 피해가 간다. 일례로 도로공사의 많은 사업을 민간자본으로 돌리면서 통행료가 인상됐다. 민영화될 경우 국민들의 비용부담은 커질 것이다. 수익성 강화라는 자본의 논리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부유층을 돕는 것일 뿐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들의 생존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전국민은 인식해야 한다. 연맹 내에 민영화 관련 TF를 구성해 향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에 대해 신속한 접근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전문가그룹도 참여시켜 공공성 훼손의 위험성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 구체적인 대응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4월까지는 노정 간 정책협의 과정을 주시할 생각이다. 대정부협상을 추진하겠다. 대국회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국노총 차원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공공부문 이슈를 제기해 나갈 것이다. 공공성을 갖고 있는 금융·철도·전력·체신 등과 민주노총 철도노조를 포괄하는 연대체를 제안하겠다. 4월 안에는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연맹 내부적으로는 지난달 공공부문 개혁방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 이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총선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정책협의와 투쟁준비 등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유지하고 있는 한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선은 정책연대 틀 속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노총이 이명박 당선자와 맺은 정책협약에는 조합원의 고용안정이 포함돼 있다. 새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새 정부가 노동계 요구를 다 받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산별위원장들과 논의를 통해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자와도 공공연맹 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새 정부와 협상창구 만들어 현안을 풀어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투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독으로라도 싸울 것이다. 이 경우 한국노총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유지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 한국노총은 4월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되지 않나.

“공공기관의 경우 총선 결과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따라 대응 방향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노조에는 규약이 있다. 조직에 불리하더라도 조직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연맹의 경우 정책연대를 결정하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제일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전체 결정을 거스르는 것은 조직의 신뢰, 나아가 노동운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지지에 동의했다. 다만 반드시 한나라당이 아니라 해도 추구하는 정책에 부합할 경우 지지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년연장 꼭 필요하다”
배정근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조직화합에 총력을 기울였다. 취임 당시만해도 선거 후유증으로 조직 간 갈등이 첨예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안정된 상태다.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현안들을 무난히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 위원장은 남은 임기동안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을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정년연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임기동안에도 정년연장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는 “고령자고용촉진법에도 60세 이상 정년을 강제하고 있다”며 “전문인력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정년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한 후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시기까지 5~6년의 공백이 있어 생계유지가 막막하다는 점에서도 정년연장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당선자도 정년연장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했다.
 

배 위원장은 향후 진로에 대해 "노동운동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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