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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에서 트럭을 찍어내는 사람들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귀족노동자’…'텐-텐' 근무에 쳇바퀴 도는 단조로운 일상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산업·업종 탐구'로 노동언론의 관심을 산업의제까지 확장한 데 이어 무자년 연간 기획으로 '현장을 가다'를 준비했습니다. 산업과 업종을 막론하고 생산·제작·운반·유통·서비스·판매 등 노동의 현장을 찾아 '현장의 땀방울'을 지면에 담아내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합니다.<편집자>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50% 이상을 점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대변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른바 ‘강성노조’의 대표로, 생산직은 ‘귀족노동자’라고까지 불린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들의 중심지다. 역설적이게도 세계 자동차 제조노동자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지난 13일 기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직들과 함께 작업공정에 참가했다.



울산4공장 소형트럭부

오전 7시. 현대차 울산공장 각 출입문은 이른 아침부터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다. 주간 근무자들이 소속 해당 작업부서로 모여들고 있었다. 주간조 일과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

현장체험은 4공장에서 진행됐다. 울산공장은 1공장(클릭·베르나), 2공장(싼타페·베라크루즈·에쿠스), 3공장(투스카니·아반떼·아이서티), 4공장(그랜드스타렉스·포터) 5공장(그랜저·제네시스) 등 공장별로 생산차종이 다르다. 4공장은 다시 ‘스타렉스’를 생산하는 소형버스부와 ‘포터’를 생산하는 소형트럭부로 나뉜다.

자동차 생산공정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크게 ‘프레스(철판 절단·압축·성형)-차체(용접·조립)-도장(색도장)-의장(차체 내·외장 조립)-최종 테스트’로 구분된다. 엔진·변속기 등 핵심부품은 별도로 ‘주조-단조-열처리-기계가공-조립공정’을 거친다.

외부인이 작업에 함께 참가할 수 있는 곳이 조립공정이다. 차량 조립공정은 도장된 차체에 3천여종의 실내외 의장·전장부품과 차축을 조립하고 배선·배관작업을 거쳐 차량을 완성하고 품질을 확인하는 최종공정이다.

오전 9시. 기자는 소형트럭부 관리자의 손에서 6반 반장에게로 인계됐다. 공장 안 소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각종 기계의 굉음과 작은 먼지들이 수없이 날아다녔다.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소리는 물론이고 전기드릴과 나사못 박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귀마개·면장갑·마스크가 기자 손에 주어졌다.

"이런 일 처음 해 보시죠?"

"네."

"아이구야, 이거 큰일 났네."

반장의 눈에 ‘불청객’에 대한 불편함이 서렸다.

“뭘 잘해 보겠다는 생각은 마시고요. 안 되면 우리 작업자를 부르시고요. 그냥 안전에만 주의해 주세요.” 반장의 유일한 주문이었다.

다시 그 분야 최고 경력자에게 넘겨졌다. 나이 지긋한 장아무개(58)씨가 하루 동안 기자의 ‘사수’가 됐다. 그는 생산직 30년차로, 올해가 현대차에서 일하는 마지막 해라고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58세에서 59세로 정년을 연장했다.

장씨는 타이어를 장착하는 현재의 공정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다.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소형트럭부는 1반에서 10반까지 있다. 엔진(1반), 차체(2반), 계기판(4반) 공정을 거치면 6반에서 트럭에 타이어를 장착한다.

트럭에 타이어를 붙이기 위해서는 4명이 함께 일해야 한다. 한 사람이 하나의 바퀴를 책임진다. 트럭이 컨베이어를 타고 들어오면 4명이 동시에 타이어를 장착해 다음 과정으로 넘긴다.


시간당 생산대수(UPH) 24

트럭이 작업대에 고정되면 작업이 시작된다. 모든 작업자가 작업완료 버튼을 눌러야 해당 공정이 마무리된다. 한 명이라도 작업이 늦어지면 나머지 작업자들이 기다려야 한다. 컨베이어벨트 작업의 특성 때문이다. 대량생산의 상징으로 통하는 컨베이어시스템은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사수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그는 타이어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휠 가드(Wheel Guard)를 차체에 장착한 뒤 타이어를 장착했다. 휠 가드 장착과 타이어 장착에는 전동드라이버가 사용된다. 주어진 기계장구를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요령이 중요해. 그냥 일단 한번 해봐.” 주어진 시간은 2분30초가량이다. 소형트럭부의 시간당 생산대수(UPH, Unit Per Hour)은 24. 1시간에 24대의 트럭이 콘베이어벨트를 지나간다는 얘기다.

당연히 UPH가 높을수록 노동강도가 세다. 울산공장 승용차부문의 UPH는 52. 적어도 1분에 한 대의 승용차가 작업자 앞을 지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UPH는 차량의 부피가 클수록 낮다. 들어가는 엔진과 부품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같은 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렉스의 UPH는 30이다.

벨트를 멈추게 하지 마라

첫 번째 트럭이 기자 앞에 멈춰 섰다. 배운 대로, 먼저 휠 가드를 차체에 고정시켜야 한다. ‘초짜’ 생산직에게 볼트 고정이 쉬울 리 없었다. 손에 잡은 볼트를 두 차례 바닥에 떨어뜨린 후에야 간신히 휠 가드를 장착했다. 1분이 지났다.

곧바로 타이어를 장착할 곳으로 갔다. 다시 30초가 흘렀다. 바로 옆 작업자의 작업완료 버튼에는 이미 파란불이 들어와 있었다. 사수인 장씨가 기자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나머지 작업을 마쳤다. “한 쪽에서 너무 늦어버리면 라인이 못 움직여.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고 속도를 잘 맞춰야 돼.”

정신없이 1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컨베이어벨트가 멈췄다. 작업장의 조명등도 꺼졌다. 휴식시간이다. 주간조의 경우 점심시간(정오~오후 1시)을 전후해 두 번(오전 10시, 오후 3시) 휴식한다. 2시간 잔업이 있는 날에는 오후 5시에 15분 간 쉰다. 오후 3시에는 간단한 간식이 제공된다. 오후 9시 일을 시작하는 야간조도 같은 방식으로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2분30초 인생

오전 10시10분.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초짜 조립공도 제법 작업에 익숙해져 갔다. 대략 2분 작업과 30초 기다림이 반복됐다. 숙련 작업자들에게 타이어 장착공정은 1분30초 이내에 끝난다고 한다. 남는 1분은 휴식시간이자 다음 차량을 기다리는 대기시간이다.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생산라인은 조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각종 기계음이 바로 옆 사람과 대화조차 힘들게 했다. 좁은 공간에서 노동자들은 철저히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취미도 개인화돼 있다. 왼쪽 작업자는 연신 신문을 뒤적인다. 하루 평균 4개 이상의 일간지를 읽는다고 했다. 앞쪽 작업자는 책을 읽고 있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아령을 들어 올리는 노동자도 보였다. 그리고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신호음이 울리면 다시 작업위치로 되돌아온다.

좁은 공간에서의 작업은 각종 질병을 수반한다. 단순·반복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기계소음에 따른 청각기능 저하가 대표적이다. “실내공장 컨베이어 앞에서 하루 종일 보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2주일만 라인 타면 얼굴이 누렇게 변합니다.”

작업자들의 생리주기도 컨베이어시스템에 맞춰진다. 단 한 사람만 빠져도 작업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자들은 2시간 단위로 돌아오는 휴식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해야 한다. 급할 때는 조장이 작업자의 ‘대타’가 된다.

생리현상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전체 작업공정이 느려지게 된다. 2~3년 전에 잦은 설사증상을 보인 작업자가 주위 사람들과 심한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컨베이어 옆에 붙어 있는 기계야. 일이 힘든 건 없는데,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지.”


나도 로봇이 되다

정오에 라인이 멈췄다. 점심시간이다. 장씨와 함께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줄이 까마득하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을까. 대부분 승용차 조립라인 소속이라고 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시작된다. 4~5대 위에 있는 차량까지 이동해 미리 작업을 해놓는 것이다.

점심을 먹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작업자 사이에 대화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작업시간을 당기듯, 식사를 빨리 끝내면 그만큼의 자유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장씨는 낮잠을 선택했다.

점심시간의 공장 내부는 체육관을 방불케 했다. 비교적 젊은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을 운동시간으로 활용했다. 이곳저곳에 선이 그어지고 네트가 설치됐다. 한 쪽은 배드민턴장이 됐다. 바로 옆에는 탁구대가 설치됐다.

오후 1시. 이제 기자도 로봇이 됐다. 미흡하나마 ‘2분30초 주기’가 몸에 배어들었다. 작업이 조금 빨라졌고, 휴식시간도 조금 늘어났다. 휴식시간에는 멍하니 하늘을 봤다. 바로 옆 작업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 대다수가 마찬가지라고 했다. 입사와 함께 줄곧 동일한 작업을 수행한다. 입사한 이후 퇴사할 때까지 나사만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동차 조립공정에는 똑같은 모양의 작업복을 입고 있는 ‘이방인’이 있다. 사내하청노동자(비정규직)들이다. 정규직은 작업복에 ‘○○부’라고 표기된 반면, 비정규직은 ‘○○기업’으로 표시된다. 4공장에는 비정규직이 많지 않다고 했다. 울산공장 전체 노동자의 30%가량인 1만5천여명이 비정규직으로 추산된다. 가까이 가서 옷에 적힌 글자를 확인하지 않는 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노동자들

오후 3시. 주어진 작업만 기다리다보니 생각이 없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개념도 없어졌다. 오후 휴식시간에는 우유와 빵이 간식으로 나왔다.

모처럼 사수인 장씨에게 질문을 건넸다. “정년 이후에 뭐 하실 건가요?” 그는 “아내와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 다른 직장을 찾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젠 지쳤다고 했다. 장씨는 울산공장에서 30년을 주야 맞교대로 일했다. 주간조와 야간조는 일주일을 주기로 바뀐다. 휴일에는 특근을 해야 한다. “가족들하고 생활주기가 안 맞잖아. 나는 들어가서 잠자기 바쁘고…. 할 수 없지 뭐.”

장씨는 이달에도 두 차례 휴일근로를 할 생각이다. 주당 노동시간이 55시간 정도다. 연간으로 따지면 2천400시간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장씨의 노동시간은 다른 작업자들과 비슷하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천396시간.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자동차 노동자와 비교하더라도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2천400시간을 넘는 노동시간은 유럽 자동차 노동자의 1.5~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장시간노동을 한다는 일본 도요타 노동자들도 2002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천29시간에 불과했다.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을 하는 이유는 시급제 방식의 임금체계 때문이다. 고정급보다 변동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시간외노동에 따른 잔업수당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팔 수 있을 때 만들어 팔자’는 회사측의 입장과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현대차는 특히 유급휴일근로수당이 많다. 유급휴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통상임금의 150%,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통상임금의 300%,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통상임금의 350%가 지급된다. 노동자들이 휴일야간근로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밖에서는 우리 월급이 많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 보고 여기 와서 일주일만 야간에 작업해 보라고 해요. 월급 더 줘야 된다고 할 겁니다.”


“야간조가 제대론데…”

어느덧 오후 5시에 다다랐다. 작업자들의 손길이 가장 빨라지는 시간대다. 특히나 오늘은 수요일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평범한 수요일 오후 5시 퇴근이 현대차 생산직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매주 수요일은 현대차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정한 ‘가정의 날’이다. 가정의 날에도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현대차 생산직의 애환이 담겨 있다.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생산직 노동자들이 수요일만큼은 일찍 귀가해 가정에 충실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날만큼은 2시간 잔업이 없다. 수요일을 제외한 근무일에는 ‘텐-텐(10시간-10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8시간 정상근무에 잔업 2시간이 보태진다. 가정의 날 덕택에 기자의 현장체험도 2시간 혜택을 봤다.

“우리 작업과정을 제대로 보려면 야간조에 참여해야 하는데, 주간조는 별거 아니라예. 언제 한번 야간조에 들어와 보실랍니까. 졸면서 일하는 모습이 정말 진풍경이지요. 그게 제대론데….”


심야노동, 가족관계에도 악영향
현대자동차 생산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 세계 어느 곳의 자동차 노동자들도 현대차처럼 매일 잔업을 하고, 주간보다 야간에 더 오래 일하지 않는다. 더구나 주말 심야에까지 철야 특근을 하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에 10시간씩 야간노동을 하고, 토요일 아침 8시에 퇴근했다가 그날 오후 5시에 출근해 일요일 아침 8시까지 14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이 주야간 맞교대로 야간노동과 초과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현대차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93.7%의 노동자들이 '초과노동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 '미래의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생활임금이 확보되면 초과노동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79.8%로 나타났다.


수면을 취해야 할 시간에 노동을 하면 생체리듬이 무너진다. 그렇지만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의 60%가량이 10년 이상 심야노동을 하고 있다. 장기간 반복된 주야 맞교대 노동은 심각한 수면장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한 가정파탄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생산직 노동자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찬성하는 이유로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65.4%를 차지했다. 주야간 맞교대가 가족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37%, ‘매우 그렇다’가 26.1%로 조사됐다.


<2008년 2월18일>

정청천 기자  doolmai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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