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포항지역 건설노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포스코가 지난 2006년 본사 점거농성에 대한 피해보상을 이유로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의 통장과 조합비를 압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노조는 포스코공장 정문 앞에서 컨테이너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신용(47)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장. 그는 지난해 11월30일 지부장에 취임하자마자 포스코로부터 노조통장 압류라는 ‘폭탄’을 맞았다. 박 지부장은 “대화를 시도했으나 포스코는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가 노조를 무시한다면 선택할 방법은 투쟁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장과 조합원비가 압류되자 노조는 당장 운영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노조가 고사 직전에 와 있다”는 박 지부장의 표현 그대로다. 박 지부장은 “(포스코는) 통장 압류뿐만 아니라 포항지역 건설업체들로 포항건설기능인협회를 만들어 인력운영권까지 빼앗는 등 노조무력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18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포스코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법원 판결 이후 곧바로 노조가 갖고 있는 모든 통장을 압류했다. 15개 업체가 걷고 있던 조합비도 포함됐다. 앞으로 배상해야 할 액수만큼 걷힐 때까지 발생할 예상분까지 묶은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노동조합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조직의 존폐가 걸려 있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도 싸우지 않을 수가 없다. 포스코가 숨을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 포스코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2006년 이후 노조파괴 공작이 포스코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통장 압류의 경우 법원판결이 나온 직후 내가 당선되자마자 진행됐다. 또 포항건설기능인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노조가 해왔던 인력운용업무까지 빼앗아갔다. 특히 기능인협의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려면, 사실상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력을 채용할 때 노조탈퇴확인서를 제출하라고 강요한다. 조합원들도 그렇고, 전문건설업체 사장들도 포스코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당분간만 이해해달라고 말할 정도다.”

- 조합원들이 감소했을 것 같은데.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는 한국노총으로 가기도 한다. 일을 하고 싶어 탈퇴원서를 쓰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하면서 '노조에 미안하긴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집회 등 노조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조합원들은 노조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갖고 살았는데, 그런 분위기도 없어졌다. 최근 공사가 많이 없어 500~600명 정도가 포스코에서 일하고 있는데, 조합원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2006년 이전에는 대다수가 조합원들이었다.”

-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단은 철야를 하면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꾸준하게 10여명 정도가 농성장에 머물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지만 농성을 같이 하는 조합원들을 모아내면서 함께 힘을 모아야 이길 수 있다. 최근 포항지역(건설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모두 포스코의 주도하에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 경영진마저도 노조에 그런 얘기를 한다. 때문에 객관적인 물증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조에 다른 탈출구는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는 수밖에 없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22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