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사회권위원회)가 우리나라의 노동기본권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심사한다. 2001년 이후 7년만이다. 그런데 정부가 심사에 앞서 제출할 보고서에 ‘자화자찬’식 분석을 늘어놓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와 참여연대·민변·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박보고서 작성에 나섰다. 정부 보고서 초안은 국가인권위원회조차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노동·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사회권위원회의 근거인 사회권규약은 지난 6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76년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규약을 비준했다. 사회권 규약에는 남녀평등의무, 노동의 권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와 사회보장권·건강권·교육권·문화권·과학권 등 광범위한 권리가 규정돼 있다. 규약비준국은 5년마다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사회권위원회는 이를 심사해 개선방향을 권고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과 2001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심사를 받게 됐다.

◇7년만의 심사, 현실은 그대로=UN 사회권위원회의 심사는 2001년 권고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와 현황을 진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 2001년 사회권위원회는 ‘긍정적인 면’과 ‘주요 우려사항’, ‘제안과 권고’로 구성된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제안과 권고로 13가지 항을 제시했는데, 주로 IMF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지적했다.

“빠른 경제발전 속도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일부 권리나 일부 집단의 권리는 경제회복과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고에는 비정규 노동자의 상황을 재검토하고 규약으로 권리를 보장할 것과 파업권 보장을 명시했다.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조를 형사소추하는 일을 중지하고, 경찰력 사용을 자제할 것과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완전하게 보장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높은 수준의 방위비 지출에 반해 사회권의 핵심분야에 대한 예산은 감소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구속자, 비정규직 규모 증가세 등 마치 현재 상황을 진단한 듯한 권고다.

◇정부 보고서 자화자찬, 인권위조차 “문제 많다”=문제는 여전한데 정부가 마련한 보고서는 정반대다. 정부는 2001년 6월부터 2006년까지 이행상황을 평가해 같은해 6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근로조건의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2005년 현재 근로계약·임금·여성과 연소자의 보호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은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등의 형태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3권에 대해서는 파업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을 아예 제외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보고서에 대해 “기술방법이 규약실현의 장애 및 어려움에 대한 언급없이 우리정부의 개선된 정책만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정책을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 및 제도적 개선에 대한 설명이 단편적으로 나열돼 있고, 실제로 이러한 법과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영향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까지 했다. 한계가 언급되지 않았고 관행상 문제점도 지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밖에도 △사회권규약위원회의 우려와 권고에 대한 기술 미흡 △여성·아동·장애인·노인·이주노동자 등과 관련한 기술 미흡 △정부보고서 작성지침에 따른 기술부족 및 전체적인 조망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노동사회단체 반박보고서 마련=유엔 사회권위원회는 5월에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작업반(working group)이 1차 검토를 벌이고 오는 11월에 본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당연히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장 반박보고서 작성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노동권을 포함해 남녀 평등의무·건강권·교육권·사회보장권 덩의 조항에 의견을 제출할 방침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을 비롯해 인권운동사랑방·진보네트워크센터·정보공유연대·민교협 등도 민주노총보다 먼저 반박보고서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음달에 각 분야별 초안을 작성한 뒤 5월께 영문보고서를 완성해 제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원회 축소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사회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여성가족부 설치에 높은 점수를 준 바 있다. 2001년 권고안에서도 인권위원회 설치와 여성가족부 예산을 적절하게 배정할 것을 권고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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