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나 분할매각 논쟁이 5년만에 부활하면서 시설의 유지·보수업무가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구 철도청의 시설업무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운영은 한국철도공사로 분할됐다. 하지만 안전사고를 우려한 노조 반발로 시설의 건설과 개량업무만 시설공단으로 이관됐고, 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는 운영회사인 철도공사가 담당하도록 했다.

건교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서에서 "철도공사의 경쟁체제 도입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철도의 시설 유지·보수업무를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철도공사 외에 민간자본 등 제3자가 철도의 운영부문에 뛰어들어 철도공사와 경쟁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3자도 운전과 정비, 역무 등 운영부문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2006년 7월 기준으로 유니온숍인 철도노조 2만4천720명의 조합원 가운데 시설의 유지·보수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은 27%인 6천556명이나 된다.

그런데 당초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넘어갈 뻔 했던 시설의 유지·보수 업무 인력까지 확보해 경쟁에 참가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지·보수업무를 다른 곳으로 넘기지 않으면 제3자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반면 노조와 전문가들이 시설의 유지·보수업무를 운영회사인 철도공사가 계속 관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전문제 때문이다. 노조는 시설과 운영 부문의 정보소통 문제를 강조한다. 선로나 전기시설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할 경우 조속히 담당자에게 통보가 돼 바로 보수작업을 실시해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시설과 운영이 완전히 분리될 경우 나타날 문제에 대해 지난해 6월 발생한 가좌역 침반사고를 지목한다.

사고 발생 보름전 보수작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하자를 발견한 철도공사 노동자들이 공사에 보고했지만 보름동안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은 공문 한 장 주고 받는 것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회사가 다르다 보니 즉각적인 조치가 늦어진 사례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위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유지·보수업무를 가져간다고 해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공학상 운영자가 총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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