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 이라도 더 벌려고 했는데”

가족 잃은 오열 속 쓸쓸한 죽음 냉동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양소.

“아이고 내 새끼야. 집에 돈 보낸다고 매일같이 일 나가더니 그 불구덩이 속에서 얼마나 뜨거웠을까”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오열이 이천시민회관에 마련된 냉동창고 화재 희생자의 적막한 분향소를 가득 채웠다. 아들 영정 앞에서 아들의 이름만 부르짖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천냉동창고 화재 사고 발생 후 4일이 지난 1월10일에 찾아간 합동분양소. 이곳에는 망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조화 몇 개와 서너 명의 자원봉사자들만이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죽음을 위로하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분향소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힘든 삶을 살다 억울한 죽음을 맞은 그들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그들이 떠난 지 닷새가 흘렀지만 화재사고의 원인규명, 피해자 신원확인, 그리고 피해자 보상협상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침묵마저 감도는 분향소에는 한 순간에 가족들의 울음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재중동포 이명학(50·남)씨는 냉동창고 설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인 정향란씨와 함께 변을 당했다. 중국에 두고 온 그리운 딸을 하루라도 일찍 보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일한 부부였지만 안타깝게 이번 참사를 당했다. 유가족 휴게실에서 만난 이명학 씨의 유족은 “말로는 못하죠. 처남과 처남댁을 한꺼번에 잃었는데. 먹고 살려고 평생 쉬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영숙(62·여)씨는 이번 사고로 시아주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어젯밤 전라도에서 올라왔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아직 어린 자식들이 둘이나 있는데 훌쩍 가버리니…”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자의 유족들이 며칠째 머물고 있는 숙식소는 한산한 분향소와는 달리 더욱 침울한 분위기 이다. 차가운 바닥에 이불을 펴놓고 자리를 잡은 유족들은 한 쪽에서는 사고로 잃어버린 가족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또 다른 유족들은 비통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거나 힘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식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슬픔에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냉담한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비단 유족뿐만이 아니다. 오늘 처음 분향소에 자원 봉사를 나온 허미영(57·남)씨는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 현장을 봤는데, 시꺼먼 불길이 치솟아 오르면서 말 그래도 아비규환이더라고요. 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저런 불길 속에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워서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를 나왔죠”라며 “이렇게나마 그 분들의 죽음을 위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지도자협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정성태(46·남)씨는 “유족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울 뿐이다”며 “정부에서 보상금 6천만원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대신하려고 하는데 속이 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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